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크리스천 청년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고민의 화두는 ‘부족함’이다. 바로 전까지만 해도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던 감사와 기쁨으로 삶에 대한 기대를 환하게 품고 있는 인생이었다. 그런데 별안간 찾아오는 근심과 혼돈으로 점철된 ‘부족함’에 대한 인식은 고단한 하루의 끝에서 지극히 평화로워야 할 밤잠을 빼앗는다. 분명 “주님 한 분 만으로 나는 만족합니다.” 고백한 예배 시간이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하나님 이외의 대상에서 쾌락을 숭상하길 원하는 자아의 민낯을 마주하는 순간 내 영혼이 죄에 오염되었고, 영적 전투에 패배했다는 괴로움에 신음한다. 세상은 그런 영혼들을 먹잇감 삼아 믿음으로 가는 길에 ‘비교’라는 미끼를 던지고, ‘불안함’이라는 덫을 놓으며 이죽거린다. 집요하게 공허한 틈을 파고드는 것이다.
#2 한국 교회 설교와 공동체에서의 나눔 중 빠지지 않는 은혜에 관한 수식어는 ‘넘치는, 풍성한, 놀라운’ 등이 있을 것이다. 하나님이 나에게 행하신 일들을 헤아려보면 이러한 표현이 참으로 모자라고, 부족하며, 불충분하다고 느껴질 만도 하다. 당연하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은혜를 감히 어떤 즐거움이나 기쁨과 비교하겠는가. 아이러니한 건 그러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늘 부족함을 자각하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의심한다는 것이다. 신앙이 있는 그리스도인 역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페르소나(persona)와 그림자(shadow)를 가지고 살아간다. 외적 인격을 지니며 사회적 역할에 따라 가면을 쓰며 ‘-체’ 하기도 하고, 무의식에 억눌린 욕망을 타인이나 환경에 투사시키며 자기를 인식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은혜’와 ‘위선과 욕망’이 서로 뒤얽혀 한 인간의 삶을 지탱하고 또 혼돈에 빠지게 만든다. 어쩌면 이는 부족함에 대한 인식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고선 들었던 것이다.
#3 인간은 필연적으로 부족함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나님은 완전하시지만 그렇다고 내 삶을 완전하게 하시지는 않는다. 부족함이라는 물리적, 심리적, 시간적 그리고 영적 공간을 통해 창조자와 구원자 되시는 하나님을 더욱 깊이 묵상하기를 원하시는 것이다. 따라서 부족함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들려는 장치가 아니라 도리어 우리에게 회복을 주려는 하나님의 의도일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부족함은 우리를 살린다. 책은 말한다. “하나님은 우리 주변에 너무 밝아진 불들을 의도적으로 하나하나 끄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불은 꺼져야 하니까요. 그 불이 꺼져야 우리를 살리시는 하나님의 불을 볼 수 있으니까요.”(p.51) 분명한 건 하나님은 우리를 어둠이 아닌 빛으로 인도하고 계신다는 사실이다.
#4 또 하나 위로가 되는 것은 “부족함은 사명감의 원동력이 된다.”(p.73)는 것이다. 맞다. 부족함을 통해 채워질 필요를 인식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무지와 게으름을 자기중심적 힐링으로 포장해 숱한 기회를 날리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패배의 순간을 한탄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부족함을 인식했음에도 그것을 채울 용기를 내지도, 아무런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도 모두 후회로 남게 된다. 하나님은 부족함을 부족함으로 남겨두지 않는 분이다. 어딘가 하늘 아래 나를 위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마련해 두는 분이다. 오히려 사명을 깨닫고, 분투하며 하나님 나라의 기쁨을 알게 하는 마중물로 삼게 하신다. 가만히 바라보지만 않으시고 끊임없이 동역자를 붙여 주시고, 지혜를 공급하는 분이다. 그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이 사명이다. 부족함 중에 오히려 당신을 꿈꾸게 하는 것, 그것이 사명이다.
#5 책은 차분하다. 인간의 근심과 염려의 기저가 되는 부족함을 다루면서도 우리를 위로하고, 새 힘을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담백하게 담아냈다. 아무리 열정과 비전, 부흥과 성장 등을 목청껏 외친다 한들 인간의 노력은 언제나 잘 되어 봐야 회광반조(回光返照)일 수밖에 없으며, 십자가 구원의 은혜로만 이해되는 기독교의 본질을 이끌어 낼 수 없다. 그간 위태롭게 감춰둔 교회의 민낯 그리고 위기들이 코로나 19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어쩌면 지금보다 더 많은 부족함을 통감하며 교회 공동체가 세워져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상황 속에서 하나님이 우리를 통해 확인하고 싶어 하시는 것은, 우리의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마음’이라는 것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부족함으로 인해 감사 대신 걱정과 근심에 물든 모든 심령들이 이 책을 통해 위로받고,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