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기의 기술 - 김하나
힘이 너무 들어간 글 만큼 부담스러운 건 없다. 하지만 힘이 너무 부족한 글 만큼 맥 빠지는 것 또한 없다.
이 책은 후자다. 처음에는 기대가 컸다. 최근에 추세에 맞춰 한 걸음쯤 천천히 가라고 말하는 책이다. 그러나 다 읽고나서는 내가 뭘 읽었나 남는 게 없었다.
이 책은 총 2부로 나눠진다. 1부는 가까이 있는 거. 일상, 가족, 직장에 관한 이야기다. 이 부분은 나쁘지 않았다. 가끔씩 공감했고, 그 이야기 속 나오는 인물들의 캐릭터들도 잘 느껴졌다. 화자만큼이나 자유분방하면서 술을 좋아해 술집을 차린 황영주라는 분과 국어 보안관인 아버지 이야기.
어릴 때 들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연애 이야기까지. 읽다보면 어느새 내 주위 사람들은 저런 캐릭터가 없나? 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드는 좋은 소재였다.
2부는 저자가 여행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기록한 내용이다. 전바적으로 이야기의 두서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맥락도 안 잡히고 누가 무슨 말을 한건지, 화자나 캐릭터도 안 잡혔다.
물론 에세이니까 서사가 굳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에세이에 공감은 필수다. 내가 이 사람의 글에 빠져들 수 있나 없나를 결정하는 것은, 화자의 이야기가 얼마나 나만의 이야기로 치환되는지다. 그런 점에서 2부는 무척 실망스러웠다.
이 책과 같은 호흡을 하는 분들에게는 좋을 듯 하나, 나처럼 스페인이나 남미를 가보지 못했고, 여행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2부는 대게 불친절한 파트였다.
이 책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뉠 것 같다. 리디북스에서 이 책의 후기를 적기 위해 들어갔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이 칭찬일색이었다. 나 같이 맘에 안 드는 사람은 아예 후기를 안 적은 듯 하다. 나만 그리 느꼈는지 이 책을 읽은 다른 분의 의견을 물었다. 그 분은 이 책을 다 읽지 못하고 덮었다고 했다. 내 앞에 너무 힘이 들어 고달파 하는 친구가 있다고 해도 이 책은 추천하지 못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