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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레스트 Feb 20. 2018

가공할 수 있는 아름다움

18.02.03 대림미술관 D뮤지엄-플라스틱 판타스틱

한남동 D 뮤지엄에서 플라스틱에 관한 전시를 한다. 이름하여 '플라스틱 판타스틱'.  날씨는 영하 7도로 전 날보다 포근한 상태. 하지만 전시장 앞에는 벌써부터 긴 줄이 들어서 있다. 10분 정도 기다리자 줄이 조금씩 줄어들더니 어느새 입구에까지 왔다. '플라스틱 판타스틱'이라는 이르에 맞게 전시장 입구 역시 화려한 플라스틱 장식이 반겼다.

아치형의 플라스틱 장식이 있는 줄과 아닌 줄. 두 곳에 서서 교차로 입장했다. 플라스틱 장식 너머로 보이는 전시 플래카드가 화려해 보였다. 마치 엘리스가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플라스틱이 주는 아름다움은 전시장을 들어서고 나서도 이어졌다. 지하로 연결되는 계단 위로 하얀색의 샹들리에 같은 조형이 입구의 조형과 대비를 이루며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마치 신부가 되어 천천히 미지에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

계단 끝에 여기가 다른 세계인 것을 알려주는 푯말이 있다. '신비한 게이트'라는 이름이 떡하니 적혀 있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간판. 보통 간판이라 하면 눈에 잘 보이는 위치에 다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이 곳은 우리의 일반 상식의 룰이 통하지 않는다. 떡하니 발 옆에 놓여 있는 간판을 보며 이 곳에 대항 흥미가 더 올라갔다.


계단 위에 작식된 작품의 이름

큐레이터가 관객과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에 ‘신비한 게이트’라는 작품을 놓아둔 것은 아마 위에서 말한 듯한 느낌을 받길 바랐을 거다. 우리 일상에 친숙한 소재인 플라스틱이지만, 이 소재가 얼마나 판타스틱하고 멋져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일종의 관문. 열을 가하면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고 다양한 색을 입힐 수도 있으며 광택까지 만들 수 있는 소재인 플라스틱. 그 신비한 소재의 매력에 빠져들어 간다.



1.  일상 그리고 플라스틱 


‘신비한 게이트’를 지나 처음으로 관람객을 맞이하는 건  의자다. 그것도 한 없이 투명한 의자. 얼핏 보면 얼음처럼 차갑고 또 어떻게 보면 거울처럼 투명하다. 


아티스트는 이 의자를 통해 플라스틱이 가진 투명성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다. 내부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투명함을 보여줌으로써 플라스틱이 가진 순결성을 드러냈다.



투명한 투명 의자를 지나면 꼭 우리 집 벽면을 옮겨 놓은 듯한 공간이 보인다. 이 곳에 있는 작품들은 일상 속 플라스틱을 그대로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액자가 있고 선반이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있는 여러 장식품들. 어느새 우리 일상에 들어온 플라스틱을 보여주는 공간이 바로 이 곳이었다.



2. 맞물림 그리고 플라스틱


일상의 공간을 벗어나면 다시 의자가 나온다. 그런데 이 의자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의자들과 사뭇 다르다. 꼭 어릴 때 하던 장난감처럼 서로 맞물려 있다. 어디에도 못질을 하거나 접착제로 붙인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단지 서로 다른 판이 맞물려 있을 뿐.

이 작품처럼 특별한 인위적 행위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맞물림 되어서 형태가 이뤄지는 구조가 좋다. 꼭 인간관계 같은 느낌이 든다. 뭔가를 억지로 끼워 맞춤이 없는 자연스러운 맞물림. 빠져나올 수 없는 서로의 연결고리가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듯하다.


세 번째 전시 공간의 작품들은 조금 더 컬러풀하면서도 아기자기했다. 꼭 어릴 때 소꿉놀이를 하면서 봤던 소품들 같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자세히 보면 서로 연결할 수 있는 접합부를 가지고 있다. 


