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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레스트 Apr 01. 2018

한 사람을 통해 살펴본 러시아

18.03.15-닥터지바고

비유란 어찌 보면 정말 대단한 거다. 작은 것을 통해 눈 안에 담지 못하는 굉장히 크고 엄청난 것을 대신하기도 하며, 한 없이 큰 것을 사람들에게 아주 작고 사소하게 느껴지게도 만든다. 뮤지컬 '닥터 지바고'는 볼셰비키 혁명 과정에 있는 한 사람의 삶을 통해 러시아의 변혁기와 한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닥터 지바고'는 사실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뮤지컬이다. 이를 한 뮤지컬 작가가 책의 감동을 무대 위에서도 재연하고 싶어서 뮤지컬로 각색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대서사시적 소설의 느낌보다는 유리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 각색을 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러시아 혁명의 참혹함과 인간적인 면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한 유리 지바고의 노력이 여실히 보이는 극이다.


1. 유리와 라라의 만남, 그리고 전쟁

 

뮤지컬은 크게 1부와 2부로 진행된다. 1부의 내용은 소제목처럼 유리와 라라의 만남과 혁명 이전의 러시아를 그리고 있다. 이때 러시아는 독일군과 전쟁 중이었다. 하지만 이 전쟁은 사실 아무런 의미 없는 전쟁과도 마찬가지였다. 국민들의 삶은 어려운데, 상류층들은 자신들만의 대의명분을 위해 독일과 싸우고 있었던 거다. 대외적으로는 전쟁으로 인한 폭력성, 대내적으로는 상류층과 하류층과의 빈부격차로 인해 서민들의 불만을 점차 쌓여 가는 지경이었다.


유리 지바고는 이런 사회에서 상류층인 지바고 가문에 유일한 생존자였다. 자기의 아버지는 그가 어린 시절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게 죽음을 당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오랜 친구인 토냐 집안에서 같이 자라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토냐와 결혼을 약속하게 된다.


유리 지바고는 자라면서 의학적인 영역에서 많은 성공을 거둔다. 더불어 문학적인 측면에서도 세상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된다. 그렇게 유리 지바고는 자연스럽게 상류층의 부와 자유로움을 즐기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토냐와의 결혼식 피로연 중에 어떤 여인이 난입한다. 그리고 피로연의 초대손님인 빅토르에게 총으로 저격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빅토르는 중상을 입지만 죽지는 않게 된다. 그런데 웬일인지 빅토르는 그 여인의 처벌을 반대한다.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사실 빅토르를 저격한 여인의 이름은 라라. 일찍이 집이 가난했고, 빅토르에게 겁탈까지 당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자신의 애인인 파벨이 전쟁터에 떠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의 총을 그녀에게 맡기게 되는데 라라는 그 총으로 어린 시절 자신을 겁탈했던 빅토르를 죽이기 위해 달려갔던 것이다.


시간은 흘러 토냐와 유리의 결혼식은 잘 끝났고, 자식까지 낳게 된다. 그리고 라라 역시 파벨과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독일과의 전쟁은 갈수록 격해졌고, 결국 유리 지바고는 종군 의사로 전쟁터로 떠나게 된다. 더불어 파벨 역시 라라와 결혼 후 바로바로 전쟁터로 가게 된다. 하지만 라라와의 첫날밤, 파벨은 그녀가 과거 상류층 빅토르에게 겁탈당하고 자신의 총으로 그를 죽이러 갔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충격을 받고 만다.


전쟁터에서 유리와 라라는 한 번 더 재회하게 된다. 라라가 전쟁터에 떠난 자신의 남편 파벨의 소식을 알기 위해 종군 간호사로 자원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 만난 유리와 라라는 서로에게 조금씩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 장면이 뮤지컬에서 가장 평화로운 장면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러면서 알 수 없는 불안이 잠재되어 있었다. 사실 이 둘은 각자의 가정이 있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그 둘은 서로에게 끌리는 자신들을 조금씩 발견했을 거라 생각된다. 생명의 가치가  한낯 무기보다 하찮게 여겨지는 전쟁터에서 그 둘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서로의 모습에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어찌 된 일인지 전쟁이 끝나고 만다. 러시아가 전쟁을 포기한 것이다. 사람들은 환호한다. 더 이상 의미 없는 전쟁이 끝난 것이다. 전쟁터에 있던 사람들은 고향을 그리워한다. 그곳에서의 행복을 꿈꾼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알지 못했다. 고향에는 전쟁터보다 더한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2. 혁명과 사랑, 그리고 소중함


