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안온한 날들’
“그러면 나는 이제 세상에서 유일하게 당신을 위해서만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누구도 방해하지 않고 어떤 다툼과 미움도 없고 감정의 소모도 없기에 편안해서 지루할 정도로 영원한 시간을 조용히 둘이서 보낼 텐데. … 무한한 말을 나누는, 그 시간과 육체의 종말을 같이 기다려주는 당신이, 당신만이 남아 있는 장면을 떠올리며 나는 이제 막 내려앉는 봄과 영원히 가닿지 못할 것 같은 햇살을 향해 뛰어나갔다.” - p.148
“세상에서 타인을 돕는 방법은 무궁무진하지만, 그중 헌혈은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으면서도 분명하게 물질이 남는 봉사다. 이 단순한 교환은 다른 어떠한 존재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과 인간이 나누는 분명한 인류애다. 인간을 돕고자 고민하는 사람에게 헌혈을 권한다. 이타적인 당신의 혈액만이 다른 인간을 살릴 것이다.” - p.218
“나와 같은 기분이었을까요. 사랑하는 사람을 등지고 싸운다는 것이, 죽음을 직감할지라도 이토록 안온한 것이었을까요.” - p.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