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10월 1일부터 17일까지 ]
집에 처음 턴테이블을 들였습니다. 음악 좋아하고 음반을 수집하는 사람의 얘기라고 하기엔 좀 황당하고 어이없을 수도 있겠습니다.
평소 음반은 시디(CD)로 구매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지갑 사정 고려해가며 선택적 소비로 집에 한둘씩 들여놓기 시작한 게 지금은 방 한 면을 모두 내줘야 할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음반 천 장을 넘기면서는 내가 얼마나 가졌는지 헷갈리기도 하고 궁금하지도 않게 되어서 잘 세지 않고 수량에도 크게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습니다. 시디가 빼곡히 담긴 진열장을 볼 때마다 느끼는 흐뭇함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문제는, 지금은 그게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겁니다. 음질, 수명 등에서 어느 매체보다 우수하다는 시디가 디지털 매체가 대중화되고 실용과 구독에 가치를 두는 경향에 밀려 돌연 거품 사라지듯 시장에서 물러났습니다. 그 흐름 속에서 의식적으로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수집 품목으로 엘피(LP)에 눈을 돌리더군요. 물론 예전부터 엘피를 수집하는 애호가는 많았습니다만, 범대중적으로 열풍을 일으킬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지금은 시디를 아예 만들지 않는 음악인도 다수입니다. 그래서 요즘엔 허망한 느낌이 들 때가 잦아졌답니다.
때마침 누군가 턴테이블을 선물하면서 감정이 매우 복잡해졌습니다. 수집한 시디의 덧없음과 동시에 새로운 매체를 향한 욕구가 봇물 터지듯 샘솟을까 두려웠기 때문이죠. 엘피는 가격도 상당합니다. 지금은 소장에 의미를 둔 엘피 몇 장이 전부인데,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어쨌든, 의도치 않게 손에 들어온 물건을 들여놨습니다. 블루투스 연결이 가능한 제품이라서 집에 있는 액티브 스피커에 연결해 감상해보니 그 새로움에 약간 흥분이 됩니다. 일단 즐기려고요. 좀 부끄럽기도 합니다. 음반을 상당수 수집하는 음악 애호가라 자처했지만, 턴테이블에 관해선 젬병이거든요. 모자란 구석이 많은 헛똑똑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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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Log] 턴테이블 개봉 + 모닝 루틴
2021년 10월 1일부터 17일까지 들었던 최신 앨범을 소개합니다.
앤더슨 이스트(Anderson East)는 자신을 포함한 다양한 인간 군상의 삶을 들여다보고 느낀 바를 노래합니다. 음악적으로 데뷔 때부터 지닌 예스러운 리듬 앤 블루스(Rhythm & Blues) 기조를 유지하면서 더욱 다양한 형식으로 뻗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게 직접 천사를 보내준 하늘에 고마워요.
Thank you for sending me an angel straight from Heaven.”
- Cleo Sol 〈Heart Full Of Love〉의 가사 中
밴드 솔트(Sault)에서 활약 중인 클레오 솔(Cleo Sol) 역시 두 번째 음반을 내놓았습니다. 아이를 안은 모습의 커버아트와 앨범 제목에서 느껴지듯, 누구에게나 사랑 충만하고 따뜻한 음반이 될 듯합니다.
