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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레스트 Aug 03. 2022

트롤

2022.08.03 매일매일 부지런히 프로젝트 - 글쓰기 part 1

동한은 이 바닥에 알아주는 업자였다. 게임이 돈이 되는 세상. 즉 P2E (pay to earn)의 시대가 열렸다. 이제 로또보다는 제대로 된 게임 아이템 하나가 더 큰 부를 가져다주었다. 동한은 이미 전 세계에서 경매가 이뤄질 정도의 아이템을 무려 3번이나 팔았다. 


처음으로 팔았던 아이템은 무려 신화급 9강짜리의 재료가 되는 대천사의 검이었다. 대천사의 검 하나만으로도 이미 웬만한 전설급 9강짜리 무기를 씹어먹을 상태였으니, 그 주목도는 어마 무시했다. 당시 동한의 나이는 14살. 이제 막 초등학생의 티를 벗어나기 시작한 중2였다.


세상 무서울 게 없는 나이가 중2라고 하지만, 동한의 중2는 이미 처절했다. 처음 아이템 경매를 겪으면서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콩고물에 지친 인간들을 겪으면서 그 짧은 시간에 동한은 많은 성장을 했다. 아니 성장이라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불신이 쌓였다고 할까. 그리고 그런 불신은 그가 두 번째로 아이템을 최고가를 받고 팔 때, 절정에 달했다. 


바로 부모님의 등판이었다. 처음 동한이 아이템을 팔았을 때는 그냥 그러다 말겠지 했던 부모님이었지만, 두 번째로 아이템을 판매할 때. 그것도 역대급 가격으로 아이템 매매 거래에서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의 막대한 수입을 벌게 되자. 보호자라는 이름으로 동한이 번 금액을 꿀꺽 삼키는 일이 발생했다. 거기에 삼촌과 이모들까지 가세를 하면서 집은 완전 풍비박산이 나고 말았다.


동한은 그 이후로 가족들과의 관계도 끊었으며, 학교에도 나가지 않고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을 했다. 그 결과 세 번째 아이템을 판매하게 된다. 세 번째 아이템은 ‘빛의 날개’라는 이동형 아이템인데, 가격이나 명성은 첫 번째와 두 번째에 비해 떨어질지 모르지만, 아는 사람만 안다는 알짜배기 아이템이었다. 무려 텔레포트 이동 아이템으로 제한 시간 1시간에 무한으로 쓸 수 있는 장비였다. ‘빛의 날개’를 판매한다는 소문은 암흑 넷에서부터 먼저 퍼졌고, 이윽고 TV 뉴스에도 나오는 등 당시에도 많은 곤혹을 치르긴 했다. 


어릴 때부터 해오던 일이라 동한에게 있어 게임은 일터이며, 그만큼 진심으로 임하는 삶의 현장이었다. 그래서 게임을 가볍게 생각하고, 익명성을 무기로 버릇없이 행동하는 행위. 즉, 트롤 짓을 극도로 혐오한다. 한 번은 같이 사냥을 가기로 했었는데, 파티원 한 명이 힐러를 비아냥 거리는 행동을 치한적이 있다. 그러면서 탱커인 자기는 공이 더 강하다며 진형을 무너트리고 혼자서 캐리 하겠다며 분위기를 망치는데, 순간 동한은 화가 나서 던전 한 구운 데에서 파티를 풀어버리고 그 친구 혼자 몬스터에 둘러싸여 로그아웃하게 만든 적이 있다. 


동한이가 하고 있는 게임은 PVP (1:1 대련)이나 pk(player killed)을 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통제가 되지 않는 트롤들이 그만큼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동한도 이런 트롤에 지쳐 조금씩 파티 플레이를 접고, 솔로 플레이 위주로 게임 방향성을 전환하고 있었다. 파티 플레이에 비해 솔로 플레이는 힘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함께 힘을 합쳐 간단히 잡을 수 있는 몬스터도 혼자서 체력 관리에, 어그로, 딜러까지 모두 해야 하기 때문에, 몬스터 레벨에 비해 오버 스펙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만큼 재미도 없고 단지 노가다로 느껴질 때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동한은 이런 단점들보다 트롤을 만났을 때의 빡침이 더 스트레스가 되어 최근에는 솔로잉만 고집하고 있다. 


