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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en Mar 23. 2020

9.11 때도 이러지 않았는데... 뉴욕이 멈췄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초강력 조치들

15,168명.  


22일 일요일 아침 발표된 뉴욕주의 코로나 확진자 숫자다. 이는 미국 전체 26,747명의 절반이 넘고 전 세계 확진자의 5%인 수치다. 뉴욕주 한 곳의 숫자가 한국(8,897)은 물론이고 프랑스(14,485), 스위스(7,014), 영국(5,071) 보다 많다. 벌써 374명이 사망했다. 3월 1일 첫 번째 환자를 접한 뉴욕의 확신자 증가는 불과 20여 일 만에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집에 머물라. 영업을 중단하라.  


"9.11 때를 떠올리게 한다. 모든 것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뀌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일요일 아침 브리핑에서 뉴욕주 주시자 앤드류 쿠오모가 주민과 기자들에게 사태의 위중함을 설명했다. 뉴욕이 미국의 바이러스 진원지가 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비상 상황을 선포했음에도 가파르게 올라가는 환자 숫자에 주지사는 더 강력한 행정 명령을 내린다. 22일 오후 8시부터 모든 비 필수 사업장에 대한 재택근무를 명령한 것이다. 


그 중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모든 비필수적 비즈니스 종사자는 반드시 집에 있어야 한다. 비즈니스를 이유로 외출할 수 없다.


2. 차량등록국은 문을 닫을 것이고 면허증 갱신은 온라인 처리한다. 


3. 모든 비필수적 개인 모임은 숫자에 상관없이 금지된다. 허용되는 야외활동도 반드시 1.8m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4. 공원도 문을 닫을 것이다. 모든 야외 집단 운동은 금지된다. 자전거나 조깅은 가능하나 반드시 1.8m 룰을 지켜야 한다.


5. 대중교통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이용하고 반드시 위생과 1.8m 룰을 지켜야 한다. 


6. 환자의 경우 병원 치료 등 아주 제한된 외출만 가능하다.


7. 젊은이들도 반드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위에 나열한 비필수적 모임은 할 수 없다. 


여기에 더해 뉴욕주는 늘어나는 환자 수용에 대비한 병상 확보를 위한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맨해튼에 위치한 하비스 컨벤션센터를 비롯해 주립대인 스토니 부룩 대학 등 뉴욕 주 네 곳이 임시 병원 부지 건설 장소로 지정됐다. 이 곳엔 각 각 250개, 총 1,000개의 병상이 지어질 것이고 이 작전엔 육군 공병대가 투입될 예정이다. 이 곳의 장비와 직원은 재난관리국 Fema의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쿠오모 주시사가 예상한 필요 병상의 숫자는 11만 개다. 뉴욕주는 현재 5만 여개의 병상만이 확보됐다고 했다. 


불과 몇 달 전, 중국 우환에서 실시된 통행금지와 초스피드 병원 건설 등의 모습이 지금 미국 뉴욕주에서도 그대로 재현되는 느낌이다. 중국과 한국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 두 달 가까이 전염병의 '쿠션' 역할을 해줬음에도 이제야 부랴부랴 그 전철을 밟고 있는 현재 뉴욕의 모습이 안타깝고 불안하다. 


"하루 종일 눈물만 나요." 


뉴욕주의 '외출금지' 명령 하루 전인 3월 21일 토요일 맨해튼의 풍경은 낯설었다.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걸어야 했던 브로드웨이며 아메리카 거리가 한산하다. 새벽부터 한 밤중까지 인파로 가득했던 Time Square가 썰렁하다. 모든 뮤지컬과 연극도 중단됐다. 박물관과 도서관도 문을 닫았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전광판 광고들이 화려하게 불을 밝히고 있지만 볼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34번가의 Macy's 백화점도 문을 닫았다. 언제 열릴지 기약할 수 없는 폐점이다. 길가의 상점들도 굳게 셔터가 내려가 있고 Shack Shack 버거를 비롯한 음식점들도 매장 조명을 낮추고 의자를 탁자에 올려놓은 상태에서 To-Go나 전화 배달만 받고 있다. 그나마도 예전의 1/30도 안돼 보인다.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주에 위치한 모든 비 필수 사업장에 영업 중단 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급작스런 명령에 스몰 비즈니스 운영자들은 날벼락이 떨어졌다. Sephora나 Starbucks 같은 대기업 매장은 물론 수십만 개의 소규모 가게들도 강제로 다음 조처가 있을 때까지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렌트비와 인건비, 기본 유지 비용 등 고정비 지출은 그대로인데 가게 문은 닫아야 하는 것이다. 중단 명령을 어길 시 엄청난 벌금이 부과될 수 있기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렌트비를 지불하고 있는 이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지침에 따라야 한다. 


