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M_Book #33] '프레임'
저자는 ‘프레임’이라는 용어를 소개하고, 이것이 곧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라고 이야기한다. 사실 의미 자체가 어렵거나 생소한 것은 아니다. ‘프레임’이라는 용어 자체는 여기서 처음 본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미 가치관 혹은 세계관 등의 용어를 바탕으로 각자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책 내용이 나를 계몽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다만, 어떤 관점으로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는지 여러 방향성을 통해 알려주는 그 세밀함이 좋았다.
"따라서 누군가 ‘세상이 어떻다. 주변 사람들이 어떻다.’라고 평하는 것은 세상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정보라기보다는 사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어떤 프레임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려주는 법이다."
책의 앞부분에 있는 이 말이 마음에 울렸다. 나는 어떤 말로 내 삶을 만들어가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흔히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했다. 내 마음의 중심에 어떤 것이 있는지에 따라 내가 자연스럽게 바라보는 것들이 달라진다. 그리고 이는 곧 말로써, 태도로써 삶 속에 은연히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유한 말을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때로는 잘 되었고 때로는 잘되지 않았다. 어쩌면 그 모습 때문에 굉장히 불안정한 사람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과정에서 신기했던 것은, 내가 의식적으로 말을 바꿈에 따라 내 가치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말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됨과 동시에 내 방향성을 결정하는 지휘관이 된다. 자기 암시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일까. 올림픽 선수들이 긴장한 순간에 자신에게 불어넣는 외침이 일순 이해가 되기도 한다.
유튜브에서 영화배우 드웨인 존슨의 강연 클립을 본 적이 있다. 그는 긍정적인 사람도, 부정적인 사람도 좋아한다고 했다. 다만, 냉소적인 사람은 싫어한다고 했다. 긍정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은 모두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사람이지만, 냉소적인 사람은 그저 아무 의견도 내지 않으면서 모두의 의욕을 깎아내리고 폄하하는 사람이라 했다. 그런 의미에서 긍정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은 어떤 방향성에서든 발전 가능성을 만들어내지만, 냉소적인 사람은 그저 그 자리에 머물러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게 만든다. 책 속에서는 접근 프레임과 회피 프레임이 등장한다. 그리고 나는 접근 프레임에서 긍정적인 이와 부정적인 이가 떠올랐고, 회피 프레임에서 냉소적인 이가 떠올랐다. 그리고 어느 프레임을 갖춰야 삶이 풍성해질지는 자명한 일이다. 나는 공감이 어렵고 냉소적인 사람이다. 변하기 위해 조금씩 노력해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나는 과거를 향한 오만을 경계해왔다. 흔히들 말하는, ‘그때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이라는 말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 당시의 나는 그 당시에서의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을 했었다고 스스로를 다독여왔다.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는 미래에서 과거를 향해 오지랖을 떠는 것은, 오히려 과거를 부정하여 현재를 오염시키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다. 현재에 불만족하기에 과거를 모욕한다. 그 불만에 가득 찬 행동은 스스로에게 전혀 득이 될 것이 없었고, 여전히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다만 내가 놓쳤던 것이 책 속에 등장한다. 과거에 대해서도 오만하지 말 것과 동시에 미래에 대해서도 교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학창 시절, 방학이 시작할 때 세웠던 시간계획표처럼, 때때로 나는 내가 감당하지 못할 일들을 빼곡하게 미래의 내게 전달하고는 했다. 그리고 번번이 목표 달성은 실패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한계를 자책하곤 했다. 이는 계획 단계에서 나 자신을 너무 완벽한 사람으로 설정해서 나타나는 오류다. 미래의 나는 언제나 건실할 것 같다. 절대 아프지 않을 것 같고, 쉴 틈 없이 일해도 크게 문제가 없을 것만 같고, 이 정도의 일은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항상 미래는 유동적이고, 나는 생각만큼 유능한 사람은 아니다.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여실히 깨닫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적게 계획하자니 또 불만이다. 참 나도 답이 없는 존재다.
