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 5년차입니다'
[M_Book #13] '개척 5년차입니다' by 김민수
#1 입이 쓰다. 가슴이 답답하다. 책에는 개척(작은)교회와 그 현실에 직면해 믿음으로 분투하는 목회자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번영과 성장을 하나님의 은혜로 교묘하게 포장해 독자의 내밀한 ‘맘모니즘(mammonism)’을 추동시키는 흔한 성공기가 아니다. 실패담에 더 가까운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에 흠뻑 젖어 사는 한 그리스도인의 처절한 고뇌와 빛나는 소망이 담겨있다. 좋은 점은 스토리에 힘을 주고, 포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목사의 권위로 불편하게 훈계하지 않았다. 대신 뭔가 짠한(?) 동네 교회 형이 치킨에 콜라 펼쳐놓고 처지를 하소연하는 느낌이다. 놀라운 것은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데 저자가 아닌 그와 함께 하시는 예수님이 보인다는 것이다.
#2 책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는 거개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이렇게 힘든 교회는 굳이 가고 싶지 않다. 그냥 단독 건물 있고, 프로그램 잘 만들어져 있고, 적당히 안온하게 신앙생활 할 중대형 교회로 가야지.” 바꿔 말하면 그만큼 개척교회의 광야생활을 가감 없이 풀어냈다. 독자의 감정선을 건드리고자 구차하게 동정을 구하지도, 극적인 장치를 더하지도 않았다. 책 한 권에 다 담아낼 수 없는 치열한 여정이 있었을 텐데 저자는 이를 담백하게 담아냈다. 개척교회에 대한 환상을 품은 목회자나 드물지만 작은 교회를 품는 성도에게는 강력한 예방 주사가 되겠다.
#3 사실 누구라도 자기 치부는 감추고, 성과는 과장하고 싶지 않을까. 더욱이 목회자인데 사람들로부터 꽤 괜찮은 성직자로 존경받고, 인정받고 또 사랑받고 싶은 그 정욕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그런 망상을 펼치기엔 저자의 삶은 참으로 험난하고, 치열하다. 신기하게 바로 이 지점에서 ‘하나님이 이 분을 참 많이 사랑하고 계시다’는 느낌이 전해졌다. 목사는 당연히 가난해야 하고, 고생해야 된다는 구태의연한 옛 전통교회 프레임에 기반한 생각이 아니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자기부인이 있고, 그리스도의 소망을 붙드는 믿음이 행간에서 읽혔기 때문이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젖은 이들에게 나타나는 명징한 흔적이다. 체험하지 않았다면 결코 꾸며낼 수 없는 은혜의 고백이다.
#4 목회자는 영혼을 책임지는 직분이다. 그러나 개척교회 목사는 그것을 뛰어넘는 초인 같은 역할이 요구된다. 저자는 새벽을 깨우는 이중직을 통해 이 땅에서 땀 흘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현실을 전한다(나도 플랫폼 배달해 봐서 그 심정, 정말 잘 안다).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전도 현장에서는 그저 막막함을 경험하며 빚진 자의 소명에 대해 생각해 본다.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 때문에 기뻐하고 때론 흔들리는 사역의 현장에서, 개척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일련의 사건들 틈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이 부르심에 함께 순종한 가족에 대한 담담한 자기 고백적 이야기에서 “하나님은 나와 함께 하시며, 나를 참 많이 사랑하심”에 대한 ‘주를 찬미함’이 계속 된다.
#5 이 책을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새벽시장에서 파는 따뜻한 국밥이 아닐까 싶다(하마터면 책의 저자에게 연락해 대뜸 밥이나 한 끼 같이 하자고 할 뻔했다). 언제라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따뜻함과 함께하면 괜히 힘이 될 것 같은 든든함이 느껴진다. 그런데도 어쩐지 자리에 앉기 전까지 거친 숨을 몰아쉬는, 식사를 마치고 또 어디론가 급히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고단함의 애환 역시 느껴진다. 하지만 이 책은 개척필패의 현장에서 인생을 말아먹는 내용이 아니다. 은혜를 말아 인생으로 쓴 진한 시편 한 편 내놓았다. 때문에 바라기는 지치고 곤고한 영혼에게 그리스도의 진리와 사랑으로 따뜻한 국밥 한 그릇 건넬 수 있는 교회와 목회자로 오랫동안 사명을 감당하면 좋겠다. 더불어 십자가 복음으로 살아가기 위해,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위해, 오늘도 분골쇄신으로 살아가는 모든 목회자들을 주님의 이름으로 격하게 축복한다.
#6 마지막으로 이 책을 요즘 속된 언어로 표현하며 평가를 갈음한다. “마른 땅에서 은혜의 샘이 솟게 하는 하나님의 은혜가 정말 ‘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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