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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크seek Apr 03. 2021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처럼 대할 순 없을까?

[낭만 그리스도인 #14]

    [낭만 그리스도인 #14]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처럼 대할 순 없을까?       


  아침에 출근해서 응원하는 기아 타이거즈에 혹 새로운 소식이 있나 잠시 기사들을 훑어봤다. 그러다 아내의 애정 팀인 한화 이글스의 새로 부임한 외국인 감독,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에 관한 기사 하나를 읽게 되었다. 가볍게 읽던 기사는 중간 단락에 이르렀을 때 의자를 바짝 당겨 모니터에 얼굴을 갖다 대고선 재차 읽어야 했다.      


  수베로 감독은 “지난 두 달간 열심히 해준 선수들에게 왜 빠졌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 당장 1군에서 뛰어도 손색없는 선수들도 있지만 팀 구성상 어쩔 수 없이 빠져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해 이해를 구하면서 선수들의 생각을 묻고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 “'한화 핫가이' 박정현 2군으로? 수베로 감독의 몰래 카메라” 기사 中     


  어느 조직이나 권위 중독자가 헤게모니를 쥐게 되면 소통은 사라지고, ‘불통의 고통’이 엄습해오기 마련이다. 나로서는 1군 탈락의 고배를 마신 한화 선수들의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수베로 감독을 마주하면서 무언가 뭉근한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내가 존중받고 있구나. 내 얘기를 들어주고 있구나. 팀의 플랜을 들어보니 정직한 땀을 흘린다면 다음번에 기회가 반드시 찾아오겠구나.” 납득이 된 순간 상황에 대한 원망과 불평은 어느 정도 녹아내리기 마련이다.       


  바리새인들은 모세의 율법과 그들의 유대 전통과 관련한 규정들을 엄격한 잣대로 들이밀어 신음하는 피지배계층의 영혼을 희롱했다. 게다가 메시아 예수를 자신들의 기득권을 흔드는 반동분자로 찍어 정치적으로 탄압했다. 종교개혁이 일어나기 전까지 교회는 타락과 부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백성들을 혹세무민함으로 신 앞에 오만했다. “우리가 왜 이렇게 정치하는지, 어떻게 사회를 다스리고 있는지”에 대한 긴말한 대화 없이 그들이 세운 법 앞에 서슬 퍼런 칼날을 세워 공포를 조장할 뿐이었다.      


  반면 예수님은 질문하기를 좋아했다. 뿐만 아니라 듣는 것에도 마음을 다했다. 특히 가슴 아픈 소리를 내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이 어떤 고통에 직면해 있는지, 대관절 서럽게 눈물을 훔치는 이유는 무엇인지, 왜 두려워하는지 차분히 들었다. 그들의 상황에 들어가 깊이 공감하고, 필요한 경우 신적 권위를 이용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작금의 난맥을 바로잡는 것은 물론 미래에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복음의 언어”를 사용한 기저에는 존재를 귀하게 여기는 진심이 있었다.      


  직장이나 교회 심지어는 가정이라는 울타리 내에서조차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크리스천 청년들이 적지 않다. 취업이나 시험을 준비하거나 계약직을 전전하는 사회적 위치에서의 불안을 고백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잠시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수베로 감독과 같은 멘토나 리더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마주하고 있는 곤란한 상황을 ‘팩트 폭력’이라는 명분으로 책망하기보다 말 한마디로 자존감을 세워주고, 영혼을 위로하는 사람, 참으로 함께하고 싶지 않은가.      


  경기 중 어느 순간 한화 선수의 아쉬운 주루 플레이가 나왔다. 그 선수의 완전한 실수였다. 이닝 교체 때 수베로 감독은 감독석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그 선수를 직접 찾아가 힘주어 말했다. "You Go We Go". 리빌딩을 준비하는 한화 수베로 감독 사단의 2021 시즌 비상이 기대되는 말이다.
 
  - “한화를 바꾼 수베로 감독의 한마디 "You Go We Go" [천정환의 베이스볼 스토리]” 기사 中


  ‘말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의 위로나 격려 한 마디에 자신을 성찰하고, 다시 시작하는 힘을 낼 수 있다. 온전한 나의 모습과 능력을 드러낼 수 있도록 공동체의 가장 약자에게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분위기를 조성하는 공동체, 존재의 존재됨을 존중하며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는 공동체를 그동안 꿈꿔 온 것 아니었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처럼 타자를 대하는 교회 공동체라면 어떨까 잠시 상상해 봤다. 모르긴 해도 삐치거나 상처 받아 떠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사진은 한화 이글스 홈페이지에 있는 프로필 사진.  
** 아내와 야구 관람하는 방법: 집관은 혼자 기아 타이거즈, 직관은 함께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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