유리는 자신의 가족이 있는 모스크바에 돌아오자마자 당황하고 만다. 자신이 전쟁터로 떠나기 전과 상황이 너무나 바뀌어 버린 것이다. 상류층이 없어진 사회, 붉은 군대인 볼셰비키들이 어느새 모스크바를 점렴하고 있었다. 그들은 기존의 상류층들을 박해하며 기존에 그들이 들고 있던 것들을 빼앗았다. 그러나 유리가 보기에는 그들은 혁명이 아니었다. 다만 기존 상류층이 다른 상류층으로 바뀐 것뿐이었다. 혁명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혁명으로 바뀌어진 모스크바에서는 또 다른 흐름도 감지되었다. 바로 예전 전쟁터로 가기 전 유리 지바고가 썼던 시가 암암리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사실 그 시는 자신의 결혼식에서 총을 쏘고 사라진 라라를 보고 지은 시였다. 유리는 당시 그녀가 가진 그 사정이 몹시 궁금했고, 그렇게 사라진 그녀를 마음속으로 끝까지 잡고 있었던 거다. 하지만 그 시는 어느새 볼셰비키의 지배 아래의 사람들에게는 자유의 새로운 꿈으로 통했다.


유리 지바고는 모스크바에서 더 이상 시를 쓸 수 없었다. 이미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볼셰비키들 때문이었다. 결국 그의 부인인 토냐와 유리는 시골 마을로 떠나기로 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토냐는 곧바로 유리와 헤어지게 된다. 이미 그곳은 볼셰비키의 붉은 군대와 이에 대항하는 백색 군대의 격전지였고, 유리 지바고는 그 지역을 통치하고 있는 붉은 군대 수장 스트렐리니코프가 주목하고 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유리는 스트렐리니코프가 예전 라라의 전 남편 파벨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는 다시 풀려난다.


유리는 이 곳에서도 모스크바와 다름없는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유리를 안타까워하던 토냐는 유리에게 도서관에서라도 글을 쓰기를 제안하고, 어쩔 수 없이 도서관으로 가게 된 유리는 그곳에서 다시 한번 라라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부인인 라라와 유리의 재회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 스트렐리니코프는 유리를 다시 한번 잡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몇 년 동안 끌고 다니며 지내오게 만든다.


붉은 군대와 함께한 시간 동안 유리는 인간성을 잃어버린 폭력에 모멸감을 느끼고 결국 그곳을 탈출하기에 이른다. 탈출한 유리는 우여곡절 끝에 라라와 다시 만나게 되는데, 그녀를 통해 이미 유리의 가족이 프랑스로 망명을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혼자 있게 된 유리와 라라는 그렇게 한 동안 같이 살아간다. 하지만 곧 그들의 동거가 끝이 올 것을 알게 된다. 바로 스트렐리니코프가 붉은 군대의 손에 죽었다는 소식을 빅토르를 통해 듣게 된다. 사실 빅토르도 볼셰비키에 합류하여 그곳에서 상당한 권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빅토르의 입을 통해 들은 바로는 라라와 유리의 동거가 한 동안이라도 가능했던 이유는 스트렐리니코프가 그 둘을 보호해주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가 죽은 지금 붉은 군대는 유리와 라라를 체포하기 위해 내일이라도 쳐들어올 거라 한다. 유리는 여기서 결단을 내리게 된다. 자신은 남고 라라만이라도 프랑스로 넘어가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뮤지컬은 끝난다.



전체적인 총평


뮤지컬을 보고 나서 처음 느낀 점은 책을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점이다. 뮤지컬은 라라와 유리의 사랑 이야기가 중점이라고 했지만, 나는 유리를 통해 느꼈던 혁명의 처절함과 인간성을 조금 더 느꼈던 것 같다. 감정보다는 서사에 조금 더 매력을 느꼈던 뮤지컬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이번 리뷰 역시 순간의 느낀 점보다는 내가 느꼈던 서사의 흐름을 중심으로 적었다. 인물의 아픔을 느끼기에는 작품이 너무나 거대해 마음속에 세세한 디테일을 보기에 힘들었다.


결국 유리를 통해 혁명기 시대의 러시아를 보여주었듯, 뮤지컬 닥터 지바고는 2시간 남짓한 시간의 무대를 통해 그 거대한 작품의 우수성을 살짝 나에게 보여 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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