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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장장이 휴 May 04. 2022

단기 역동적(정신분석) 심리치료의 세 가지 특징

Levenson의『단기 역동적 심리치료』를 읽고

  '역동적 심리치료'는 정신분석적 심리치료와 같은 말이다. 프로이트가 정신분석이론을 만든 이래, 정신분석 심리치료는 오랜 시간 동안 발전해왔다. 정신분석 심리치료는 다른 여러 심리상담이론에 비해 장기적인 시간의 투입을 전제하고 또 요구하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어렵사리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의 입장에서 장기치료는 단기치료보다 전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시간적, 금전적 비용이 많이 들지만, 정작 눈에 보이지는 않는 상담이라는 게 얼마나 효과를 가져올지는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신분석가들은 점점 더 사람들의 수요에 맞추어 단기적인 정신분석 심리치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는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심리치료의 한 줄기이다.


  얼핏 생각하면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는 원래의 역동적 심리치료(정신분석적 심리치료)를 그냥 장기로 하지 않고 단기로 하는 거라고 생각할수도 있다. 내가 그랬다. 그냥 축약본 개념 아닐까 막연히 짐작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는 게 저자의 이야기다.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는 전통적인 정신분석 치료와 확연히 다른 몇 가지 특성이 있다.


※ 본 글의 '박스 안 문장'들은 모두 Levenson의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 본문을 발췌한 것입니다.




  1. 치료 초점의 제한(제한된 치료목표)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와 장기적이고 종결 시기를 미리 정하지 않는 심리치료 및 정신분석을 구분하는 주된 특징은 치료가 제한된 초점을 갖는지 여부이다.


  사실 자신의 심리적 고통과 문제를 이야기하는 내담자에게, 목표나 치료초점을 제한해서 특정 부분에만 집중해보자라는 말을 하는 건 내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적 제약을 고려하는 건 분명 이점이 있다. 좀 더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특정 부분으로 초점을 좁히되, 이를 더욱 구체화해서 치료의 목표로 삼는 일은 치료효과를 확실히 높이는 것 같다.


  보통 상담을 받으러 찾아오는 내담자는 상담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나 목표에 대해 다소 막연하거나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다. 가령, 구체적이기보다는 조금 추상적이고 피상적인 경우가 종종 있다.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한가지로 초점이 수렴되기보다는 담배연기처럼 산발적으로 발산되는 경우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한 저자의 코멘트가 인상적이다.

  치료 주제는 치료자가 피상성이라는 바위에 부딪히거나 확산성이라는 바다를 표류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나침반 구실을 한다.

  이 문장을 읽고서 아주 잠시 소름이 돋았다. 불과 몇시간 전에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나는 지금 이 생생한 나의 고민을 저런 간결하고 명료한 문장으로 왜 표현하지 못하는가 아쉬울 따름이다.)




  2. 시간제한과 시간관리

  시간은 단기치료를 정의하는 핵심변인이다. ...(중략)... 이론적으로 볼 때 시간제한은 실존적 주제를 부각시키고 희망을 고취하며 치료자 활동을 격려하고 치료초점을 고수하도록 권장함으로써 치료 작업을 촉진한다. 실용적 관점에서 본다면 시간제한은 대부분의 환자들이 짧은 시간 동안만 치료받다가 스스로 그만둔다는 사실을 활용하는 것이다.


  내담자들의 단기상담 수요를 반영함과 동시에, 시간적 제약 하에서 치료자 또한 좀 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상담의 효과를 제고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연구자와 전문가들은 총 회기수를 주요하게 고려하는 관점보다 치료 기간에 무관하게 모든 회기에 대해 좀 더 집중하는 모델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전통적인 단기 역동치료는 1~40회기이고 상한선은 대개 25회기로 본다. 하지만 환자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회기는 약 6회기 정도이다. 내담자들은 단기치료를 원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와 달리 심리상담에 보험적용이 되는 외국에서조차 이미 2000년 이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비용적 부담과 문화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다.

  치료의 유형과 관계없이 환자들 대부분이 단지 6~12회기 동안만 치료를 받는다. 이론적인 치료 탈락률 곡선에 의해 예측된 바와 같이, 전체 외래환자의 60~75%가 8회기 이전에 치료를 그만둔다는 것이 경험적인 증거로 확인된다.




  3. 정신분석적 개념과 기법의 수정

  정신분석 기법 중 단기치료자를 위해 현저하게 바뀐 점은 치료자가 환자의 퇴행과 의존을 피하고 환자의 강점을 강조하며 치료과정을 보다 더 현실에 바탕을 두려고 한다는 것과, '완전한 개인사'를 구성하기 위해 생애 초기의 기원적 자료를 수집하는 데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정신분석 심리치료가 과거의 중요한 대상과의 관계나 문제의 기원에 많은 초점을 둔다면,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는 상대적으로 지금-여기에서의 관계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차이가 존재하는 이유는, 전통적인 정신분석 심리치료가 시간적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보다 근본적인 성격의 변화를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뿌리부터 그에 기인하여 파생된 성격장애나 많은 심리적 증상을 완전히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다. 반면, 현실적인 제약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에서는 다소 정보가 부족하거나 불완전하더라도 일단 그것을 토대로 개입하고 치료를 진행하는 것에 방점을 두는 양상을 보이는 것 같다.


  장기적 정신분석 심리치료와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의 주요 가치 비교


  저자는 한 대형 정신건강 기관이 채용 시 아래의 비교표를 지원자에게 미리 보내는 사례를 언급하면서, 해당 비교표에 대한 신뢰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상담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서양보다 오히려 더욱 단기치료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할 사람은 우리일지도 모른다. 저자가 언급했듯이 오랜시간 정신분석 수련을 받아온 전문가들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탐탁치 않을 이야기지만, 분명 심사숙고해볼 가치가 있는 문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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