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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즈 Oct 22. 2020

KOICA 해외근무지로 코트디부아르를 선택한 이유

해외사무소 근무를 할 생각을 한다면 어디를 갈 것인가 결정해야 한다.


2015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사태 때 시에라리온을 다녀오면서 관심이 생겼다.

전염병이 덮친 곳에서 3주간 활동을 하면서 나는 이곳에서 장기간 파견 근무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생활환경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지낼 수는 있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코이카 직원 입장에서 해외사무소를 근무할 때 이런 걸 생각해야 하지 않은가 싶다.


1. 한국과의 거리

한국과 떨어가진 거리는 장단점이 있다. 한국과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선호되는 국가이다.

한국과의 거리는 사업이나, 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나는 한국에서 가능한 멀리 떨어지고 싶었다.


2. 사업 수

가능한 사업이 적은 곳으로 가고 싶었다. 사업이 많으면 한 개 사업에 집중하기 어렵고 관리하기가 힘들다.

예전 B국가에서 근무할 때 처음 가자마자 담당했던 프로젝트 사업만 해도 종료, 계속, 신규 사업 포함 모두 12개였다.

프로젝트 사업 이외에 다른 일도 많았다.

코트디부아르는 신생 사무소라 사업이 많지 않았다.

골치 아픈 실패 했지만 관리해야 하는 종료사업도 없는 것으로 보였다.


3. 방문자들

방문자들이 없는 국가를 가고 싶었다.

예전에 베트남은 1년에 출장자 등등 300팀이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는 곳에서는 사람 만나기도 힘들거라 생각했다.

B국 근무 시에도 일주일에 3팀이 한꺼번에 오는 경우도 가끔 있을 정도로 출장팀이 상당히 있는 편이었다.

사업을 위한 출장만이 아니라 이런저런 본인들의 업무상 출장을 와서 도와달라는 경우가 참 많았다.

심지어 행정고시 통과한 공무원들의 연수과정으로 코이카 사무소에 협조를 요청해서 숙소부터 각종 자료까지 찾아달라는 부탁도 받아봤다.

어느 대학교에서는 그곳에 봉사활동을 가려고 하니 이런저런 준비 다 해달라고도 했다.

사무소 입장에서는 이른 도움 요청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만큼 일하는데 방해가 되었다.

그런 리스크가 없는 곳에서 근무하고 싶었다.

코트디부아르는 확실히 방문자가 적었다.


4. 자율성

사무소의 자율성도 고려대상이었다.

정부의 이런저런 이니셔티브로부터 조금 자유로운 곳이 좋았다.

지금의 신남방, 신북방 정책처럼, 어떤 국가들은 특정한 이니셔티브에 구속되는 사업들이 많아 보였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은 그런 대상에 자주 포함되었다.

또한, 중점협력국가들은 새로운 무언가를 많이 지시받았다.

코트디부아르는 중점협력국가가 아닌 일반협력국가였고, 그런 관심의 대상으로부터 조금 멀어져 있었다.

자율성이 중요했던 이유는 내가 원하는 사업을 다른 외부 압박 없이 만들어서 해보고 싶어서였다.  


5. 봉사단

봉사단이 없는 것도 좋았다.

신규 사무소여서 봉사단을 새로 파견하는 준비를 하였는데 인원이 많지 않았다.

봉사단이 수십 명이 되면 한 명 한 명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협력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몇 명 되지 않는 봉사단원들과도 지지고 볶고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내가 관리할 수 있는 수준에서 봉사단원 인원을 조절하고, 적절한 기관으로 판단되지 않으면 보내지 않았다.



6. 귀양살이?

본부에서 근무하면서 일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준 게 아닌가 생각했다.

내가 하는 일이 회사를 위해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충실하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힘든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들의 고통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었고, 회사의 기강을 세우고 조직의 건전성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회사를 떠난 사람들도 있었고, 누군가의 인사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결론적으로 삶의 경로가 바뀌는 경우들이 많았다.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그걸 감당하고 추진할 만큼 강한 사람인지 생각했다.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나 스스로가 잘못한 건 아니지만 그들에 대한 어떤 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의식은 세리머니가 아니라 어떤 귀양살이의 형태여야 한다고 혼자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가장 먼 어떤 곳에 가는 생각을 했다.


7. 결론

위의 여러 가지 조건들은 사실 프로젝트 사업을 잘하기 위한 조건에 맞춰져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런저런 제약 조건들에서 벗어나서 우리 회사가, 내가 가장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 사업을 집중적으로 열심히 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았고 우연히 그 조건들이 상당히 맞았던 곳이 코트디부아르였다.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예상이 맞은 것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자율성은 생각만큼 강하지 않았고, 생각보다 책임질 일만 많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조직 내외적인 영향력, 압력 등에서는 상당히 자유로웠던 것도 같다.

하지만 늘 그렇듯 아무리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더라도 문제는 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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