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담채라이프#14.휴담채 라이프

각자의 미니멀라이프로 살아가기:나의 미니멀라이프는 당신의 것과 다릅니다.

by 채영신

<나는 최소주의자입니다.>


비워진 것의 미학적 아름다움.

나는 최소주의자이다.

미니멀리스트랑 같은 뜻, 다른 언어라지만 어쩐지 미니멀리스트라는 말보다는

최소주의라는 말이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 더 맞는 것 같아 나는 늘 최소주의자라고 말한다.


단순하게 살고 싶고 여백이 주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버리는 것 자체에 목적을 두고

없애면 없앨수록 좋다기보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 최소의 양으로

할 수 있는 한 충분히 질 좋은 물건을 갖추고 살아가고 싶다.


<비우는 삶 속에서 마주한 자가당착>


연말이 되면 쓰기 좋은 물품들은 모아서 기부처를 잘 나누어 기부한다.


작은 생활을 하고자 하는 나는 자주 자가당착에 빠지곤 한다.

코로나가 완연했을 2020년,

사람들의 욕심이 만든 기후위기와 함께 온 전염병인 것 같아 분노했고

조금 더 친환경적인 생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친환경적인 생활에 빠지다 보니 오히려 이것저것 친환경적인 물품들을 사들이고 테스트하는 나를 발견했고 어쩐지 내 모습이 가증스러웠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나의 생각이 어쩌면 또 다른 형태의 욕심일지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친환경라이프와 최소주의에서도 경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결국 나만의 균형을 찾아가는 일>


매일 정리하고 비워내고 채워지는 우리 집 작은 팬트리

4인가족의 살림을 꾸려가면서 매일 토하듯 쏟아지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또 정리했는데

이 과정에서 버릴 물건들도 다시 또 게워내듯 쏟아졌다.

우리 집은 깔끔해졌지만 어쩐지 지구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나는 최소주의의 생활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발전만을 강요하는 세상, 더 많은 물건을 갖추고 살아가라는 자본주의의 외침에서 중심을 잡고 내가 원하는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더라도 내가 손해 보는 느낌이 있더라고 덜어내고 비워내며 나의 취향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생산품이 쏟아지는 현대사회에서 더 면밀하게 나의 취향 나의 호흡 나의 정체성을 찾는 일은

장기적 관점에서 친환경적인 라이프로 이어질 수 있다.


<4인가족도 최소주의자가 될 수 있다>



네명에게 각자의 자리를 허용한 최소주의 하우스 휴담채

온라인상에서 보이는 많은 미니멀리스트들은 1,2인 가족이 많고 여러 구성원이 함께 있는 미니멀리스트의 경우 극단적으로 정돈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1,2인으로 구성된 모습이 도드라지게 보이는 것은 자신의 삶의 방식을 고수하기가 유리하고 사람들에게 시각적으로 더 정돈된 공간을 보이기에 용이하기 때문도 크다고 생각한다. 나도 한 때 사사키후미오와 같은 최소의 삶이 주는 해방감을 느끼고 싶어 비우고 비우고 비워냈지만 4인가족이 이렇게 완벽하게 통제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정확히는 할 짓이 못된다는 표현이 더 맞았다.

성장하는 아이들의 식생활과 어른들의 식생활이 다르고 아이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관점을 잡아가는 데에 필요한 물품들은 허용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온 가족 책상이나 옷방 등등 다양한 구도로 시도해 보았지만

4인가족은 한 집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공용공간과 개인공간이 분명한 경계를 갖추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야 모두가 함께 정돈하고 비워낼 것과 다른 사람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을 것에 경계가 지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는 각자의 책상을 구비하고 있고 아이들 방에도 전신거울을 설치했지만


나는 여전히 최소주의자이다.


내가 어릴 때 보던 책들을 비우고 나의 보석함에서 주얼리를 매일매일 정말 잘 착용할 것들만 선별하는 작업들에 거리낌 없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각자의 공간과 영역을 인정해 주고 가족들의 동선이 엉키지 않도록 정돈하는 것에 필요한 물품을 들이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너그럽다.


중요한 것은 우리 집에 있는 물건의 절대양보다 그 물건에 부여된 가치이며 사용성이다.


휴담채에서의 미니멀은 적게가 아니라 '맞게' 갖추는 일이며 누가 더 비웠나 경쟁하지 않는다.

나는 나대로 당신은 당신대로 살아도 좋다.


<<오늘의 휴담채노트>>


-미니멀은 '적게'가 아니라 '맞게'사는 일

-최소주의는 누가 더 비웠는가를 겨루는 일이 아니다.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살아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