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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장장이 휴 Oct 28. 2024

투사적 동일시 제대로 이해하기

투사적으로 동일시를 한다는 건, 뭘 말하는 것인가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 있을지 모르겠다.

정신분석에서 만들어진 방어기제 중 하나다.

그런데 내가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에도

늘상 이 개념이 가장 모호한 개념 중 하나였다.

교재마다, 교수마다, 사례마다 조금씩 뉘앙스가 다르다.

그래서 혼동이 많았던 거 같다 학생들 입장에서도.

개념을 잘 이해하기 위해, 한 번 살펴보려고 한다.


투사, 동일시, 투사적 동일시란 무엇인가.


투사(Projection)란,

도저히 내 것이라 인정할 수 없는 감정을

타인에게 전가해버리는 걸 말한다.

전가한다는 건,

그 사람의 감정이라 여긴다는 의미다.


동일시(Identification)는,

외부대상이나 그 대상의 일부를

내 것으로 가져와 내면화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투사적 동일시란 무엇인가.

투사적 동일시는,

내 소화하기 힘든 감정을 상대에게 투사하고,

다시 그 투사된 감정을 나와 동일시하는 행위다.


투사적 동일시 개념은 사실 좀 혼란스럽다.


여기서 사실, 투사는 크게 헷갈릴 부분이 없다.

하지만 동일시는 좀 애매한 면이 있다.


동일시는 원래 성숙하고 긍정적인 방어기제로 꼽힌다.

하지만 투사적 동일시에서는 그런 건 아니다.

투사적 동일시에서의 '동일시'는

크게 두가지 의미를 가진다.


투사적 동일시에서 동일시의 첫번째 의미


첫번째 의미의 동일시는,

감정을 투사하는 '투사자'가

감정을 투사받은 '피투사자'에게 던진 감정을

동일시의 대상으로 하는 행위다.

즉, 투사자는 자기가 상대에게 투사한 감정을

다시 내 것으로 동일시한다.


이걸 딱 보고 나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의아해진다.

하지만 일단 넘어가자.


동일시의 두번째 의미


두번째 의미의 동일시는,

피투사자가 투사받은 감정을 자신의 것이라 여기는

내면화 과정을 말한다.

이는 곧, 타인의 것을 내것으로 받아들이는 내면화와 비슷하다.


투사적 동일시에서 '통제'의 의미


심리학 대학교재나 서적들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통제하려 한다, 간접적으로 관리하고자 한다, 조종한다,,

투사하고 동일시하는 방어기제에,

통제나 조종이라는 단어가 왜 등장하는걸까.


'통제'의 의미는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 의미의 통제는,

투사자가 감정을 투사한 피투사자를 통제하려는 걸 말한다.


두번째 의미의 통제는,

투사자가 투사한 감정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뜻한다.


첫번째든, 두번째든, 결국 목적은 같다.

투사자가 외부로 투사한 감정을 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라도 통제하고 처리하려는 것이다.


간접적으로 다룬다는 개념


간접적이라는 건,

투사자가 직접이 아니라 피투사자를 통한다는 말이다.

하여,

'간접적으로 다루고 관리한다, 통제한다, 처리한다'

이런 류의 표현들은 두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첫번째 양상은,

피투사자가

투사된 감정을 경험하고 알아서 처리하는 모습을,

투사자는 그저 지켜본다.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처리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건, 투사자가 왜 굳이 자기가 뱉어낸 감정을 다시 동일시하는지에 대한 대답이 되기도 한다.

애초에 받아들일 수 없었던 감정을 타인을 통해서라도 경험해낼 수 있게 되는 성과가 있는 것이다.


두번째 양상은,

피투사자가 투사된 감정에 특정한 방식으로 반응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첫번째 양상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 역시 자신이 처리못했던 감정을 간접적으로라도 통제해보려는 취지다.


책에는 없는 것


이 정도까지 오면 어디선가 '투사적 동일시'를 만나도,

그에 관한 서술이나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충분할 것이다.


다만, 왜 인간은 자기가 어쩌지도 못해서 던져버린 감정을

다시 자기 것으로 가져오려는건지가 남는다.

왜 투사자는,

투사한 감정에 피투사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조종하고 싶어하는가.

그건 바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타고난 경향 때문이다.

이 경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생존에 분명 도움을 준다.

단기적으로야 도망이 최고지만,

삶이라는 게 도망만 다닌다고 해서

생존이 보장되는 게 아니니까.


팀장이 당신에게 그러는 이유


간단한 사례를 생각해보자.

당신 팀에 중요한 프로젝트가 떨어졌다.

사장에게 직접 보고해야 하고, 기한은 얼마 없다.

팀원인 당신에게 평소 상남자로 유명한 팀장이 와서는,

너무 걱정마라, 긴장할 거 없다, 평소처럼 하라 말해준다.


그런데 팀장이 자꾸 뒤에서 서성이며 왔다갔다 하고,

언제까지 임원보고는 마쳐야 될 거 같다 그러고,

묘하게 상기된 듯한 표정으로 얼마 정도 보고서 완성됐냐 묻는다.

그러면서 자꾸 나한테 너무 쫄지 마라, 별 거 아니다,

이러면서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별 생각 없는 것 같기도 했는데,

뭔가 묘하게 점점 초조해지는 거 같다.

팀장은 계속 날 안심해라고 독려해주는데,

계속 초조하고 불안하다... ㅋㅋ


이건 팀장이 자신의 불안함을 자기 것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팀원인 당신에게 투사한 후 그 감정을 당신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투사적 동일시의 상황일 수 있다.

팀장은 당신을 통해 자신이 투사한 불안함을

간접적으로라도 소화하고 다루려고 은근히

당신의 불안함에 대한 반응을 자기가 원하는대로 유도한다.

당신을 통해서라도 그 불안함에 의연하게 대처하고 싶은 것이다.


사실 이런 일은 우리 주위에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이것이,

우리가 정신적 자유를 쟁취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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