"좋아하는 것을 반복해서 선택했을 때가, 이것저것 다양하게 섞어 놓은 종합 선물 세트를 골랐을 때보다 실제 만족도가 더 크다는 점을 기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현재 나는 삶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조금 부지런하게 돌아다니는 중이다. 하지만 결국 내가 힘이 빠졌을 때는 익숙한 곳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었다. 최근에 그런 경험을 해서 그런가, 책의 저 구절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 사람의 힘은 무한하지 않아서, 어느 순간 충전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렇게 결국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내가 가장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것이 특정한 장소일 수도 있고 특정한 사람일 수도 있고 특정한 경험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전제되어야 한다. 경험 없이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저자는 다양하게 섞어 놓은 종합 선물 세트보다 좋아하는 것을 반복해서 선택했을 때가 만족도가 더 크다고 이야기한다. 좋아하는 것을 중심에 두고, 조금씩 삶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삶이 여전히 서투르기에 그 비율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고민이다.
* 독서모임 멤버의 서평을 동의 하에 올립니다.
밑줄 친 문장들
“자기 삶에 대한 평가가 시시하다면 내가 시시한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답이 안 나오는 인생을 살고 있다면, 질문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무언가 더 나은 답을 찾고 싶은 사람은 세상을 향해 던지고 있는 질문부터 점검해야 한다.” p.44
“애매함은 삶의 법칙이지 예외가 아니다. 우리의 감각적 경험과 개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판단들도 프레임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다. 애매함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질서를 부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프레임이다. 한마디로 프레임은 우리에게 ‘애매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주는 것이다.” p.71
“자기라는 프레임에 갇힌 우리는 우리의 의사 전달이 항상 정확하고 객관적이라고 믿는다. …다른 사람의 프레임에서 보자면 지극히 애매하게 여겨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의사불통으로 인해 생겨나는 오해와 갈등에 대해 사람들은 서로 상대방의 무감각과 무능력, 배려없음을 탓한다.” p.79
“현명한 소비자는 소유보다는 경험의 프레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에리히 프롬의 충고처럼 소유의 프레임보다 경험의 프레임이 삶의 질에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p.91
“자기 프레임을 과도하게 쓰다보면 ‘나는 너를 알지만 너는 나를 결코 모른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 ‘난 지금 오해받고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 더 큰 오해는 ‘내가 남을 알고 있다’는 바로 그것이다.” p.93
“자기중심적 프레임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을 ‘허위 합의 효과(false consensus effect)’라고 하는데 자신의 의견이나 선호, 신념, 행동이 실제보다 더 보편적이라고 착각하는 자기중심성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허위 합의 효과에 사로잡힌 우리가 깨달아야 할 사실은, 이 세상에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다.” p.123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우리를 보고 있는 것은 남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다. 마음속에 CCTV를 설치해놓고 자신을 감시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p.131
“상황의 힘에 관한 가장 유명한 연구가 1951년 미국 스와츠모어 칼리지 캠퍼스에서 진행되었다. …이 실험에서 중요한 점은 좌석 배치였다. 좌석 배치가 항상 진짜 피험자가 맨 마지막에 앉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는 자기 앞에서 7명의 피험자 모두가 오답을 선택하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이후 선분의 길이를 달리하면서 15번의 회차가 진행되었고, 그중 11번의 실험에서 모든 동조자들이 동일한 오답을 선택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p.154-155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후에 내리는 모든 판단에 대한 확신을 지금보다 더욱 줄여야 한다. ‘내 그럴 줄 알았지’라는 말이 튀어나오려고 할 때 ‘내가 진짜 알았을까?’라고 솔직하게 자문해봐야 한다.” p.197
“프레임을 좌우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름’이다. …여러 영역 중에서 이름의 영향을 가장 심각하게 받는 영역은 무엇일까? 바로 돈이다.”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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