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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크seek Oct 21. 2020

가을, 나를 잠 못 들게 만드는 노래 두 곡

그저 음악일 뿐인데, 듣고 있으면 왜 눈물이 나는 걸까?

    가을, 나를 잠 못 들게 만드는 노래 두 곡     


  1. 'Reflection of My Life' – The Marmalade     


  이 노래, 들어도 들어도 들을 때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곡이다. 수평선 너머 잠몰하는 태양을 바라보며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어른들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는 기분이다. 1969년 발표되었으니 50년도 넘은 곡이니 그럴 만하다. 어려운 시절, 서로의 어깨를 내어주고 또 서로에게 용기가 되어주었던 이들 때문에 힘겹게 버텨온 지난 인생을 회고하는 가사에 그만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 가사를 듣고선 왜 돌아가신 아버지의 자화상이 보이는 걸까. 그 시절은 그래야만 버틸 수 있는 시대였고, 또 그것이 미덕이었다. 그렇지만 그때도 세상은 여전히 죽을 것만 같은 힘겨운 상황이었다. 가슴에 푸르른 꿈이 있어도 가족을 위해 모든 걸 내던지며 삶의 심지를 불태워야만 했다. 그래서 마치 아버지 시대의 치열한 분투를 대변하는 것만 같다.      


  이 노래는 각자의 짐을 지고,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인생들에게 다시 새로운 용기와 각오를 고취시켜준다. 내 모든 눈물을 흘리더라도 끝까지 싸워 나갈 거라고, 세상을 바꿀 거라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해탈과 체념의 키워드가 문화의 대세로 자리 잡아가는 오늘날에 뭔가 다시 투지를 불태워보고자 하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주는 매력이 수십 번 이곡을 반복 재생하게 만든다. 마른바람에 쓸리는 낙엽 소리와 거실 한 편에 타고 있는 모닥불 소리를 뚫고, 전축을 통해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미국 어느 시골 주택의 고즈넉한 그림이 그려진다. 멜로디도, 화음도 참 좋다. 세월을 정면으로 맞서며, 거센 폭풍을 뚫고 나아가는 이들과 함께 듣고 싶은 곡이다. 더불어 은퇴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헌정곡으로도 손색없다 하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xTeI65yrhGw


  2. '첫사랑' - 에피톤 프로젝트      


  십대부터 대학시절까지 마음 하나 전하지 못하고, 용기 한 번 내보지 못한 채 늘 어리숙하게 짝사랑만으로 끝났던 내게도 첫사랑이라는 게 있었을까.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노래다. 없던 첫사랑도 반드시 생겨야 할 것 같은 노래다. 어른이 되어 그저 무던해진 줄 로만 알았는데 여전히 내가 설레고 있다고, 누군가를 향한 애틋함이 있다고 일깨워줌이 고마운 곡이다. 수지가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것이 전혀 의식이 되지 않을 만큼 음악 자체에만 몰입했다. 그냥 귀를 타고 전해지던 음악이 마음에서 내내 감동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요즘은 출퇴근 때는 물론 청소와 설거지를 할 때도 이 노래를 픽하고 있다.      


  다른 것보다 멜로디 라인과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게 이곡은 취향 저격 그 자체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손디아 ‘첫사랑’ 버전을 먼저 듣게 되었는데, 이것도 정말 좋아 하루에 몇 번씩 들었는지 모른다. 그녀의 얼굴은 몰라도 청아하고 부드러운 그 목소리가 퍽 끌렸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타이틀곡인 건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이미 ‘선인장’으로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기에 기대하고 원곡을 들었다. 그랬더니 웬걸. 모든 부분이 좋았지만 특히 4분 45초부터 이어지는 연주곡에 그만 마음을 홀랑 다 빼앗기고 말았다. 당신에게 첫사랑의 기억이 있다면 당신의 정서는 이 곡에 모두 담겨있을 것이다. 이 이상 첫사랑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 노래를 듣고 있을 때만큼은 16세의 내가 되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w5iMGSHvsE


  #올드팝 #첫사랑 #에피톤프로젝트 #가을음악 #밴드음악 #발라드 #새벽감성 #음악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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