며칠 전 맨해튼 너머 저지시티의 한 1달러 샵엔 $30,000짜리 벌금 티켓 세 장이 날아왔다. 평소 $2.99에 팔던 알코올을 $6.99에 팔았다는 내용이었다. 시가 선포한 비상시국에 영리를 취하기 위해 가격을 올렸다는 것. 사재기 정국에 폭리 방지와 다른 상점에 대한 반면교사를 위한 것이라는 의미에서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하루 매출 $1000도 되지 않는 스몰 비즈니스 업자들에겐 전대미문의 힘든 시기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이들의 속풀이를 풀어놓는 사이트엔 눈물겨운 사연들이 많다. 어렵게 식당이 자리 잡아가려는 찰나에 날벼락같은 요즘이라는 얘기나 렌트비며 외상 재료비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하소연, 코로나때문이라면서 오늘 아침 레이아웃 통보를 받았다는 등의 사연들이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가게 문 닫고 하루 종일 눈물만 흘리고 있다는 이도 있고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 소식을 여기저기 묻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도 딱 부러지는 대답을 해 주지 못한다. 그건 전염병 확산에 당황하고 있는 미국 연방 정부나 각 지자체도 마찬가지 같다. 


지금이 시작? 불안한 시민들 


사재기가 정부 조치에 대한 불신과 불안함에 대한 표현이라고 한다면 총기 구입은 두려움의 표현일 것이다. 뉴스에선 화장지 구입자들처럼 총기상 앞에 줄 서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평소 유명 체인점의 경우 목수를 고용해 매장 입구와 쇼윈도를 두터운 나무판자로 막는 공사를 하고 있다. 폭동 발생 시 유리를 깨고 물건을 훔쳐가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에서다. 


오늘 뉴스에선 현재 발표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보다 실제 환자 숫자는 11배가 많을 것이라고 콜롬비아대 논문을 인용했다. 이 사태를 정부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한 지표이다. 총기 허가증 발행이 지난 1월-3월 사이 223% 늘었다.


물자가 풍부하기로 세계에서 첫 번째였던 미국의 병원에선 연일 마스크와 방진복, 하다못해 면봉의 부족을 호소 중이다. 방송에 나온 국가 재난기구 FEMA 대표는 부족분의 숫자를 비롯해 가시적인 대책이나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  무엇보다 매일 기자 브리핑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르는 이 전염병의 이름은 "Chinese Virus"다. 기자들이 문제를 제기해도 그는 코로나나 코비드 19가 아닌 '차이니스'를 강조한다. 이미 곳곳에서 아시아인들을 향한 폭행과 폭언 소식이 들리고 있다. 하지만 이 사태가 더 악화되어 비어버린 슈퍼 매대와 그것조차 살 돈 없는 이들, 거기에 공권력의 공백이 시작되면 어떠한 아수라장이 될지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미 교도소에까지 옮아간 전염병 대책으로 경범죄자들을 풀어주고 있다는 소식에도 마음을 다잡게 된다. 


2001년 9/11 당시 뉴욕은 엄청난 충격의 한 복판이었지만 오래지 않아 그 상처는 회복되었다. 민관군 모든 이들이 일치단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020년 3월 뉴욕의 상황은 가름할 수 없는 칠흑 속이다. 과연,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대통령과 주가 폭락 전 소유 주식을 매도한 의원들이 있는 의회가 전대미문의 상황에 부딪친 지자체들과 함께 시민들을 다독여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인가 묻고 싶다. 뉴욕이 멈춘 첫날, 절로 기도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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