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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영신 Apr 08. 2023

간단 살림#2. 매일 장 보는 요즘

가벼운 살림, 건강한 식탁

요즘 매일장을 본다.

장을 보는 기준은 한 가지이다.

'오늘 먹을 것인가?'


야채나 과일은 물론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도, 젤리도, 아이스크림도 되도록 이틀이상의 분량을 구입하지 않는다.


매일 장을 보면 적은 양을 구입하기 때문에 하나를 사더라도 더 맛있고 건강한 식품을 구입하는 것도 좋고 의외로 일거리도 적다.


매일 조금씩 장을 보는 것에서 제일 좋은 점은 건강한 식단이다. 내일 먹고 싶은 것을 오늘 저녁에 구비하거나 오늘 아침 오늘 저녁 찬 거리를 구비하다 보니 우리 집 식탁은 늘 신선하다. 요즘 우리 집 핫템중 하나인데, 쑥을 사다가 깨끗하게 손질하여 찹쌀가루에 버무려 구워 먹으면 부침개와 떡 그 중간 어딘가인데 간식도 되고 식사도 되고 오묘한 맛이다. 이런 재미는 신선할 때 먹어야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다음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집집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비용이 적게 든다. 초대형마트인 코**코도 좋아하는데 여기서 물건을 구입하면 나는 먹거리가 우리 집에 너무 많이 쌓여있다는 것만으로도 꽤나 부담이 된다. 그래서 일부러 그 식재료만 가지고 요리를 해 먹으려 한다든지, 나눔을 하는 경우도 잦고 종종 가족들에 입맛에 맞지 않으면 냉장고 속 어딘가에서 헤매던 식재료는 운명한다. 낭비 없이 싹싹 먹는 소비생활은 단품만으로는 비싼 가격을 주는 것 같지만 보람 있기도 하고 실제로 가계부를 비교해 보니 식비가 줄었다.


마지막으로 일거리가 줄어든다. 일거리가 준다는 부분에선 많은 동네 엄마들을 동의하지 못했다. 그렇게 매일 나가서 장을 보는 것이 더 일거리라고 이야기하는 쪽이 조금 더 우세했다. 그런데 나는 어차피 집에 가만히 앉아 있는 걸 매우 싫어하는 타입이라 아이들이 없는 오전 4-5시간 중 한 시간은 운동을 하고 바쁘게 청소를 하거나 나가서 돌아나니는 일이 잦다. 매일 루틴처럼 운동을 하고 하루 일과를 작성하고 간단히 청소를 마치면 산책 겸 장을 보러 간다고 생각하니 하루 20-30분이면 충분하기에 만족스럽다. 오히려 차를 타고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그것을 다시 차에 싣고 돌아오는 작업이 나에게는 더 번거롭다.  많은 양을 구비해 오면 소분하기 바쁘고 제대로 소분하지 못하면 그것이 다시 쓰레기가 되는데 그것을 처리하는 것도 일거리일 뿐이다. 요구르트 같은 경우도 우유 900미리 하나와 불가리스나 바이오를 하나만 사와 따뜻한 물에 요구르트를 만든다. 떨어질 때마다 만드니 냉장고에 오래된 요구르트가 쌓일 일도 없고 하나씩 뜯어먹는 요구르트통을 씻고 버리는 수고도 적어 나는 이 것이 좋다.


조금씩 사다 먹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건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부터이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에는 작은 상점이 많다. 개인이 운영하는 개성 넘치는 상점들도 즐비해있다. 크로와상만 전문으로 하는 가게, 두부만 제조해서 파는 두부가게, 깔끔하게 운영되는 반찬 점 등등 특색 있는 가게들이 많은데 이곳에서 원하면 언제든지 한 두 개씩 구입할 수 있기에 많이 쌓아두지 않아도 먹거리 걱정이 적다. 게다가 대형마트까지 가지 않아도 동넨 할인마트부터 한살림이나 총각네 같은 매장이 잘 구비되어 있어 내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품목만 가게마다 정해 구입하기도 용이하다.


사실 이 집으로 이사오기 전까지는 늘 대형마트에서 일주일 치의 장을 봤던 것 같다. 아이들과 카트를 타고 돌며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집어 카트에 담아내고 그냥 그것이 일주일 치 먹거리였다. 그러다 보니 많은 양에 중간에 먹고 싶지 않아 져 미뤄두다 다 못 먹고 버려내는 일도 많았고, 요리가 가공식품위주로 치우치는 느낌도 자주 받았다.


이런 습관이 들고 보니 냉장고 큰 것도 굳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 보니 부엌의 공간이 꼭 컸으면 하는 생각도 줄었다.


내 주변에서 매일 사서 만들 수 있는 신선한 재료를 구할 수만 있다면 나에게 실내공간은 더 가벼워도 좋았고 더 건강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세상의 관점으로도 더 자유로워진 가벼운 사람이 된 것 같다.

냉장고도 가볍고, 마음도 가볍고, 나의 일상도 가볍고, 생각도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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