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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레스트 Oct 07. 2020

20.10.07 수요일

아침에 일어나 회사에 가고, 다시 돌아와 잠을 잔다. 그 단순한 반복만으로도 우리는 가끔 행복을 느낄 때가 있다. 특히 오랜 시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금 내가 뭐해야 할지도 몰라 방황할 때면, 그런 단순 반복 행위가 내게 얼마나 삶의 위안이 되는지 새삼 느끼게 만든다.


잠은 어쩌면 하루의 시작인 동시에 마무리인 셈이다. 오늘 하루가 끝났음을 알리는 시그널인 동시에 잠에서 깨면 또다른 하루가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잠은 오히려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보다 나에게 와닿는다.


오늘의 시작을 ‘잠’으로 정한 이유는 그 ‘잠’ 때문에 큰일이날 뻔한 사건들이 몇몇 떠올라서다. 일명 ‘늦잠’이라는 녀석이다. 늦잠은 우리가 생각하는 하루의 시작을 예기치 못하게 어긋나도록 만든다. 그래서 늦잠을 잔 당사자로서는 당황하고, 황당하고 무안함에 하루를 시작한다. 물론 휴일이나 정말 아침에 스케줄이 없는 경우에는 제외로 친다.


오늘 아침도 그런 늦잠의 기운이 싹하고 다가왔다. 분명 알람을 맞춰놓고 잠이 들었는데, 간혹 알람이 안 울렸다는 착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오늘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오늘은 유난히 꿈을 많이 꾸었다. 그런데 그 꿈이 때마침 루즈해지고 하나의 시나리오가 끝이 날 때쯤 귓 속에 때려박는 알람 소리가 들렸다. 얼릉 눈을 떠보니 내 알람이었다. 그것도 알람이 끝나기 전 마지막 울림이었다. 순간 지난 몇 번의 알림을 내가 듣지 못했다는 걸 눈치챘다. 그리고 그 알람을 못 들었던 이유가, 머릿 속이 꿈이나 생각들로 엄청 시끄러웠기 때문이라는 것도 어렴풋하게 느꼈다.


물론 사람에 따라 꿈을 꾸지 않고 깊은 수면에 빠져서 못 듣는 경우도 있지만, 오늘의 경우는 정말 꿈 때문에 머릿속이 시끄러워 청각적 신호를 제때 처리를 못한게 맞다고 생각든다.


오늘도 하루를 잠이 열어주었지만, 제발 늦잠만은 사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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