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세계여행

세네갈에서 마주친 미소들

[7년 세계일주 #10]

by 시크seek

[7년 세계일주 #10] 세네갈에서 마주친 미소들


유격 훈련을 뛰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니다. 대대전술 때였던가. 아무튼, 훈련 첫날 심상찮은 소문이 돌았다. 서부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가 ‘2002 한‧일 월드컵’ 개막 경기에서 우승후보 프랑스를 이겼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프랑스 국대는 당시 ‘1998 월드컵, 2000 유로, 2001 컨페더네이션스컵’ 3연속 우승의 쾌거를 이룬 절대 강팀이었다. 언더독을 열망하는 성격 때문인지, 아프리카 낯선 나라로부터 풍겨지는 묘한 에너지 때문인지 나는 그날 유독 촉이 남달랐다. 다른 사람들은 설마 했지만 나는 경기 전부터 세네갈의 승리를 점쳤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날 프랑스는 골대만 무려 네 번 맞혔단다.


그 나라다. 그 월드컵 개막 경기와 다카르 랠리, 이 두 가지만 기억나는 나라, 세네갈. 도둑이야 북유럽부터 아프리카까지 어디든 들끓었고, 치안 부재로 간헐적인 강도가 종종 출몰하긴 했지만 그래도 정세가 그리 불안정하지만은 않았던 9년 전, 나는 낯선 그 땅을 밟게 되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주어진다면 오래 머물면서 사랑하고 싶은 곳, 진한 전통문화와 소박하기 그지없는 풍경으로 심신을 안정시켜 주던 곳, 시골 마을 다가나. 그곳에서의 며칠은 시간을 잠시 잊게 했다. 아니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평안함을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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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곳에 대부분의 구성원은 월로프 족과 풀라 족 그리고 졸라 족 이렇게 세 부족이다. 옷과 헤어 스타일, 피부에 새긴 흉터를 면밀히 보면서 구별하지만 가장 쉬운 구별 방법은 부족 언어.

2. 마을 학교에서 만난 시크한 아이들과 함께. 렌즈를 들이대면 절대 웃지 않고 새침하다 카메라를 거두면 흰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 오른쪽에 깨알 같은 할아버지.

3. 사람들의 표정은 온화했고, 조금은 쑥스러워하면서도 낯선 이방인을 경계하지 않고 대함이 반가웠다.

4. 아스팔트 길로는 차량들이, 도로 옆 흙길로는 말이나 당나귀 수레가...아프리카 시골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정겨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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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90년대 레트로 패션 잡지에 실릴만한 분위기, 아프리카 여인의 느낌 있는 컷. 눈매가 깊고, 입술이 도톰하다.

2. 목걸이, 팔찌, 귀걸이. 곱게 땋은 머리. 손에 그린 헤나. 엷은 미소. 이만하면 다가나의 절세미인이다.

3. 사하라의 무법자 투아레그 족과 비등한 전사 이미지. 그러나 말 걸었더니 순박하기 그지없는 동네 청년.

4. 짙은 눈썹. 두건. 참 웃음이 많았던 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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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나 마을의 풍경들. 머무는 며칠 동안은 소박하고, 정적인데도 밝은 느낌이었다. 최소한 이때만큼은 어느 정도의 가난은 있었을지언정 절대적 빈곤과 질병, 정세 불안과 치안 부재로 인한 두려움과 분노가 유령처럼 마을을 떠돌지는 않았다. 또한 이곳에서 코이카 단원들이 헌신적으로 이들의 필요를 찾고, 도우며 마을 사람들과 친밀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어떤 일에 몰입하고자 한다면 차분히 한 달 정도 안빈낙도(安貧樂道)하며 지내볼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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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이 흉측하지만 서아프리카에서 맛보는 염소 고기는 최고다. 라마단 기간 때였으니 '이프타르(break fasting, 라마단 기간 동안 매일 해가 진 뒤 먹는 하루의 첫 식사)'를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나올 법도.


세네갈에서 머무는 동안 특별한 이슈는 없었다. 다만 긴 여로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고, 차분하게 호흡을 가다듬던 시간이 기억난다. 마을 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미소는 부드러웠고, 통하지 않는 언어에도 길을 가르쳐 주거나 시장에서 셈을 할 때에는 몹시 친절했다. 전기의 소중함과 명멸하는 밤하늘의 별들을 모두 소중하게 여기게 되는 곳이었고, 불편함이 오히려 무엇인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곳이기도 했다. 오래 지속되어 온 전통이 언젠가는 현대 문명의 이기 속에 타협의 거센 바람을 맞게 될 텐데 그때는 어떻게 변해있을지 자못 궁금해지기도 한다. 환경이야 어쨌든 곰살궂은 표정만 그대로였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다.


또 하나 다가나로부터 조금 떨어져 있지만 서부 아프리카 및 사하라 지역의 정세가 안정되어 '다카르 랠리'를 계속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게다가 근처 바다와 강에서 즐기는 낚시 투어까지 더하면 세네갈, 나름 매력 포인트는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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