‘로지 로우(Rosie Lowe)’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새(Bird)’입니다. 지난 앨범 『YU』(2019)에서 유난히 새가 많이 언급되었기 때문입니다. 전부터 노랫말로 원숙미를 드러낸 그녀가 이번에 그 모습을 더욱 자명하게 해주는 듯한 믹스테이프(Mixtape)를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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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Anderson East 『Maybe We Never Die』
[Album] Cleo Sol 『Mother』
[Album] Rosie Lowe 『Now, You Know』
‘전설’이라고 해도 유난스럽지 않은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의 새 앨범 소식은 마냥 반갑기만 합니다. 여전히 ‘흥’을 노래하는 그들에게 존경을 보냅니다. 비록 리즈 시절만큼의 반짝거림은 덜할지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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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ool & The Gang 『Perfect Union』
2019년 그룹의 구성원 멜빈 에드먼즈(Melvin Edmonds)의 사망 소식은 향후 애프터 세븐(After 7) 활동에 큰 영향을 줄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대니얼 맥클레인(Daniel/Danny ‘SkyHigh’ McClain, 이하 대니 맥클레인)이 빈자리를 채우고 새 앨범을 냈습니다. 음악 형식도 지난 앨범처럼 과거를 우직하게 이어갑니다. 대니 맥클레인의 노래 솜씨는 의심할 여지가 없더군요. 다만, 음색만 바라볼 때 머릿속에 의문 부호가 뜨는 게 사실입니다. 미성의 케본 에드먼즈(Kevon Edmonds)와 상반된 음색으로 균형을 잡아주던 멜빈 애드먼즈의 역할을 끝내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듀오 디비젼(Division)은 유명 래퍼 타이 달러 사인(Ty Dolla $ign)과 합심해 ‘90년대의 기운을 현실화했습니다. 분위기도 그러한데, 각 트랙에서 발견되는 샘플링은 알엔비(R&B)에 심취한 이의 소회를 들추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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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After 7 『Unfinished Business』
[Album] DVSN & Ty Dolla $ign 『Cheers To The Best Memories』
알리 샤히드 무하마드(Ali Shaheed Muhammad)와 에이드리언 영(Adrian Younge)은 재즈(Jazz)를 좇는 이들을 머쓱하게 하거나 마뜩잖게 할 만한 공격적인 제목을 들고 여러 음악인과 함께 시리즈물을 이어갑니다. 벌써 여덟 번째 프로젝트로 들어서는데, 이번엔 브라이언 잭슨(Brian Jackson)을 주인공으로 소울(Soul), 힙합(Hip-Hop), 재즈를 수렴하는 빈티지적 변주를 이어갑니다.
뉴질랜드 밴드 팻 프데디스 드롭(Fat Freddy’s Drop)은 재즈, 블루스(Blues), 레게(Reggae), 아프로 훵크(Afro Funk) 등 다양한 형식을 담은 앨범 『Wairunga』를 발표했습니다. ‘와이룽가’의 뜻이 궁금해 찾아보니, 뉴질랜드의 응가티 카후구누(Ngāti Kahungunu)라는 지역에 위치한 곳의 지명이라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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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Brian Jackson, Ali Shaheed Muhammad & Adrian Younge 『Jazz Is Dead 008』
[Album] Fat Freddy's Drop 『Wairunga』
‘90년대 이후로 알엔비는 힙합과 늘 동일 선상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거엔 서로 회심의 일격으로 가미돼 짜릿한 맛을 보여주곤 했지만, 지금은 양자의 오고 감을 구태의연한 일상처럼 받아들이곤 합니다. 블루스태프(Bluestaeb)가 발표한 『GISEKE』도 동일한 느낌 아래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합니다.
캡약(Capyac) 또한 일렉트로닉(Electronic)에 디스코(Disco), 알엔비를 버무렸습니다. 이전에 몇 음악인이 만든 흐름에 추수하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지만, 기어코 듣고 즐기게 만드는 매력을 발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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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Bluestaeb 『GISEKE』
[Album] Capyac 『Forever』
본 두 앨범도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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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Marcos G 『Looking For Something』
[Album] Guordan Banks 『A Song For Everyone』
▶ 믹스 감상하기
- 토미 드바지(Tommy DeBarge, 1957~2021): 밴드 스위치(Switch)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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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 Switch 〈I Call Your Name〉 of 『II』(1979)
- 레지 하기스(Regi Hargis, ~2021): 밴드 브릭(Brick)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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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 Brick 〈Dazz〉 of 『Good High』(1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