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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레스트 Aug 12. 2022

 막차

2022.08.11 매일매일 부지런히 프로젝트 - 글쓰기. part 1

“저기요, 잠깐만. 저 타요. 탄다고요! “

달리는 버스를 향해 승민이 나란히 달리면서 버스를 멈추기 위해서 고함을 지른다. 하지만 버스는 승민을 태워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오히려 속도를 높이며 달려가는 버스를 보면서 승민은 입에서 욕이 나왔지만, 가까스로 참아낸다. 목이 따갑고 목이 말랐지만, 승민의 손에는 버스 한 번만 탈 수 있는 정도의 동전 몇 개 밖에 없었다.

 조금 전 승민을 대차게 버리고 가버린 버스가 사실은 승민을 집으로 데리고 갈 가지만 버스였다. 이제 승민은 집까지 걸어가야 했다. 지도 앱을 켜서 집으로 갈 때까지 몇 시간이 걸리는지 살펴봤다. 지금부터 약 2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고 나왔다. 혹시 중간에 이용할 수 있는 다른 교통편을 찾아봤지만 결국 승민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걸어가는 것 말고는 없었다.

터벅터벅거리며 길을 걸어갔다. 길어진 그림자만큼이나 고요함이 내려앉는 하루였다. 아침부터 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회사에는 지각을 하고 말았다. 서두른다고 서둘렀지만, 갑작스러운 폭우에 차는 원래 가던 길을 가지 못하고 우회를 해야 했으며, 안 그래도 차들이 몰리던 길은 그날 따라 출근 차량이 몰려서 조금도 앞으로 갈 생각을 안 했다.

그러다 보니 놓쳐버린 중요 서류가 있다는 사실을 회사에 도착하기 바로 직전에 알고 말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사실을 알아버린 시간도 이미 출근시간을 10분이나 지나고 난 후였다는 거다. 승민은 그때부터 오늘 하루 일진이 좋지 않음을 눈치챘다. 그렇게 회사에서 작고 큰 몇 가지의 사건사고가 지나가고 퇴근 시간에 갑자기 친구가 중요하게 할 말이 있다며 연락이 왔다. 그러면서 자기 회사 근처로 와달라고 말한다. 친구와 승민의 회사는 완전 반대 방향에 있지만 친구의 부탁에 굳이 친구 회사 근처까지 간다.

 술 집에서 만난 친구는 전혀 걱정거리를 가지고 있는 듯한 모습이 아니었다. 친구랑 맥주를 마시며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데, 분명 테이블 위에 올려 둔 지갑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화장실을 다녀온 친구에게 물으니까. 자신도 승민이 화장실에 다녀온 다음 바로 화장실로 간다고 보지 못했다고 했다. 분명히 당황하고 화가 나야 하는데, 승민은 어이없음과 집에 어떻게 가야 하지 하는 생각만 먼저 떠올랐다.

“야, 나 집에 갈 차비가 없는데, 혹시 잔돈 남은 거 있어? “

“뭐야? 정말 지갑 잃어버린 거야? 그리고 누가 잔돈을 들고 다니냐?”

친구는 오히려 승민을 타이르듯이 말했다. 그리고 자기가 술값을 계산하면서 다음에는 꼭 한턱 사라고 하면서 투덜거리며 택시를 타고 집으러 가버렸다. 승민은 자기도 택시를 불러 달라는 말을 채 입으로 꺼내기도 전에 친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린 거다. 그리고 그가 말했던 의논하고 싶어 하는 내용도 하나도 듣지 못했다. 서로 최근에 갔던 맛집 공유만 하다 가버린 거다.

승민은 가방 여기저기를 뒤져서 겨우 천오백 원을 찾았다. 자꾸만 졸려 오는 눈을 붙잡고 겨우 신을 차려 집까지 버스가 아직 남아 있고, 차비가 천오백 원임을 알았다. 그런데 문제는 버스를 타는 곳이 지금 있는 곳과 반대방향인 것이다. 승민은 잠시의  틈도 없이 버스정류장을 향해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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