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목회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크seek Sep 05. 2021

슬기로운 SNS 생활

[낭만 그리스도인 #23]

    슬기로운 SNS 생활 [상]; cynical ver.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지 않은지 오래됐지만 지인들이 어떻게 지내나 안부 파악 용도로 가끔 들어오기는 한다. 몇 년 전까지는 제법 유명한 인플루언서 몇 명의 타임라인을 훑어보기도 했다. 또한 그즈음 회원제 커뮤니티에서는 내 신념과 반하는 이들과의 ‘키배’를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 그게 무슨 의미인가 싶은 허무함이 밀려들었다. 감정적 교류 한 번 나누지 않는 이와 그저 건조한 모니터 화면에서 평행선을 달리는 의견 개진은 결국 서로가 얼마나 고집 세고, 유연함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상종 못할 인간임을 확인할 뿐이다. 어쩌면 표정과 말투, 몸짓 등 많은 것에서 감각적인 정보가 오가는 오프라인 테이블이었다면 대화의 ‘결’과 심지어 ‘결과’까지도 달라졌을지 모를 일이다.      


  지금은 감정과 시간을 소모하고 싶지 않아 쓰려던 댓글들도 마지막에 가서는 결국 지워버리곤 한다. 차라리 그 시간에 나를 성장시키고, 남을 돌아보는 데 열정을 쏟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놀라운 건 한동안 커뮤니티에 글을 쓰지 않고, SNS를 하지 않으니 의외로 삶이 쾌적해졌다는 데 있다. 이는 에너지를 어디에 쏟느냐와 결부된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다. 또한 지적 권위를 휘발성 강한 가십에 두지 않음으로 정보의 왜곡 및 편향을 가능한 줄이려는 데 있다. 유대 관계 역시 보통의, 평범한 나를 편하게 오픈하며 교제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냄으로써 가상의 세계에 함몰되지 않게 한다.      



  

  각자 슬기로운 SNS 생활을 잘해나가겠지만 나의 경우 세 가지 원칙을 준수하려 하고 있다. 우선 SNS에 과도한 정치적 발언을 하는 이들의 ‘팔로우’를 끊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양심에 따른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견해는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주장이 진실을 호도하고, 누군가의 존엄성을 망가뜨리며, 결국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선동 구호에 그친다면 더 이상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줄 필요가 없다. 보수의 거짓과 진보의 기만(반대라고 해도 용인 가능한 위화감 없는 정치 세계란)에 짜게 실망한 나로서는 “나만 옳다”란 신념으로 남에게 무자비한 판단과 정죄를 일삼는 이들의 글들에 깊은 한숨만 나온다.      


  ‘쇼잉(showing)’하는 이들은 존중하되 반응하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가 아닌 자기 과시적 욕망이 은연중에 드러나는 글들은 그 자체로 인정하고 지나친다. 다만 함께 사는 세상의 가치를 따뜻하게 품고 있는 글들이나 있는 모습 그대로의 자신을 표현한 사진들은 마우스를 멈춰 그 맥락을 헤아리고, ‘좋아요’의 공감적 지지로 마음을 표한다. 내가 기대하는 건 순간의 진심을 담은 마음이 느껴지는 글과 사진이다. 나는 그 마음에 반응하며 친밀한 교류를 나누는 곳으로 SNS를 세팅하는 중이다. 명품을 걸쳤다고 해서 그 인생까지 명품이 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 사람의 브랜드가 아닌 진심을 만나고 싶은 갈망이 있다.  


  잘 알지 못하는 분야나 내용에 대한 발언을 삼간다. 세상은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고, 특정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 역시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만약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 업로드되어 있다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자기 검열하는 때가 많아졌다. 특히나 SNS의 경우 냄비근성과 마녀사냥 식의 여론전이 횡행하다 보니 가만히 있는 것이 답일 때가 적지 않다. 책임지지 않는 주장이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홍수처럼 쏟아질수록 냉정한 정중동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도 있는’ 리스크를 굳이 안을 필요가 없으니, 영화 대사처럼 확실하지 않으면 배팅하지 않는 것이다.   

   


  

  세 가지를 잘 지키는 것과 별개로 여전히 슬기로운 온라인 생활이 쉽지만은 않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때론 감정도 요동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저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다른 의견도 관용으로 경청할 수 있는 환경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다듬어가고 있다. 독서모임 멤버들과도 그러한 가이드라인을 지키며 교제하기에 기수가 끝나도 온・오프에서 다시 반갑게 만날 수 있게 된다. 물론 경우에 따라 지지고 볶는 생활도 나쁘진 않겠지만 요즘처럼 수많은 신념들이 충돌하고, 고단한 일상이 이어질 땐 “왜 커뮤니티나 SNS를 하려는지” 근본적인 물음을 통해 온라인 생활을 적절히 조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부족함이 많지만 그래도 있는 모습 그대로 “누구든 환대하고, 언제든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다”는 바람이 온라인 공간을 통해 차근차근 준비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나에게는 그것이 가장 슬기로운 SNS 생활이다.  


#페이스북 #인스타 #인스타그램 #트위터 #카톡 #라인 #커뮤니티 #브런치 #블로그 #mm #클럽하우스      

매거진의 이전글 '앙버터' 하나에 호들갑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