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한 그릇#3. 아무말도 없이

그렇게 그렇게

by 채영신

해진은 밝게 인사하는 그 생명체에게

무엇이라 말해 주어야 할지 몰라


빨간 국물에 수저를 넣고

연신 휘휘 저었다.


남의 집 신생아를 처음 본 날처럼

그 여린 생명체에게 나 이런 어른이 되었노라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인내의 날들이 모여 홀로서기의 날이 올 거라 믿던 그 어린아이에게

참는 날들이 모여 더 꿋꿋이 참는 어른이 되었다고 말하지 못했다.


단지 한편으로 나를 필요로 하는 어른이 아닌 나에게 필요한 어른이 될 수 있는 지금이라 행복했다.


열다섯의 해진은 해진을 찾는 어른 말고

해진이 찾고 싶은 어른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폭탄돌리기 같은게 인생아닌가.

어른들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다음 세대의 무한한 물음표를 던지듯

성실한 아이에게 열심히 폭탄을 쌓았다.


아이가 침잠했지만 어른들에게 알바 아니었다.


바삭한 김과 따끈한 하얀 밥을 그리고 그때의 나는 유쾌해하지 않았던 선지국밥을 나에게 건넸다.


“먹어. 맛있다.”


마흔의 해진은 열다섯의 해진에게

‘네가 구할 수 없어. 노력하면 바뀔 거라 생각하는 건 믿음일 뿐이야.

너의 노력값은 그냥 당연한 걸로 수렴하는 중이야 ‘고 말할 수 없었다.


기억을 더듬으니 내 앞의 해진이 필사적으로 탈출하려던

가족들의 불화와 불행이

해진의 눈과 귀를 가리고

성장을 멈추게 했을지라도

해진은 그 안에서 겨우 팔딱팔딱 숨을 쉬고 있었기에


알고있지만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사실을 말해주는 순간

열다섯의 해진이 사라져 버릴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


대신 좋아하는 김에 밥을 싸서 건네는 것으로 대신했다.


열다섯의 해진은 김에 밥을 싸서 무말랭이와 함께 야무지게 먹었고

마흔의 해진은 선짓국을 조금씩 떠먹으며 말없이 그렇게 그들은 허기를 채웠다.


와사삭 부서지는 돌김과 오도독 무말랭이를 먹으며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자!”

아무 말 없이 밥을 다 먹고 둘은 각자의 전쟁터로 향했다.


마흔의 해진은 열다섯의 해진을 놓아주기 어려웠지만

저 아이가 있어야 내가 있다는 걸 알기에 묵묵히 돌아섰다.


무거운 해진의 어깨에

비겁한 어른하나가 추가된 것 같았지만


마흔의 해진 역시 그저그런 비겁한 어른이고 지금을 지키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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