그리고 혼자 사냥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인원들과 사냥터가 겹치면 스트레스를 받고, 때로는 어이없는 왕따를 당하기도 하여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어려운 고레벨 사냥터를 주로 다니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은 자주 다니던 고레벨 사냥터에 어떤 유저 한 명이 자신의 자리에 딱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사냥하는 모습을 봤을 때, 고레벨의 유저는 아니었고, 단지 지역상 유리한 곳을 차지하고 공격권 밖에서 간지럽게 느껴질 정도의 대미지만 주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일정 시간에 특정 대미지보다 낮은 피해를 주면, 몬스터의 체력은 다시 차도록 세팅되어 있어 결국 지금 저렇게 낮은 대미지로 넣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다. 


동한은 다른 사냥터를 찾기 위해 발길을 돌리는데, 멀리서 동한을 발견했는지, 그 유저가 소리를 지르며 도와달라고 외치는 거였다.


“어이, 거기 고랩님!! 저 좀 도와주세요. 잠깐 놀러 나왔다가 몹들한테 둘러싸였어요.”


동한은 그 목소리를 무시하려고 했다. 그러나 갑자기 리젠되어버린 몬스터가 동한의 앞길을 막아버렸다. 이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동안은 어쩔 수 없이 무기를 꺼내 몬스터를 처치해버렸다. 정신없이 몬스터를 잡고 있는데, 어느 순간 경험치가 자신에게 들어오지 않는 것을 알아차렸다. 


원래 게임에서는 막타를 치면 그 몬스터의 경험치를 획득을 하고 자기의 캐릭터의 능력을 올릴 수 있는데, 원래 생각했던 양보다 경험치의 양이 현저하게 낮았던 것이다. 의아함을 느끼며 주위를 돌려보았더니, 아까 전 도움을 요청하던 유저가 동한이 때리는 족족 막타를 챙기고 있었다. 자기 레벨보다 높은 레벨의 몬스터인지, 레벨 역시 몇 계단 오른 듯했다.


“그렇게 막타만 먹는 건 예의가 아닌 듯한데.”


동한은 불편한 심경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유저는 내 알바가 아니라는 듯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어차피 구해주려던 거 아니었다 아닌가? 서로 지 사냥하기 바쁜데 신경 끄셔.”


말투 하나하나에 짜증이 팍 올라왔던 동한은 남은 몬스터를 무시하고는 자기 앞길을 막는 몬스터만 뚫어내고 이곳을 벗어갔다. 그러면서도 장거리 공격이 있는지, 어쩜 그렇게 막타는 잘 먹는지 계속적으로 일어나는 짜증을 갈무리할 방법이 없었다. 몰이를 하여 저 유저한테 한방 먹여야지 속이 풀릴 것 같았다. 


멀리서 한 마리 한 마리씩 정성껏 어그로를 끌어내 몇십 마리의 몬스터를 모았다. 그리고는 당당하게 그 유저가 있던 장소로 몬스터를 몰아넣고는 동한은 볼일을 갓 보고 나온 듯한 시원한 표정으로 장소를 떠났다. 그러나 이게 그 유저와의 악연의 시작일 거라고는 동한은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유저에게 몬스터를 몰아주고 나서 얼마 가지 못해, 다시 한번 그 유저를 마주쳐야 했다. 동한은 솔직히 놀랐다. 분명히 저렇게 살아 있을 수 있는 레벨의 유저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지금 자신의 앞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네가 그랬단 말이지.’ 하며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동한을 노려보고 있었다.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


“뭐, 착한 사람은 하늘이 돕는다고 하지 않겠어?” 


동한은 그렇게 비아냥되는 유저를 무시하고 자기 사냥터로 이동했다. 그런데 그 유저 역시 자기를 졸졸 따라오는 게 아닌가. 


