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누구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거다.
투사란, 내가 도저히 내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는 감정을 타인에게 전가해서 그 사람의 것이라 여기는 행동을 말한다.
방어기제 중 하나이고, 심리학 용어다.
언뜻 보면 간단명료해보이지만,
나름대로 또 그 안에 포함된 여러 가지 함의가 있다.
하지만 오늘은,
딱 표현그대로 투사하는 행동 자체에 대해서만 보자.
언제, 어디서나, 어떻게든,
인간은 항상 누군가를 비난하고 험담하고 헐뜯는다.
그 사람은 이기적이니,
쟤는 자기관리가 안 되고 멍청하니,
누구는 비열하고 앞뒤가 다르니,
욕하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이 부분이 꽤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기적인 누군가를 욕하고 미워하는 A는,
사실 그도 상당히 이기적으로 굴곤 한다.
그러면 이제 여기서 국룰로 나오는 진리의 단어가 있다.
내로남불.
하지만 인간은 생각보다 그리 쉽게 내로남불이 안 된다.
내가 늘 주장하는 이야기다.
인간은 자기가 내로남불이라 생각지 않는다.
왜냐면, 난 이기적이지 않고
그렇기에 당당히 A를 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수학점수가 60점인데
B가 수학 못하는 멍청이라고 욕하진 않는단 의미다.
그런데 과연, 실제로 그런가.
아니지.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이기적인 놈이 옆에 있는 놈을 이기적이라고 욕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걸까.
인간은 자신이 욕하는 그 점을 자기도 갖고 있다고
자각하지 못한다.
왜냐면, 그는 그 점을 타인에게 투사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투사의 힘이 드러난다.
투사는 무의식적인 행위다.
알고 투사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게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내가 이기적인 놈인데 난 이기적일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계속 끊임없이 살면서 이기적인 놈들을 만난다.
내가 그걸 타인에게 자꾸 던지기 때문이다.
내가 물감을 던지며 사니까,
자꾸 옷에 물감이 묻은 사람들을 마주친다.
아니, 왜 저것들은 물감을 옷에 덕지덕지 저래.
막 욕을 한다.
그런데 사실 나는 물감을 온몸에 두르고 사는 놈이다.
아니, 어쩌면 나는 아예 물감이 새로 생성되어 올라오는
살아있는 물감의 요정이다.
... XX.
내가 날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우리가 이해하고 바라보는 세계는,
어쩌면 우리가 투사한 것들로 윤색되어 있는
세계일지도 모른다.
세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세상을 가급적 실체 그대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가 투사하는 것들을 보는건지,
진짜 내가 우리가 보는 세상이 그런건지,
분별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우리뿐만 아니라,
타인들도 투사를 수없이 반복하며 살아간다.
그러면 이제 세상을 경험할 때,
보지 않던 다른 것들을 보기 시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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