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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영신 Apr 12. 2023

시댁EP3. 아들아 그 양파즙 먹지마라.

돌려까기의 정석

시댁에서 그러거나말거나(가 아니라 꽤나 분노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나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남편과 종종 외식도 하고 야식도 먹고 각자의 일에 지쳐 돌아와 영화를 보고 맥주와 과자 혹은 집 앞 순대가게에서 따끈한 순대를 떨이로 가득사다 먹는 일상을 이어갔다.


결혼 후 일년 쯤 지났을까? 임신은 내가 했는데 남편의 배가 술술나오는 것이 못내 걸렸다.

일말의 죄책감도 느껴졌다.

양파즙을 주문했고 임산부인 나도 먹을 수 있게 믿을 수 있는 제품일까 꽤나 많이 알아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말아침, 간단히 아침을 먹고 마무리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왔다.


어.머.님.

휴대폰에 떴다.


"네, 어머니!"

"어, 잘지내니? 연락이 뜸해서!"

"아...네! 잘 지내요~잘 지내셨죠?^^“

기타 등등의 무의미한 대화들이 오갔고, 어머님은 본인 아들이 요즘 살이 좀 찐것 같으니 같이 관리도 해주고 운동도 좀 시켜달라는 부탁아닌 부탁을 해 오셨다.

성인이니 알아서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네 어머니 안그래도 양파즙 같이 먹고 있어요."

0.5초정도의 정적이 흘렀고.

"너가 집에서 찐거야?"

"네?아니요 주문했어요."

"아...그랬어? 알겠다. 다시연락할게!"


뭔가 쎄한 느낌이었지만 우리의 전화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잠시후 남편의 휴대폰이 울렸다.

어.머.니

남편은 화장실에서 나오는 길이었다.


"오빠, 어머님께 전화왔어."

"어, 스피커폰으로 좀 받아줘!"

"응"

"아들아! 엄만데 그 양파즙말이야~"

하는데 남편은 스피커폰을 끄고 방으로 들어갔다.


요지는 양파즙 산건 믿을 수 없고 먹지 않으면 며느리가 삐질테니 먹는 척하고 버리라는 거다.




나는 남편에게 양파즙이 아닌 독약을 주고있었나?


나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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