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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크seek May 02. 2021

종종 산책을 해야겠다

[크리스천 연애와 결혼 #5]

    [크리스천 연애와 결혼 #5] 종종 산책을 해야겠다


  아내는 산책을 좋아한다. 연애하는 동안 그리고 결혼하고서도 커피 마시러 카페를 두 번, 영화 보러도 단 두 번만 갔으니 우리 연애가 그리 재미없었나 싶다가도 돌아보면 같이 손을 잡고 걸었던 순간들이 참 좋았다. 작은 꽃잎 하나 발견했다고 신기해하며 세상 좋아하는 아내의 그 표정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좋았고, 함박눈을 맞으며 잡은 손을 내 코트 주머니에 넣고 청계천을 걷던 낭만 가득한 그 겨울의 시간이 좋았다.


  북서울 꿈의 숲과 한강 공원 또 서울숲을 거닐던 아내는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 뒤로하고 평안한 마음으로 산책해서 좋다고 했다. 남한산성을 오르고, 남산을 오르고 그리고 낙산공원에 올랐을 때 흠뻑 땀을 흘리면서도 아내는 오빠와 함께여서 좋다고 했다. 무심했다면 지나쳤을 작고 흔한 것들에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다 그 감정 그대로 내 눈을 바라보는 아내를 볼 때면 ‘무슨 이런 천사가 다 있나’ 생각하며 나도 흐뭇한 미소로 답하곤 했다. 그래, 어디를 걸어도 아내와 같이 걸을 땐 늘 좋았다. 차분히 호흡을 맞춰 걷다 노을 지는 장면을 가만히 멈춰 서서 보는 시간에 아내 얼굴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하늘빛이 또 좋았다.


  <모범택시>를 보다 귀에 착 감기다 어느 순간 마음이 그만 몽글몽글해지는 음악을 발견했다. <산책>이란다. 멜로디도 가사도 참 예뻤다. 어느 무명 가수의 노래는 여러 가수들이 커버를 하고, 다시 드라마에 삽입되어 어쩌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나에게까지 들렸다. 그 음악은 오늘도 아주 잠시 청계천 근방을 걸었던 내게 지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고마운 시간을 선사해주었다. “한적한 밤 산책하다 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얼굴 반짝이는 별을 모아 그리는 그런 사람 좁다란 길 향기를 채우는 가로등 빛 물든 진달래꽃 이 향기를 그와 함께 맡으면 참 좋겠네 보고 싶어라 그리운 그 얼굴 물로 그린 그림처럼 사라지네 보고 싶어라 오늘도 그 사람을 떠올리려 산책을 하네”


  세상엔 좋은 게 참 많다. 그리운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려 산책을 하는 노래 가사의 주인공처럼, 좋은 사람, 좋은 순간, 좋은 것들을 가끔 그려보려 산책을 해야겠다. 아내가 산책을 좋아해서 좋다. 결혼 전엔 산책을 달가워하지 않는 나였지만 지금은 아내가 좋아서 나도 산책이 좋아지려 한다. 아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도 좋아하게 되는 것, 아내가 소중히 대하는 것을 나도 소중히 대하는 것이 행복이 아닌가 싶다. “따뜻한 손 그리고 그 감촉 내가 쏙 들어앉아 있던 그 눈동자 그 마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사랑을 주던 그”가 나였으면 좋겠다. 종종 아내가 먼저 퇴근하는 날엔 역까지 마중 나가 아주 짧은 거리지만 동네 산책을 해야겠다. 나와 함께 해줘서 더 반갑고, 감사한 마음으로….


출처: illustration of marriage - 184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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