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의 추방-한병철
시작은 단순한 책 한 권 때문이었다. '한병철' 그가 쓴 또 다른 책 <피로사회>를 읽고 나서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사람끼리 모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니 그가 쓴 다른 책들도 다뤄보고 싶어 졌다. 그렇게 선택하게 된 책이 <타자의 추방>이다.
음.. 나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시작이 <피로사회>여서 인지 몰라도 그 그림자가 잘 벗겨지지 않았다. 오히려 책을 읽으면서 또 다른 버전의 <피로사회>를 읽는 느낌이었다.
왜냐하면 여기에 나오는 타자는 <피로사회>에 나오는 타자와 의미가 겹친다. 물론 동일한 저자가 썼기에 안 겹칠 리가 만무하지만, 너무 우려낸 느낌이 다분하다.
특히, 과잉된 긍정성을 이야기하거나 할 때는 더 끔찍이 <피로사회>의 자기 분열적 책이 아닌가 싶었다.
이 책에서 내가 읽은 가장 중요한 대목은 우리는 타자를 만들어 또 다른 나를 본다는 개념이다. 즉, 우리는 자기 자신을 인정해주기 위해서 타자라는 것이 꼭 필요하지만 그 타자 역시 자기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또 다른 나라는 개념이다. 즉 결국 우리는 나랑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어울린다는 말이 되고, 이는 <피로사회>에 나왔던 부정이 없는 무한한 긍정의 폭력성 안에 자기를 내던지는 꼴이 된다.
이런 메인 테마나 그의 주장은 좋았다. 그러나 사회 현상을 반대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논점은 <피로사회>에서 이미 봐버렸기에 그만큼 충격적이거나 획기적이지 않았다. 다만, 아 그렇구나 하고 머리를 조아리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 부분은 조금 꺼려진다. 오히려 <피로사회>를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이 책은 그의 전작에 비해서 크게 나아간 기미가 안 보인다. 오히려 '타자 추방'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 뒷부분에 하이데거 등을 인용하면서 더 어렵게 설명한듯하다. 그가 가진 특유의 날카로움이 많이 약해진 책이다.
별을 최대 5개를 줄 수 있다면 이 책은 별 2개를 주고 싶다. 주제는 좋았으나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나 어렵고 새롭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지루하고, 뻔한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글이 쉬우면 저자의 발걸음대로 따라갈 수라도 있지만 그의 책은 아시다시피 얇지만 두꺼운 책이다. 충분히 배경지식이 없고, 저자에 대한 애정이 없는 한 읽기 힘든 책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