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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이야말로 진짜 매력적인 사람입니다."

'왜 낙심하는가'

by 시크seek

[M_Book #8] '왜 낙심하는가' by 조정민

2020 독서모임 중, '왜 낙심하는가'

#1 낙심은 ‘떨어지다, 죽다, 버리다’의 ‘낙(落)’과 마음 ‘심(心)’이 합해진 단어다. 헬라어로는 ‘엑카케오(ἐκκακέω)’인데, ‘고통’으로 번역되는 ‘카코스(κᾰκός)’와 ‘밖으로’라는 의미가 있는 ‘에크(ἐκ)’의 합성어로서 ‘고통과 번민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밖으로 나오고 싶은 마음’을 말한다. 만사에 의지가 꺾여 있고, 상황을 뒤집을만한 반전카드 없이 한없이 무력하게 있는 상황이라 볼 수 있다. ‘카코스’는 또한 ‘죄’나 ‘악’을 묘사하는 것으로 ‘나쁜 것’이라는 의미가 수반된 단어다. 즉 낙심은 ‘고통에 처해있으면서도 하나님으로부터 기대도 소망도 두지 않는 심령으로 상황을 포기하는 부정적인 마음이나 태도’를 뜻하고 있는 것이다.


#2 그렇다면 낙심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대답하기 전에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병을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가?’에 앞서 필요한 것은 ‘어떤 병에 걸렸는가?’ 제대로 진단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낙심 가운데 힘겨워하는 인생에게 솔루션을 제공하기에 앞서 필요한 것은 ‘왜 낙심하는가’에 대한 진단이다. 이 책은 바로 ‘why’에 대한 질문을 토대로 하나님의 말씀에 담긴 지혜와 소망을 구한다. 조정민 목사님 특유의 아포리즘(aphorism)적 문체가 돋보이면서도 삶에 적용되는 사례를 중심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쉽게 읽힌다. 낙심에 괴로워하거나 두려워하는 크리스천들이 이 책을 통해 예수님께서 못 박힌 손으로 낙심한 영혼의 얼굴을 어루만지심을 경험하게 될 것을 기대한다.


#3 인간은 끊임없이 낙심하는 존재다. 하나님 한 분 만으로 만족한다고 하지만 뒤돌아서서 자신도 모르게 별안간 낙심의 말을 내뱉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혼, 취업, 합격, 관계, 신앙, 공동체, 죽음, 중병, 사기, 자살, 우울, 사고 등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는 인생의 절박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더욱 겸손히 엎드리며 하나님의 뜻을 구해야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또한 오히려 사소한 것에서 감정이 흔들릴 때가 적지 않다. 그럴 땐 대개 외부의 것에 낙심의 핑계를 대고, 그것을 합법적인 비난과 절망의 제물로 삼는다. 가시적인 낙심의 대상이 있을 때 부정적 전망과 결말에 대한 심리적 면죄부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4 그리스도인의 본질적 뜻은 ‘그리스도의 것’이다. 그리스도의 것 즉 피조물들은 만사에 하나님을 발견하는 숙명을 안고 태어났다. 그럼에도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며 어느 때에나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매 순간 성령의 임재와 동행하심을 구해야 하고, 하나님께서는 이런 우리의 연약함을 보시고 기도를 통해 주님과 깊이 교제하게 하셨다. 낙심의 자리를 세상이 줄 수 없는 영원한 기쁨으로 채우기 위해서 말이다. ‘왜 낙심하는가’란 질문을 실패와 곤란의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영적 성장통의 기회로 인정해야 한다. 질문에서 이미 하나님의 신실한 인도하심과 나를 향한 절대적 사랑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5 책을 통해 한 가지 얻는 인사이트가 있다. ‘때’에 관한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다. 갈라디아서 4장 4절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 율법 아래에 나게 하신 것은”. 여기서 ‘차매’는 헬라어로 ‘플레로마(πλήρωμα)’라고 하는데 ‘조금도 모자람이 없는 완벽한 상태’를 말한다. NIV는 이 부분을 ‘But when the time had fully come,’로, ESV는 ‘But when the fullness of time had come,’로 또 NLT는 ‘But when the right time came,’로 번역해 놓았다. 쉬운 성경은 ‘정한 때가 이르자’로 해석하고 있다. 모두 비슷한 맥락이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의도대로 아름답게 이루실 완벽한 타이밍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낙심은 완전하게 하실 하나님의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리지 못하는 조급한 마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싶다. “χρόνους ἢ καιροὺς οὓς ὁ πατὴρ ἔθετο ἐν τῇ ἰδίᾳ ἐξουσίᾳ, 때와 기한은 아버지께서 자기의 권한에 두셨으니”(행 1:7), “οὔπω ἥκει ἡ ὥρα μου, 내 때가 아직 이르지 못하였나이다”(요 2:4) 등에서처럼 우리 인생의 전망은 오직 주님 편에 있으니 우리에게는 그 의도와 때를 기다리는 믿음이 요구된다.


