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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크seek Jan 28. 2021

그녀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시간...10초

[크리스천 연애와 결혼 #3]

    [크리스천 연애와 결혼 #3] 그녀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시간…10초      


  그녀는 항상 그랬다.      


  “오빠, 나는 내가 속한 모임이나 조직의 분위기가 불편해지는 거 싫어요.”     


  그래서 그녀는 불편함이 되는 문제를 홀로 낑낑대며 감당하는 일이 잦았다. 천성이 그런 건지, IVF 시절 훈련 받은 하나님나라의 삶을 사느라 그런 건지 아니면 십대 시절 교회 신앙생활에서 그렇게 영향 받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자기가 조금 불편해도 공동체가 편안해지는 걸 선호한다. 관계에서나 일에서나 그녀는 어떤 라인 같은 것이 없는 중립지대인 적이 많았고, 사람들에겐 그것이 그녀를 편하게 여기는 장점이 되곤 했다. 


  문제는 내 감정이다. 싫은 소리나 거절을 잘 못할 뿐만 아니라, 책임감도 동급최강이라 뒤돌아서서 끙끙대며 일을 감당하는 그녀의 안쓰러운 모습을 보면서 불편함이 스윽 올라올 때가 있다. 가끔은 지나치게 예의를 갖추는 여린 마음이 누군가에게 이용당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론 평균치만큼만 해도 되는 일들을 몹시 꼼꼼하게 처리하다가 피곤과 긴장이 섞인 하품이라도 하게 되면 보는 내 마음이 안쓰럽기 때문이다. 


  “너의 목소리를 내면 좋겠어. 사람들 눈치 보지 말고, 무리한 일이나 거절하기 모호한 일을 부탁받았을 때 맺고 끊음을 조금 더 확실히 했으면 좋겠어.”     


  여러 번 그렇게 부탁했었다. 그녀가 힘들지 않았으면 해서다. 가뜩이나 밀려드는 업무와 그녀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 관계 속에서 조금 더 자신을 챙겼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런데 좀처럼 변하지 않았다. 아니 변한 건 오히려 내 쪽이었다. 마른 가슴으로 날카롭고, 합리적인 주장을 내뱉는 것보다 그리스도의 평강과 은총이 임하는 삶을 사는 차원이 훨씬 더 울림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녀와 그녀의 주변 사람들을 통해 보게 되었다. 


  그녀는 손해를 두려워하는 성정이 아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불평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너머의 영광을 예견하며 뜨거운 심장으로 매사 임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그 십자가를 묵묵히 지고 간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지나있고, 또 그러다 보면 모든 일들이 풀려있는 섭리들을 계속해서 경험할 뿐이다. 그것이 은혜인가 보다. 자기가 불편해도 남들이 행복해하는 걸 보면서 스스로 위안을 얻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내게 요청하는 부탁이 있다.      


  “누군가가 혹여 오해 때문이라도 불편해하지 않도록 항상 말을 단정히 했으면 좋겠어요. 그 말은 마음에서부터 나오고, 그 마음은 하나님 앞에서 다듬어지고, 훈련되는 거예요.”


  무엇보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늘 겸손하고, 상냥한 그녀다. (본인은 의도하지 않지만) 타인에게서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하는 성품이 참 곱다. 그래서 그렇게 실마리가 필요한 현장에서 사람들이 찾고, 그들로부터 사랑받는 존재인가 싶기도 하다. 영롱한 빛을 비추는 화려한 보석보다 봄날 같은 따뜻함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다. 이렇게 소중한 사람을 만나 함께하는 것이 내가 누리는 작은 천국인 것이다.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서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하는 것, 크리스천 연애의 첫 걸음이다. 


  그래서 정말 이 사람과의 갈등이 전혀 없냐고? 감사하게도 교제하면서 다툰 적은 없었다. 오히려 서로 미안해하며 운 적이 있을 뿐. 다만 가끔 의견이 다를 때는 있다. 이를테면 ‘나는 기아 타이거즈 팬이니 언젠가 자녀를 낳게 되면 기아 팬으로 만들겠다.’하면 한화 이글스 팬인 그녀는 ‘그건 아니 되는 일이야, 꿈도 꾸지마.’라며 단호히 고개를 젓는다. 또 내가 ‘지금 이 순간 치킨이 몹시 땡기니 간만에 KFC 1+1 6조각에 콜라 세 컵 정도 마셔야 겠다’하면 그녀는 ‘오빠 콜레스테롤이 높으니 자제 좀 해. 오빠가 건강을 해치는 식습관 가지는 거, 나는 싫어요.’라고 한다. 가끔은 치킨이 일상의 구원이 될 때가 있는데 이럴 땐 난감하기만 하다.  


  이렇게 의견이 갈릴 때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은 이렇다. 그녀를 부드럽게 안는다. 그리고 낮게 속삭인다. 


  “너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시간…10초야.”     


  방금은 그녀의 마음이 상하는 순간이었다. 누구에게 화를 내지도 못하는 사람 마음 아프게 한 ‘아차’ 싶은 순간이기도 했다. 사실 야구나 치킨은 긴장을 이완시키는 우리만의 조크다. 본질적으로는 그 10초 동안 그녀를 안으며 그녀가 하루 동안 분투하며 끙끙댔을 고민의 깊이를 가늠하고, 그녀의 방식대로 풀어가는 문제해결에 대해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는다. 그렇게 나는 그녀가 어떤 사람이고, 또 어떤 하나님나라의 가치관으로 살아가는지 이해하게 된다. 


  10초의 시간이 지나고, 그녀의 사랑스러운 눈빛을 마주할 때, 그녀가 동그란 눈으로 미소 짓고선 말한다. 


  “나도 오빠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시간…10초!”      


  그리고 우린 다시 안는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평화의 두 팔을 벌려 살짝 안을 때, 형언할 수 없는 잔잔한 행복과 기쁨이 밀려든다. 더없이 소중한 이 사람, 참 잘 만났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는 순간을 영원처럼 천국을 누린다. 속상함은 어느 새 잊혀지고, 주의 은총으로 하루를 보낸 감사의 흔적이 온기로 남게 된다. 오늘도 이렇게 사랑함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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