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세계일주 #9]
[7년 세계일주 #9] 영화 '미션', 파라과이 과라니 부족
자정이 넘은 시각,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의 ‘가브리엘의 오보에(Gabriel oboe)’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자기 내면의 심연을 응시하게 한다. 현란한 편집 기술이나 내용을 채우는 대사보다 그저 배우들의 표정과 액션, 주변 배경 그리고 감정선을 건드리며 몰입하게 만드는 음악이 더욱 인상적인 영화 '미션(Mission)'. 몇 번을 다시 봐도, 아니 마지막 장면의 하이라이트만 봐도 분노가 되었다가 다시 허망한 슬픔이 되어 치밀어 오르는 무력한 공허함이 내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미션’은 '벤허', '십계', '쇼생크 탈출', ‘클래식’, '주성치의 모든 영화' 등과 함께 내가 꼽는 마음을 움직이는 명작이다. 제국주의, 정복주의로 무장해 아마존 원주민들의 생의 터를 말살시키려는 이들과 그들을 막으려는 선교사 그리고 과라니 족의 결연한 의지 사이에 메워지는 ‘끝을 아는 떨림’은 예수가 선포한 진정한 사랑과 자유 그리고 희망의 의미를 묻게 한다. 때문에 엔딩 크레딧 때 차마 화면을 끄지 못한 채 오래도록 진한 여운에 젖어 ‘가브리엘의 오보에(Gabriel oboe)’ 연주에 감상적으로 빠져들게 된다.
수도 아순시온에서 한 달 동안 평안과 감사의 시간을 보내고, 파라과이와 브라질 국경 근처 도시인 ‘시우다드 델 에스테(Ciudad del Este)’로 향했다. 이곳 한인교회 몇 명의 성도와 함께 과라니 부족 마을에 방문해 제도권 문명사회로부터 소외된 그들에게 필요한 음식과 학용품 등을 나눠주는 구제 활동에 참여하기로 했다. 낮 기온이 42~4도까지 올라간다. 샤워하고 돌아서면 다시 땀으로 흥건해지는 더위다. 밤에는 동화 같은 밤하늘의 매력에 흠뻑 빠지려다가도 기습하는 모기떼들에 혼쭐이 나는 괴로운 시간이기도 하다.
오래 전 침략자로부터 당한 상처가 아직 다 아물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이방인이 건네는 마음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얼마나 깊은 고민을 갈등을 거듭했을까. 그래서 더불어 사는 이민교회가 손을 내미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들과 정을 나눔은 문화적 우월주의로 시도되는 시혜적 자선이 아닌 함께 어우러지는 친구 됨이 본질적인 이유이기 때문이다. 다행이다. 이방인을 맞는 과라니 부족의 만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서로의 마음을 나눈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신뢰를 회복했고, 나는 그 평화의 기쁨에 참여하고 있었다.
사실 내가 누리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면 그만 겸허해지게 된다. 또 나를 살아가게 하는 익숙한 것들에 대한 의미를 물어보게 된다. 너무 당연해서 그 감사함을 잊어버리고 사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본다. 영화 <미션>의 배경이자 주인공인 과라니 부족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살아있는 교훈을 준다. 그들은 여전히 차별받고 또 무관심으로 고립되어 있다. 그럼에도 그들의 정신은 언제나 평화를 희구한다. 평화는 끊임없이 용서와 자비 가운데 이루어지는 신의 선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보았다. 과라니 부족 아이들은 사랑의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 아이들의 눈빛과 마음은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가 없다. 주는 것보다 주는 사람에게 시선을 맞추고, 손을 잡고, 씨-익 웃는 것이 오랜 시간 관계를 맺은 서로간의 신뢰이자 우정의 증거다. 아프리카 등 제 3세계 나라로 여행하거나 봉사활동을 갈 때마다 그곳에서 유독 메떨어지게 보이는 아이와 시선을 맞추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땐 머뭇거리지 않는다. 다가가 손 한 번 잡아주고, 진심을 담아 꼬-옥 한 번 안아준다. 그때마다 건조한 내 영혼에 파문을 일으키고,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한 번 살고 연기처럼 사라질 이 땅 위의 삶이다. 나는 또 한 번 교제와 나눔의 미학을 체득한다. 요한 사도가 기록한 것처럼 말과 혀로만 사랑할 것이 아니라 행함과 진실함으로 사랑해야 하는 당위성을 깊이 새겨본다. 친한 사람들과 반갑게 안부를 전하는 일은 바리새인들도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영역을 넘어 불편한 경계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은 실로 적잖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여행을 권한다. 다른 생각, 다른 문화, 다른 신념에 직면한 나를 성장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여행이니까.
<미션>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잠시 곤란한 상황을 가정해 본다. 내가 그 신부 중에 한 일원이었다면 위기일발의 상황에서도 기꺼이 과라니 부족 편에 섰었을까? 예수의 사랑을 입술로 고백하는 나는 불리하고, 불안해하는 이웃의 편에 서서 그들의 평화와 은총을 위해 십자가를 질 수 있을까? 세계 일주를 하면서 그 생각을 많이 했고, 또 그 많은 생각 때문에 고민이 깊어졌던 나날들이다.
영화 <미션> 리뷰 추천 - https://threematryoshka.tistory.com/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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