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의 불평등

by 휴찬

긴 무명 시절을 견디고 스타가 된 연예인. 어려운 가정환경을 딛고 국가대표로 발돋움한 운동선수. 빚더미에 시달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수성가한 창업인.


미디어는 이런 사람들의 인생을 조명한다. 그리고 포커스는 늘 ‘고생한 경험담’을 비춘다.


그걸 접하는 사람들은 위안을 얻는다. 현재의 고생이 미래의 결실을 가져다 줄 거라는 희망을 품는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며 현재의 고생을 멈추지 말자고 서로 격려한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을 사실명제로 받아들인다. 성공한 자의 고생은 ‘훈장’이 되어 빛날 것이라 믿는다.

<Image from Pixabay>


하지만 현재의 시스템 안에서 '성공'이라는 의자는 한정 생산품이다. 수십만 명의 연예인 지망생들 중에서 고작 몇십 명, 많아봤자 몇백 명만이 스타의 반열에 오른다. 수십만 명의 학생 운동선수 중 상당수가 성인이 되면서 중도에 운동을 포기하기도 한다. 빚더미에 시달리는 창업인 대다수에게는 파산을 선고하고 재기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고생’이라는 것은 보편적 경험이다. 타고난 금수저가 아니라면 누구나 고생하는 시간을 거친다. 그 중 미디어의 조명을 받을 만큼 결실을 맺은 이들보다 빛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존재한다. 성공한 소수의 고생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여전히 고생 속을 헤매는 다수의 아픔은 늘 무대 뒤편에 방치된다. 미디어가 조명하고 있는 누군가의 ‘훈장’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처절한 현재’이자 ‘잊고 싶은 상처’일 뿐이다.


고생을 전시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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