#6 책에는 훨씬 더 풍성하고 깊은 묵상의 향연들이 펼쳐진다. 해석이 지루하지 않고, 적용이 어렵지도 않다. 또 일상생활과 신앙에서 고민하고 있는 질문들에 답한 성경적 처방을 통해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낸다. 그간 교회 내 영성훈련 혹은 사역훈련들이 리더와 멤버 간의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 강의 위주, 사역의 헌신 위주로 이루어진 걸 감안한다면 이 책은 수평적 관계 모델에서 영적 유익을 기대하며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격려한 점이 인상적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왜 낙심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왜 낙심했었지’란 소망의 변화가 있길, 그 소망의 첫걸음이 하나님 앞에서의 온전한 순종에서부터 시작하게 되길 기대한다.


독서모임 멤버들이 밑줄 친 문장들


“세상 사람들이 믿음으로 산다는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디서 힘을 얻는지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집요하게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p.29

“그리스도인이야말로 진짜 매력적인 사람입니다.” p.45

“실제로 그는 스데반이 돌에 맞아 죽을 때 그 자리에 있었고, 그리스도인들을 체포하러 다메섹(다마스쿠스)까지 달려갔습니다. 그런 바울의 과거를 기억하는 자라면 누구도 그의 사도권을 인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P. 46) … 그런데도 바울은 “그렇다, 나는 교회를 박해했던 사람이고, 사도 중에서도 가장 보잘 것 없는 존재다. 사도라 불리는 것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그렇지만 나는 낙심하지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p.46-47

“우리 자신이 낙심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곁에 있는 낙심한 사람들을 돌보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그들에게 다가가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구원의 길을 동행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합니다.” p.87

“후회는 우리가 자주 경험하는 일반적인 감정입니다. 문제는 후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자책하며 그 속에 머문다는 것입니다. 후회 속에 오래 머물수록 낙심에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후회되는 상황에서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p.99

“후회를 거듭하지 마십시오. 자책하지 마십시오. 낙심에 빠지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일곱 번 뿐 아니라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마 18:22) 용서해 주시는 분입니다. 그 용서의 근거는 후회가 아닙니다. 회개입니다. 돌이킴입니다. 하나님은 후회하는 자가 아니라 회개하는 자를 용서하신다는 뜻입니다.” p.112

“보통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갈망하는데, 산산이 부서지는 경험을 통해서 비로소 하나님을 갈망하게 됩니다. 하나님을 갈망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들을 가리켜 ‘우상’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예외 없이 자기 자신을 우상으로 삼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p.145

“남몰래 소외된 사람의 벗이 되어 주는 것이 믿는 자의 삶입니다.” p.145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왜 그 두려움이 나를 주저앉히고 낙심하게 하는가를 알고, 두려움을 이길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신앙 안에서 그 해법을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두려움 대신에 우리에게 주시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것을 알아야 낙심을 이길 수 있습니다.”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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