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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크seek Mar 25. 2021

지금, 외로움을 끌어안고 있는 청년들에게

[낭만 그리스도인 #12]

    [낭만 그리스도인 #12] 지금, 외로움을 끌어안고 있는 청년들에게        

  

  코로나 19로 인한 사적 모임 금지가 꽤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힘겨운 시기를 버티고 있는 청년들은 언제나 내게 ‘품음의 대상’이자 ‘함께 성장하는 친구’다. 그런 그들에게 “지친다”와 함께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외롭다”는 고백이다. 분명 SNS로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 같은데 불쑥 까닭 모를 헛헛한 공허함이 차오른단다. 물리적인 교제의 공간이 막히니 오감으로 느껴야 할 타인과의 정서적 유대감이 사라졌다. 우리만의 공간이 주는 편안함과 옅은 떨림 사이의 그 무언가가 모니터에서는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 타자와의 연결 욕구가 줌(ZOOM)이나 유튜브, 인스타, 클럽하우스 등으로는 온전히 충족되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아무리 감정을 누르려해도 외로움이 불쑥 찾아와 가슴을 저리게 할 때가 있다. 애써 용기를 내 먼저 다가가고 싶어도 개인주의가 만연한 분위기 때문에 안부 인사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진다. 반대로 누군가 호의적으로 접근해오면 반가움과 환대가 아닌 의심과 경계로 반응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렇게 다시 심리적 고립이 된 것만 같은 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혼자가 편하지만 동시에 외로움도 느끼는 이 아이러니는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는 관계를 너무 계산하려 드는 것은 아닐까? 함께 그림을 그리면 훨씬 나이스 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독서모임 멤버들끼리 한강 나들이

  

  참, 무언가 꼰대 기질로 답을 제시하겠다는 심보는 아니다. 요즘 20대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 자주 밥을 같이 먹고 있다. 감사하게도 “밥 먹자”는 소리에 아직까지는 거절당해본 적이 없다. 역으로 찾아오는 이들도 종종 있다. 일대일이지만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반색하니 나로서도 고마운 마음이다. 또한 타인과의 만남과 소통에 다들 목말라 있었다는 얘기는 어쩐지 내게 묵직한 사명을 안긴다. 그렇다고 무언가 극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없다. 다만 스토리를 들어주고, 필요한 경우 그를 위해 기도하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는 모임의 장을 만들어 교제하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은 흔연해진다.      


  크리스천이든 넌크리스천이든 청년들을 위한 모임과 작은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실험하고 있다. 진행 중인 <하늘이음> 크리스천 독서모임도 마찬가지다. 읽는 행위를 넘어서 도전하고, 사랑하고, 함께 하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소중한 선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팔을 걷어붙였다. 한강에서 돗자리 펴 놓고 선선한 강바람 맞으며 교제하던 즐거움, 해외의 낯선 공기 속에서 달뜬 마음으로 배회하던 거리들, 친구였기에 나의 영역에 초대해 함께한 것이 아닌 함께 울고 웃으면서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시간들. 그 마음을 이어 신혼집을 오픈해 따뜻한 밥과 차를 나누며 잠시나마 고민을 털어내고, 마음 편히 머물다 갈 환대의 공간도 준비 중이다.      


  그렇게 서울과 부산,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며 나이와 사회적 지위를 떠나 친구가 되는 것,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이 삶이 될 수 있게 서툴지만 미지의 영역으로 발걸음을 떼보는 것. 고단하고 치열하며 그래서 어떤 경우 인간을 단지 물화의 대상으로 보는 건조한 차가움 속에 마음 다치지 않고 잘 버티길, 순간 찾아드는 기쁨에 소외된 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타인을 초대하는 것. 그렇게 당신과 나의 하루하루가 한 겨울 조지아 우쉬굴리의 어느 시골집 벽난로 앞에서처럼 그리스도의 평강과 은총 가운데 오래도록 따뜻했으면 좋겠다.      


  지금, 외로움을 끌어안고 있는 당신에게 누구보다 당신을 아껴주는 이와 분명 인연이 닿을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누구와도_함께_따뜻해지기_낭만의순간", 출처: https://jackfrostgardens.com/create-family-memories-around-the-fire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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