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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황규 Hubert Mar 18. 2021

9장. 애자일의 미래#2

#9-2 마이크로 엔터프라이즈화

#9-2 마이크로 엔터프라이즈화 


스타트업은 태생적으로 작은 회사이다. 때문에 빠르다. 커뮤니케이션, 고객의 피드백 반영, 의사결정 등 모든 면에서 규모가 큰 기업들보다 빠르다. 이 스피드가 그들에게는 가장 큰 강점이다. 


무한경쟁 시대에서 이들의 스피드를 따라잡기 위해 엔터프라이즈 회사들에서도 작은 팀으로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IT 산업뿐만이 아니라 제조, 물류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이와 같은 현상을 볼 수 있다. 


'15년 맥킨지 컨설팅에서 작성한 한 장의 리포트가 시장을 강타한다. 그것은 네덜란드 회사 ING생명의 애자일 전환 사례이다. 금융사에서 전통적인 계층 모델을 벗어나 마치 구글, 넥플릭스, 스포티파이와 같은 애자일 조직으로 전환했다. 


이들은 스포티파이의 모델을 거의 그대로 적용하며 회사를 급격히 전환시켰는데, 한 팀을 9명의 다기능 팀(Cross Functional Team)으로 전환하고 이를 "스쿼드"라 불렀다. 그리고 이 "스쿼드"를 모아 13개의 "트라이브(Tribe)"로 구분했다. 이는 결국 제품 중심으로 처음부터 끝까지의 개발 및 배포를 책임질 수 있는 작은 팀으로 조직을 구분한 것이다. 이 접근은 시장에 딜리버리 할 수 있는 리드타임을 줄이고,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하고,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었다. 

[Spotify 모델]


이들이 이러한 모델로 급격히 전환하기 위한 커다란 동기부여는 '위기의식'이었다. 여전히 시장에서 꾸준한 매출 성장과 손익을 가져가고 있었지만, 보다 시장에 유연하고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방식으로 이를 선택했다. 


ING는 이 모델을 중심으로 다음의 4가지를 드라이브하고 있다. 


첫 번째로 애자일 철학이다. 협업을 중시하며 다른 조직의 사람들과도 늘 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다. 그리고 고객에게 계속해서 제품을 검증한다. 이러한 환경에는 명시적으로 관리자가 없어, 인수인계나 협업을 방해하는 병목을 제공하지 않는다. 


두 번째로 적절한 조직 구조이다. ING는 새로운 역할과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었다. 기존 조직처럼 다른 부서, 관리 조직, 프로젝트 관리자가 있는 경우 계속해서 사일로(Silo) 형태로 일하게 되었을 것이다.


세 번째로 데밥스를 중심으로 한 IT 역량이다. ING는 이전에는 1년에 4~5회의 릴리즈를 수행하다 데밥스를 통해 2주마다 정기적으로 릴리즈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개발 조직과 운영조직을 통합하여 새로운 개발 혁신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인력 관리의 세 모델이다. 과거에는 관리자의 상태나 연봉을 정할 때 관리하는 프로젝트가 얼마나 큰 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관리하는지에 따라 달랐다. 하지만, 애자일 조직이 된 후 프로젝트라는 개념보다 회사 전체에 도움이 될 정보를 얼마나 잘 다루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관리자들은 다른 계층 조직의 정보를 얼마나 잘 다루는지의 전문성을 본다. 


또 다른 사례로는 중국의 전 세계 백색가전 1위 업체 하이얼의 예를 볼 수 있다.  


하이얼은 '12년 큰 경영난을 겪었다. 당시 '12년 6월 14일 만 6천 명의 인력을 해고했다. 그리고 그다음 해 다시 만 명을 해고해야 할 상황이었다. 사업은 어려웠고 일자리는 메마르고 있었다. 


장루이민 회장은 고민했다. 그리고 어려운 의사결정을 내렸다. 인력을 해고하는 것 대신에 새로운 체계로의 전환에 성공했다 그것은 '마이크로 엔터프라이즈화'이다. 해고하려던 인력들을 작은 회사로 나누어 분사시켰고 이들을 '파트너'라 칭했다. 그리고 이들을 관리하던 매니저를 없애고 본사와 파트너와의 장벽을 과감하게 무너뜨렸다. 


또한 모든 매출은 하이얼과의 비즈니스에서 발생하는 것을 전제로 그들에게 재무와 의사결정권을 주었다. 그들은 이전의 구조에서 따라왔던 고정 연봉, 고정 임직원에서 벗어나 고객에 따라 성과에 따라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는 체계를 가져왔다. 


'18년 6월 당시 하이얼은 169개의 마이크로 엔터프라이즈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조직은 계속해서 생겼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이 전체 숫자는 의미가 없다. 하이얼은 이 작은 파트너들에게 계속해서 교육과 정보를 제공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이얼은 하이얼 전자가 제공하는 플랫폼 뒤에서 작은 회사들이 마음껏 오너십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하이얼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통해 지속적인 혁신과제품 개발을 하고 있다. '17년 20퍼센트의 매출 성장을 이룩할 정도로 급속히 발전했고 '18년 전 세계 백색가전 매출의 10%를 가져갈 정도로 성장했다.


장루이민 회장이 하이얼에 애자일을 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 또한 애자일 철학을 기반으로 한 혁신으로 가져온 것이었다. 

[하이얼의 조직혁신]

위 ING와 하이얼의 애자일 전환은 대표적인 마이크로 엔터프라이즈화의 사례이다. 이를 통해 각각 소규모 팀 또는 회사를 크로스 펑셔널 한 '프로덕트 팀'으로 변화시켰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은 아마도 다양한 기사 또는 문서들에서 위의 두 가지 사례를 많이 읽어보았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로 위의 두 사례를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 중, 이들을 비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ING에 적용한 스포티파이 모델은 실제로 스포티파이에서 적용될 때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헨릭 크닉버그라는 애자일 코치가 컨설턴트로 스포티파이 조직에 들어와 조직 전체 관점에서 '스포티파이 모델'을 제안했다. 맥킨지는 이를 퍼블리시하여 시장의 반향을 만들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스포티파이에서 조차 조직 내부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하이얼의 장루이민 회장은 '회사가 살아남아야 한다'라는 명분으로 정리해고 또는 분사를 하며 엄청난 고통을 주었다. 이 실험적 변화가 다행스럽게도 훌륭한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마이크로 엔터프라이즈화는 극단적으로 '생존'을 위해 회사들이 선택해온 방법이다. 이를 통해 스스로를 파괴하더라도 새로운 변화를 만들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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