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고전희곡 공연을 관람하는데, 유난히 대학생 관객이 많아 보였다. 얼핏 그들의 대화를 들으니 대부분 전공자인 듯했고, 교수의 추천(혹은 강요?)으로 삼삼오오 관람하러 왔다는 사실을 그들의 대화에서 눈치챌 수 있었다.
마침 옆자리에 단짝친구로 보이는 대학생 두 명이 앉았는데,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이것도 졸리면 어떡하지?"라고 지레 겁을 먹고 있었다. 서서히 객석등이 어두워지더니 이윽고 막이 오르고야 말았다. 그 두 학생의 걱정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단 5분이면 충분했다. 어느새 두 사람은 숙연한 자세로 눈을 감고 무대에 묵념하고 있었다.
내 입장에서도 충분히 일정 수준의 '올드함'은 감수하고 보러 온 공연이다. 안타깝게도 '올드함'은 그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배우의 연기나 연출력이 엉성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올드한 작품에 올드한 무대, 그리고 올드한 구성은 20대 초반 관객들의 눈꺼풀 무게를 절대 이겨낼 수 없었다.
그래도 옆자리의 두 친구는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한 명이 졸면 다른 한 명이 친구의 손을 꼬집거나 팔을 흔들며 깊은 잠에 빠지지 않도록 공연 내내 서로를 격려했다.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 몸도 비틀어보고 다리도 올려보는 과정에서 옆 학생의 발이 몇 차례 내 신발과 툭툭 부딪히는 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코믹한 장면이 나오면 언제 졸았냐는 듯 해맑은 웃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분명히 자신들의 의지가 100% 반영되지는 않았을 힘든 관극. 몇십 분간 계속되는 교장 선생님의 훈화를 부동자세로 들어야 했던 초등학생들의 모습이 연상됐다. 읽고 싶지도 않은 책을 일방적으로 선정하고서 독후감을 리포트로 제출하라고 했던 교수에게 반항심을 느꼈던 내 모습도 떠올랐다.
무대 위의 배우들은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랴, 전공 학생들도 힘들어하는 고전 부조리극의 한계를.
무대 위엔 부조리극을 열연하는 배우들. 객석 위엔 잠을 간절히 원하는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는 부조리한 관객들. 이렇게 극장은 무대와 객석 할 것 없이 부조리로 가득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