“ 왜 자꾸 따라오는 거지?”


“내 발로, 내가 가겠다는데, 그게 뭐? 신경 끄시지.”


말 한마디 한 마디에서 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었다. 몬스터가 많은 곳으로 가보았지만 이상하게 그 유저에게는 몬스터의 어그로가 전혀 끌리지 않았다. 심지어는 스쳐 지나가거나 살짝씩 몬스터를 건드려도, 전혀 유저를 적으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거다. 오히려 몰려드는 몬스터의 물량에 동한만 지쳐갔다. 그런데 더 화가 나는 건. 그 와중에도 막타는 언제나 그 유저가 먹는다는 거였다. 10마리 중 7 ~ 8마리는 그 유저가 막타를 쳤고, 그나마 1 ~ 2마리 정도만 겨우 겨우 경험치를 먹을 수 있었다. 


고생은 자기가 다하는데, 경험치는 딴 녀석이 챙기니까 속에서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그러다 일주일이 흘렀다. 이미 동한의 경험치는 거의 오르지 않았다. 그 사이에 자기의 막타를 건져 먹는 유저는 2차 전직까지 마친 상태였다. 2일째에 너무 짜증이 나서 GM에게 신고를 해보았지만 헛수고였다. 


GM이 와서 대략적인 데이터만 보더니 서로 각자 플레이한 것이고, 동한이 막타를 못 넣은 것은 컨트롤이 좋지 않아서 자꾸만 빼앗기는 거라고 결론짓고 가버렸다. 당시 동한은 왜 저 유저는 몬스터의 공격을 받지 않냐고 말해보았지만, 유저가 가지고 있는 특수 능력이라 따로 어떤 행동을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만 답변을 받았다. 


“막타를 못 넣는 건 내 컨트롤이 안 좋아서 그렇단 말이지? 그럼 다른 유저들도 컨트롤 탓을 할 수 있는지 한번 보자!”


그때부터 동한의 흑화가 시작되었다. 이제는 몬스터 사냥이 아니라 동네 어귀에서 돌아다녔다. 인기 사냥도 그것도 파트원들이 많은 곳만을 찾아다니며 막타 헌터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자기를 따라다니던 그 유저도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한이 그 점을 눈치채기에는 이미 너무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작은 변화에도 고요한 바다처럼 반응을 하던 동한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마치 버서커처럼 미친 듯한 복수극만을 즐기고 있었다. 


그 무렵 게임 공지방에는 하나의 패치 노트가 떠오르게 되었다. 경험치 획득 방법을 변경하겠다는 공지였다. 그 전까지만 해도 막타만 치면 모든 경험치를 먹는 시스템이었는데, 이제는 기존에 넣었던 대미지를 비례하여 경험치를 배분한다는 공지였다. 아마 막타 헌터 동한에게 당한 유저들이 많은 클레임을 걸어서 바뀐 변화가 아니었나 싶다. 더불어 하나의 공지가 더 있었는데, 타 유저에게 불쾌감을 유발한 유저에 대한 계정 블록 제제였다. 거기에는 당당하게 동한의 아이디가 적혀 있었다. 동한은 억울했다. 뭔가 시스템이 잘못 돌아간다는 것을 알았고, 정말 제대로 엿을 먹이고 싶었다. 


동안은 그동안 자기에게 많은 자본적 자유를 주었던 게임 속 계정을 삭제해 버렸다. 그리고 그동안 혼자서 움츠려 있던 게임 속 자기 자취방을 나왔다. 게임 속 자기는 강했고, 운이 좋았으며 나름 만족스러웠지만. 혼자였고, 불의에 항거하지 못했고, 결국 혼자서 벌을 받고 말았다. 어떻게 일이 이렇게 꼬여버릴 수 있나 짜증이 났지만, 단지 짜증에만 묻어두기에는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보여주려고 한다. 진짜 트롤이 어떤 짓인지를 온 세상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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