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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소영 Jul 25. 2021

모든 사랑은 옳다

아름다운 영화 <빛나는 순간>을 보았다

어제부터 내일까지 파주의 어느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있다. 북스테이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왔지만 책보다는 스마트폰이 손에 더 많이 들려있다. 일상에서 잠시 떨어져 있고 싶은데 멀리갈 형편이 되지 않을때 주로 택하는 곳이 파주다. 도시에서 벗어난 느낌도 나고, 친한 선배가 있어서 밥 한끼 정도는 혼자 먹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파주출판단지 명필름아트센터에서 여유롭게 영화를 볼 수 있어서이기도 하다. 이번 숙소는 좀만 더 가면 연천이 나올만큼 좀 깊숙한 곳에 잡았다. 밖이 너무 뜨거워 둘째날인 오늘은 오후 세시가 넘었는데도 숙소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않았다. 저녁에는 후배가 오기로 해서 임진강변에 나가보려고 한다. 

어제 숙소에 오기 전에 명필름아트센터에서 <빛나는 순간>을 봤다. 고향 제주 올로케 영화이기도 하고, 고두심과 지현우의 캐스팅도 궁금했고, 무엇보다 주변의 호평이 많아서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이 울었고, 이상하게 하루가 지났는데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아까도 책을 읽는데 자꾸 한 장면이 떠올랐다. 우는 경훈(지현우)을 토닥이며, 아이유의 <밤편지>를 부르는 진옥(고두심)의 모습. 


그 모습은 다른 어떤 형용사도 필요없는 '사랑' 그 자체였다. 사랑은 '내가 너의 그 마음을 안다'는 끄덕임이자, '우린 모두 상처입은 사람들'이라는 인정이며, 그래서 누구의 허락도 받을 필요가 없다. 진옥과의 사랑을 고백하는 경훈에게 선배는 '역겹다'고 말했다. 진옥은 결국 떠나지 못했다. 타인의 사랑을 반대할 권리가 도대체 어디에, 누구에게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건 사랑이 아니야, 그 사람은 아니야'라며 쉽게 재단한다. 그 기준은 누구를 위한 걸까?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 것'을 사랑의 결실로 포장한 건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이다. 동성애는 아이를 나을 수 없기 때문에 국가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아 부정당하는 것이고, 나이 많은 남성과 나이 어린 여성의 로맨스는 권력을 가진 남성들의 욕구가 투영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비혼 여성들에게 '노처녀'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왜 결혼해서 아이를 낳지 않아?'라는 질문과 더불어 '그러다 낙오된다'는 경고다. 


나는 오랫동안 파트너가 없는 비혼 여성이지만 사랑을 중단하지는 않았다. 사랑의 마음은 더 커졌고, 세상을 보는 시선은 그래서 더 부드러워졌다. 이제는 '남들처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잘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굳이 하지 않는다. 모든 개인의 어떤 선택을 존중할 뿐이다. 아이를 낳으면 고생했다 토닥여주고, 몸 상하지 않게 맛있는 걸 사주면 되고, 아이를 낳지 않겠다 하면 그저 고개를 끄덕여주면 된다. 


영화 <빛나는 순간>은 정말 찬란하게 빛났다. 영화에서만 빛나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나는 진옥과 경훈을 응원한다.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사랑을 응원한다. 옳은 방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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