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영신 Jan 03. 2024

일상에세이#12. 남편이 입원했다.

적대관계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

남편이 입원했다.

간호병동서비스를 무조건 이용해야 하는 병원의 지침 탓에 남편을 병실에 두고 쿨하게 돌아왔다.


남편 잘 있어! 우리 내일 만나!

하고 돌아서서 운전할 기운이 나지 않아 주차해 두고 버스로 향했다.


괜찮을 걸 알면서도 괜스레 눈물이 주르륵 났다.


스무 살부터 인연이 돼 인생의 반을 함께 한 나의 남편과 결혼 후 출장과 같은 업무를 제외하고 떨어져서 하루를 보내본 게 처음이다.


항상 나의 스케줄에 동조해 주고 동행해 주는 남편을 만난 탓에 혼자 길을 나섰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까 두려워하는 나의 겁쟁이 성격 탓에 우리 둘은 떨어져 본 일이 없었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남편이 아픈 것이 나의 희로애락을 한 번에 삼켜버린 탓은 아닌지 미안하고 안타까웠다.

당장 서울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타니 속상했다.


나도 우아한 인간이고 싶다.

억세고 생활력 강하고 화가 많은 나 말고 언제든 우아한 목소리로 말하고 웃고 여유 있는 사람이고 싶다.


어찌나 생활인이지 땅바닥에 발바닥이 강력접착제로 달라붙어 억세고 억세 졌다.


글을 쓰는 동안 잠시

구름을 탔고

잠시나마 나는

탈피한 내 모습과 마주했는데


순식간에 글에도 나의 현실이 잠식했고

분노와 화가 치밀었다.


각종 화 중에 가장 쉽게 떠들어댈 수 있는 시댁이야기들이 나열되었다.


더 이상 이런 이야기들을 쓰지 않으련다.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었던 일이 되고 아무도 나의 상처를 모르는 것이 모두가 아는 것보다 낫다.


남편을 병상에 두고 나오는 내 마음에

왠지 모를 쓰라림이 돋으며 이런 생각들도 돋아났다.

작가의 이전글 일상에세이#11.2024년 숨 쉬고 싶어 글을 쓰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