책상의 경우에는 다리를 떼어내 붙일 수 있으며 의자는 겹쳐서 듣받이나 미끄럼틀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런 블록 같은 재미가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꼭 우리 집에 들고 가면 장난감 집 같은 느낌을 주는 소품들이었다.



3. 분위기 그리고 플라스틱


네 번째 공간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 공간은 정원의 느낌이 강했다. 곳곳에 둘러싸인 플라스틱 전구는 마치 버섯 같은 느낌을 전해줘 영화 ‘아바타’ 속 밀림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나무 덩굴처럼 보이는 저것은 애벌레에서 모티브를 따온 책꽂이다. 다양한 형태로 구부릴 수 있어 어떤 공간에서도 자유롭게 배치가 가능하다. 실용성과 디자인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춘 작품이다. 챚꽂이 밑에 있는 작은 플라스틱 자동차가 있다. 어릴 때 놀던 장난감의 느낌을 주며 아이가 뛰어 놀고 있을 것 같은 착각을 준다.


벽 한 켠에 적혀 있는 글귀는 현재의 나의 모습을 반성하게 만든다. ‘노는 것이 진정으로 일하는 방법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일을 놀면서 하기에는 아직 나의 역량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공간에는 마치 동화 속 공간의 느낌을 주는 소품들이 많다. 난쟁이, 기울어진 소파. 그리고 고양이까지. 이런 소품들과 특유의 분위기가 카메라를 저절로 들게 만든다.



4. 화려함 그리고 플라스틱 


정원 속 플라스틱 작품을 보고 나면 다시 계단이 나온다. 이 곳을 올라가면 탄성이 터져 나오는데 그곳에서 플라스틱이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함의 진수를 보게 된다. 

특히 이 작품은 처음 우리가 ‘신비한 게이트’에서 봤던 투명하고 순결한 느낌의 플라스틱과 반대의 인상을 준다.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플라스틱의 화려함에 반하게 된다. 


마치 파티 장의 샹들리에를 보는 듯한 느낌의 플라스틱 작품을 보고 2층에 올라오면 좀 존에 봤던 화려함과는 또 다른 화려함에 반하게 된다. 바로 비비드 한 컬러의 플라스틱 때문이다. 설명에 따르면 기존의 플라스틱은 화려함보다는 실용적인 것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는 순간 예술 작품은 실용성보다는 예쁜 게 우선이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만들게 된 작품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작품들은 포스트 모더니즘에 속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5. 플라스틱 그리고 플라스틱


이번 전시를 하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공간을 꼽으라면 이 곳이 아닐까 한다. 놀이공원의 회전목마처럼 생긴 디스플레이 장소에 작품들이 올라가 있다. 위에는 접고 필수 있는 형태의 실용적인 플라스틱 작품이 있고, 아래에는 전시장에 처음 들어올 때 봤던 투명한 의자 종류가 있다. 플라스틱이 가진 화려함을 받치는 것은 그것이 가진 투명하고 순수한 성질이라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회전목마 위로 의자들이 공중에 떠 있는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다. 공중에 떠 있는 의자는 어떤 아티스트가 고안한 디자인으로, 공기만큼 가벼운 의자는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한 작품이다. 그래서 디스플레이 역시 공중에 날아가는 형상으로 되었다.



전체적인 총평


‘플라스틱 판타스틱’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전시. 처음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플라스틱이라는 소재가 너무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이기에 흥미가 돋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더 들어가 생각해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볼 수 있을 만큼 플라스틱은 대중화에 성공한 소재다. 


플라스틱의 발전은 곧 기술의 발전을 의미한다. 플라스틱 제품들이 더 가벼워지고 화려해질수록 그 소재를 만들기 위한 기술은 조금씩 발전해 왔다는 거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단순히 플라스틱 작품만이 아니라 예술, 실용성, 대중성. 기술 등 다양한 분야를 생각하면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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