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휴레스트 Feb 14. 2018

당신의 뮤즈는?

18.01.21 한가람 미술관-그대, 나의 뮤즈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한창 영상 전시가 진행 중이다. 롯데카드에서 주최한 '그대, 나의 뮤즈'란 전시다. 반 고흐, 르누아르, 카유보트, 클림트, 마티스 다섯 작가의 작품들을 영상으로 감상하고, 그들의 뮤즈을 살펴보는 전시다.


뮤즈라고 했을 때 처음 떠올린 것은 여인이었다. 그러나 전시를 보면서 뮤즈가 꼭 여인, 혹은 인간일 필요는 없었다는 것을 알았다. 반 고흐는 자기가 그림을 그렸던 아를, 그 작은 도시를 뮤즈로 삼았다. 르누아르와 카유보트는 반 고흐와 비슷하게 지역을 뮤즈로 삼았는데, 바로 파리다. 클림트의 뮤즈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에밀리라는 여성이며, 마지막 마티스의 뮤즈는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었다.



1.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도시, 아를


고흐의 그림을 보다 보면 풍경화가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고흐를 아는 분들은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있으니 바로 '아를'이다. 아를은 고흐가 그림을 공부하기 위해 지냈던 프랑스의 작은 도시다. 도시라기보다는 시골에 가까운 이 도시는 고흐에게 많은 영감을 선사한다. 


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

'그대, 나의 뮤즈'  전시에서 보이는 반 고흐의 아를은 그리움이었다. 거대한 스크린으로 보여주는 아를의 모습은 고흐가 아를을 바라볼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잠시나마 알 수 있게 만들었다. 아를에 있을 때 고흐는 무척 빈곤한 상태였다. 매번 동생 테오에게 돈을 꾸면서 자신의 그림을 차츰차츰 완성해 갔던 시기다. 고흐의 편지를 보면 테오에게 아를에 살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이 나온다.  


되도록 빨리 색채와 햇빛이 풍부한 남부에서 지낼 계획이다.

이 말을 보더라도 아를은 고흐에게 풍부한 색채의 영감을 주는 도시가 분명했다. 아를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고흐 특유의 강렬한 태양과 별빛 그리고 붓 터치들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2. 동일한 도시 다른 영감, 르누아르와 카유보트의 파리


고흐 이외에도 도시에서 큰 영감을 받은 화가가 있었다. 바로 르누아르와 카유보트다. 이번 전시에서 나름의 성과는 카유보트라는 화가를 알게 된 점이다. 그가 바라본 파리는 상실된 인간성을 상징한다. 

 

파리 거리, 비오는 날

카유보트의 그림은 마치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회색빛. 사람들의 표정은 굳어있다. 그의 그림을 영상으로 보면서 쓸쓸함을 더 자세히 느낄 수 있었다.


컬러는 살아 있지만 채도가 낮다. 사람들은 땅을 보고 가며, 모두들 비슷한 느낌의 옷을 입고 있다. 이 시기는 1870년도의 파리다.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많은 사람들이 실직하게 된다. 사람의 노동력에서 기계의 노동력으로 이동하고 인간적인 면보다는 기계적이고 도구화된 인간이 더 필요한 시대. 삶은 더 부유해졌을지 모르지만 마음속은 더 황폐화된 시대를 그리고 있다. 



그에 비해 르누아르의 파리는 생기, 그 자체다. 르누아르의 화풍을 좋아하는 사람은 언제나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의 그림을 보면 파티가 있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의 여유가 느껴진다. 그런 행복감이 르누아르를 나타내는 대표적 화풍으로 나타난다. 


그러면 카유보트와 르누아르는 왜 이렇게 다른 느낌의 파리를 바라보게 된 것일까? 똑같은 시대, 똑같은 혁명을 맞이 하였지만 이둘이 바라보는 파리의 모습이 다른 것은 두 사람의 위치의 차이 때문이다. 르누아르의 경우 상당히 먹고살기 좋은 위치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산업혁명으로 인해 더 이상 노동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면서도 자본이 들어왔다. 르누아르의 그림이 행복한 이유는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에 비해 카유보트는 기계에 직장을 잃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던 터였다. 그래서 그런 산업혁명이 가지는 암울함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3. 클림트의 마지막 여인, 에밀리 


클림트를 말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그림은 '키스'일 거다. '키스'는 여인과 남자의 키스 장면을 표현한 그림인데 황금빛 화려함에 눈을 떼지 못하는 작품 중에 하나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키스'말고도 주의 깊게 볼 작품이 또 있었다. 바로 에밀리가 그 주인공이다. 


에밀리와 클림트의 이야기를 조금 더 다양하게 알고 싶으면 소설 '클림트'를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이 소설은 픽션이긴 하지만 그만큼 에밀리에 대한 클림트의 관계를 유추해내기 좋은 소설이다. 클림트는 살아생전 에밀리의 그림을 4점 밖에 그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게 위에 있는 그림인 '에밀리 플뢰계의 초상'이다. 하지만 정작 에밀리는 이 그림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생명의 나무

클림트는 그는 죽는 순간까지 에밀리를 찾았다고 한다. 에밀리는 그렇게 그의 작품에 있어 직접 등장하기보다는 그의 정신을 받쳐주는 지주가 아니었을까 한다. 클림트의 동생과 에밀리의 언니가 결혼하면서 처음 만나게 된 두 사람이지만 둘 사이는 무려 400통의 편지를 오고 가며 서로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갔던 듯하다. 에밀리 플뢰게는 유명한 의상 디자이너가 된다. 



4. 고양이를 사랑한 예술가, 앙리 마티스


현대에 유명한 예술가를 뽑으라면 몇몇은 앙리 마티스를 손에 꼽을 거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단순하면서도 상징적이고 획기적이다. 그는 종이 자르기 기법으로 사물을 단순화하여 표현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그의 작품뿐만 아니라 그의 뮤즈다. 마티스의 뮤즈는 앞서 말한 지역도, 연인도 아닌 반려동물 고양이다. 

사진에서 보듯이 그의 작품을 전시한 공간 곳곳에 저런 고양이의 형상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마티스는 세 마리의 고양이를 키웠는데, 각각 '미누쉐', '쿠시', '푸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이 세 고양이는 건강이 악화되어 침대에서 외롭게 지낼 수밖에 없는 마티스에게 행복이라는 것을 맛보게 해주었다.



전체적인 총평


앞서 말했지만 뮤즈란 단순히 연인이 아니다. 예술가라면 그 속에 있는 예술혼을 불사르게 만드는 존재가 곧 뮤즈다. 이 전시의 마지막을 보면 예술가가 나에게 해주는 한 마디라는 코너가 있다. 각자 거울 앞에 서 버튼을 누르면 랜덤으로 예술가의 명언이 나온다. 내가 뽑은 명은은 아래와 같다. 누구나 숨어 있는 예술혼이 있을 거다. 단지 그것이 발현되는지 안 되는지의 차이일 뿐. 그리고 그 예술혼의 발현은 결코 혼자서는 이룰 수 없다는 점을 이번 전시에서 느끼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언제나 걸어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