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시작] 안녕, 햇살아
안녕, 햇살아.
고마워, 정말 고맙구나.
너라는 존재를 인식하고 나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네 엄마를 가만히 안아주며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이 이거였어.
정말 고마운 거지.
어떻게 나한테 올 수 있는지,
어떻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올 수 있는지,
나는 네가 경이롭고, 반가우면서도
모든 감정의 기저엔 그저 고마움뿐이구나.
햇살아, 내 인생 두 번째 신의 은총이야 넌.
첫 번째는 나의 전부인 지금의 네 엄마를 만난 것이고,
두 번째가 바로 너를 만난 일이란다.
오랫동안 기다려왔고,
그만큼 기도하며 바랐던 너였기에
아마도 하나님은 너여야만 했을 기쁨을 주신 것 같아.
아빠 인생에서 일어난 많은 일들이
감사의 외투를 두르며 찾아왔지만
너만큼이나 환희의 감격을 덧대 품에 들어오는 건 없었구나.
사실 아빠는 아직도 철없는 아이 같은데,
여전히 스무 살 때 꿈을 가슴에 꾹꾹 담아 하늘을 보며 사는데
이제 아빠의 세계에 너라는 경이로움이 찾아왔으니
아마도 조금은 달라져야겠지?
계산만 하며 저울질하는 인생 그만 살고,
너와 주변이 모두 행복하고 기뻐할 수 있게
너와 함께 그려갈 그림을 상상해 봐야겠어.
그 첫걸음으로 이렇게 육아일기를 써볼까 해.
앞으로 네가 어떤 인생을 살아가게 될지
어떤 감동과 즐거움을 엄마와 아빠에게 선사해 줄지
그리고 너로 인해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려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엄마랑 아빠는 너를 위해 매일 기도하고 있어.
태 중에 있을 때 부르는 네 이름처럼
세상을 밝게 비추고,
또 세상을 따뜻하게 비추는
햇살 같은 인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햇살아,
더없이 소중한 우리 햇살이.
흐린 기억 속에 너를 담아두지 않고
보석처럼 빛나는 일상의 순간들을 언제든 꺼내볼 수 있게
앞으로 너와 관계된
엄마랑 아빠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기록해 놓으려고 해.
언젠가 네가 아빠 나이가 되었을 때
아빠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면서 말이야.
우리 햇살이,
아빠에게 새로운 세상을 선물해 줘서 고마워.
아빠가, 잘할 거야.
네 엄마에게 잘할 거고,
너를 행복하게 할 모든 것들에 잘할 거야.
그러니 엄마 배 속에서 건강하게 잘 있다가
여름에 보자.
육아라는 미지의 세계를 앞둔 아빤 지금,
이미 행복해 있어.
그래서 네가 태어나면 정말 반갑게 손 흔들며 인사할 거야.
“안녕, 햇살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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