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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크seek Jul 22. 2021

복날, 치킨 그리고 아내의 미소

[크리스천 연애와 결혼 #6]

  복날이라는 명분으로 예정에 없던 치킨 타임을 갖게 되었다. 두 번째다. 결혼하고 치킨을 먹은 지 말이다. 치킨은 내가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숱한 치킨 마니아가 그렇듯 내게도 치킨은 야근을 불태우는 열정의 땔감이었고, 우정을 나누는 천하진미였다. 친한 지인과 금요 철야 예배를 마치고 KFC 간 것이, 생일 선물로 치킨 세트 기프티콘을 받은 것이, 치킨을 더욱 맛있게 먹으려고 야구장에 간 것이 어디 하루 이틀인가. 더욱이 치킨과 함께 톡 쏘는 목 넘김의 콜라는 그 청량감만큼이나 절정의 해방감을 선사했다.       


  그런데 그 좋아하는 치킨을 이제는 분기에 한 번 꼴로 먹고, 매일 동절기 1캔, 하절기 2캔 이상 마시던 탄산음료를 주 1캔 리미트를 걸어놓고 마시다니, 대관절 어찌된 일인가? 그렇다. 생각해 보니 나도 내가 변했음을 자각하고 있었다. 행동의 변화는 무언가 동기부여가 수반되었다는 의미다. 내 동기부여는 무엇인가? 아내다. 정확히는 아내의 행복이다. 연애 때부터 나는 줄곧 아내에게 약속했었다.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야.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할게.”     


  아내는 평생 안정적이고, 계획적으로 살아왔다. 그랬는데 ENFP의 나를 만났다. 얼마나 난감했을까. 그녀로서는 인생을 걸고 모험한 셈이다. 모든 남자와 여자가 그렇듯 결혼은 예기치 못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소꿉장난 같은 연애 때와는 다르다. 결혼은 또 다른 차원에서의 ‘자기 내어줌(self-giving)’과 ‘헌신을 기쁨으로 아는 결 고운 겸손’이 필요하다. 그러니 평생의 동반을 약속한 순간, 나를 믿어준 아내를 실망시키지 말자는 다짐이 심장에 아로새겨졌다. ‘기적’과 ‘이기적’의 차이는 사랑한다는 말과 혀에 달려 있지 않고, 행함과 진실함에 있음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오빠, 건강을 생각해서 패스트푸드나 콜라 좀 자제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아내는 이 말을 잔소리로 하지 않았다. 대신 냉장고에 우유를 채웠고, 오설록 차를 사 왔으며, 주 3회 정도는 손수 저녁 요리를 해주었다. 지혜로운 사람이어서 참 고마웠다. 그러니 외식을 한 달에 두어 번 정도만 하고도 아쉽지 않았고, 어느새 난 총각 때보다 패스트푸드를 멀리하게 되었다. 심지어 이제는 소시지나 스팸이 그리 반갑지 않은 지경에 이르렀다. 라면도 결혼 전보다는 10분의 1 정도로 먹는다. 되도록 과식도 멀리한다.     


  아내가 종일 회사 업무에 치이다 오면 그 고단함이 전해져 안쓰러울 때가 많다. 부담스러운 일도 사명감으로 끝까지 해내는 아내의 성격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니 빨래며 청소, 설거지,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는 모두 내 몫이다. 보통 내가 먼저 퇴근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회사에서 고생한 아내가 집에서만큼은 편하게 쉬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설거지를 마치고 ‘고맙다’는 말에 ‘사랑해’라고 되받아치면 ‘나도’라는 말이 다시 들려오는 순간, 얼마나 행복한지. 환하게 미소 짓는 아내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내 마음도 흔연해진다.    


  오늘 아내와 모처럼 치킨을 먹었다. 소소한 만찬에 감사기도를 했고, 언제나처럼 손잡고 동네 한 바퀴 산책했다. 소중한 사람이다. 고마운 존재다. 평생 아끼고 사랑해야 할 내 짝꿍이기도 하다. 그러니 아내가 나를 사랑해서 하는 소리에는 항상 충성하기를 힘쓰고 있다. 결혼하고 이제야 두 번째 먹는 치킨임에도 행복한 이유다. ‘오빠와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다’는 아내의 바람을 이루고자 건강하기를 힘써야 하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아내의 흐뭇한 미소, 그 미소를 보는 내가 너무 행복하니까. 마침 내일 독서모임으로 읽게 된 책에 나오는 성경 구절이 오늘 더욱 선명하게 인식된다.      


  “이와 같이 남편들도 자기 아내 사랑하기를 자기 자신과 같이 할지니 자기 아내를 사랑하는 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라” 엡 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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