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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프포스트코리아 Aug 08. 2018

얼굴이 납작한 개들에게는 어둡고 슬픈 이야기가 있다

이 개들은 생명을 위협받는다.

‘개’라고 하면 어떤 개가 떠오르는가? 래브라도, 스패니얼, 콜리 등이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요즘 개를 키우는 사람들 중에서는 퍼그나 프렌치 불독을 떠올릴 이들도 많을 것이다.


얼굴이 납작한 단두(短頭, brachycephalic)형 개들이 최근 각광받고 있다. 이런 개들의 이미지가 옷, 광고, 영화 등에도 등장한다. 디즈니가 최근 유통을 맡은 영국 영화 ‘패트릭’에는 퍼그가 등장하고, 오페라 가수 같은 소리를 내는 프렌치 불독이 소셜 미디어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렇게 많이 노출되다 보니, 배터시[주: 런던 남서부의 자치구로, 개 보호시설이 있다]에 있는 우리들은 애견가 협회에서 프렌치 불독이 최초로 래브라도를 제치고 영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종으로 꼽혔을 때도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개들의 아기 같은 납작한 얼굴 뒤에는 어둡고 슬픈 이야기가 숨어있다. 프렌치 불독과 퍼그 등 얼굴이 납작한 종들의 인기가 올라가는 것이 우려스러운 동시에 가슴 아픈 이유다.


호감가는 외모를 위해 이 개들이 치러야 하는 대가는 충격적이다. 얼굴이 납작하기 때문에 이 개들은 대부분의 개들보다 기도가 짧아서 호흡이 크게 제한되며, 이로 인해 끔찍한 호흡기 문제가 일어난다. 슬프게도, 적절한 호흡을 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GOODLIFESTUDIO VIA GETTY IMAGES

2015년에 배터시의 수의사들은 얼굴이 납작한 개 7마리의 기도 확장 수술을 했다. 연구개(軟口蓋) 일부를 제거하고 기도를 넓혀 제대로 숨쉴 수 있게 해주는 큰 수술이다. 3년이 지난 지금, 수술 건수는 크게 늘었다. 올해만도 벌써 37회의 수술이 이루어졌다. 수술을 받은 개들의 삶의 질은 좋아지지만, 수술을 받지 못하는 수만 마리의 개들은 누가 도와주는가?


주인들은 개가 코를 킁킁거리고 헐떡이는 것이 이 종의 사랑스러운 특징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고통스러운 상황이다. 문제가 있다는 걸 주인이 모른다면, 이 동물들은 내내 불편함 속에 살다가 일찌감치 세상을 뜨게 된다.


납작한 얼굴로 태어나도록 브리딩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부도덕한 브리더들에 대한 단속이 더 엄했더라면 이런 수술은 필요없었을 것이다. 주인들은 개를 사기 전에 자신이 고른 종에 대해 잘 알아봐야 하며, 브리더들은 거울을 한참동안 들여다 보며 “정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돈일까 동물일까?”라고 자문해야 한다. 슬프지만 그 대답은 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너무나 많이 든다.

BIGANDT_PHOTOGRAPHY VIA GETTY IMAGES

퍼그종인 프랭키는 기도가 심하게 수축되어, 콩만한 크기의 구멍으로 호흡하는 상태로 배터시에 왔다. 배터시의 수의사들은 프랭키의 기도를 넓혀 삶의 질을 크게 높여주었다. 그러나 이 수술이 기적의 치료는 아니다. 프랭키의 삶이 나아지긴 했지만 다른 종들과 똑같이 운동하거나 노는 것은 영영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프랭키는 운이 좋은 편이다. 새끼를 너무 많이 낳게 한 까닭에 얼굴이 납작한 일부 개는 치명적인 상태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최근 유기된 잉글리시 불독 한 마리가 올드 윈저 센터에 왔다. 호흡이 너무나 힘들어 걸을 수도 없어서 실려왔다.


수의사들이 살핀 결과 얼굴 주름 여러 개가 심하게 감염되어 있었고, 새끼를 너무 많이 낳아서 턱의 부정합이 심했다. 입 안을 보니 기도 문제가 너무나 심각해서 수술로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극심한 통증과 큰 괴로움을 겪고 있음이 분명해서, 우리 수의사들은 그대로 잠들게 하자는 힘든 결정을 내렸다.

CYNOCLUB VIA GETTY IMAGES

사람들이 이른바 ‘패셔너블’한 외모를 지닌 개를 갖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숨을 쉴 수 없는 개를 브리딩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 나는 정말 화가 난다. 건강에 좋지 않고 과장된 외모를 지닌 동물을 브리딩하는 것은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동물 복지 이슈 중 하나다.


그러니 무엇이 ‘귀여운가’에 대한 우리의 관점이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얼굴이 납작한 종들이 끊임없이 내는  코 킁킁거림과 훌쩍이는 소리가 사랑스러운 특징이 아닌, 숨쉬기를 힘들어하는 동물의 소리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소매업자들과 영화 제작자들 역시 쉽게 숨쉬고 뛰어다닐 수 있는 건강한 종을 홍보하는 것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결국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브리더들은 시장의 수요에 맞춘다. 우리가 구입을 중단해야만, 브리더들은 고통받기 위해 태어나는 개들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게 될 것이다.


글 : Claire Horton(허프포스트영국판 뉴스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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