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통의 기원

보편적 존재로서의 자기자신을 알아가는 일의 중요성

  거듭 말하지만 스스로를 잘 아는 일은, 우리가 이번 인생을 행복하게 누리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다. 삶을 마음껏 만끽하며 보내기 위해서는 평상시에 의식의 질서를 유지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우리 의식의 질서를 혼란으로 바꾸는 온갖 번뇌를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온갖 번뇌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갖춘 현자들 중에 자기자신을 잘 모르는 이는 없다. 번뇌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결국 그 번뇌들에 휘둘리고 고통받는 나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수학에서는 이를 필요조건이라고 한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

- 안나 카레니나(톨스토이, 1898)

  우리는 어떤 존재일까. 우리는 어떤 것에 쉽게 영향을 받고 휘둘리고 고통받을까. 톨스토이는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문장에서 자신이 바라보는 행복과 불행의 모습을 저렇게 묘사했다. 하지만 왜 저런지에 대한 이유는 써놓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모든 인간은 보편적으로 가지는 욕구가 있는데, 그 욕구들은 모두 어느 수준까지는 충족되어야 한다. 욕구가 10가지라면, 이 중 1번 욕구나 4번 욕구, 혹은 8번 욕구가 결핍된 사람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행복한 사람은 10가지 욕구가 모두 어느 정도 충족되어 있다. 그러니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불행하다. 

  한 번 돌이켜보자. 이상하게 온갖 이유로 마음이 고통스럽지 않던가. 많은 어려움에도 언제나 행복하고 감사할 줄 아는 멋진 사람들도 분명 있지만, 우리는 그런 성인군자는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언가 하나만 삐끗하면 그 이유로 불행하고 고통스럽다. 참고로 나는, 어제 퇴근하고 집까지 뛰어가다가 왼쪽발목이 꺾여서 통증이 생긴 후로 지금까지도 그다지 기분이 좋지가 않다. 하나만 어긋나도, 우리는 행복한 상태에서 멀어진다.

  매슬로에 따르면, 인간은 5가지 단계의 욕구를 가진다. 이러한 각 단계의 욕구는 그 강도와 중요성에 따라 5단계로 나뉘는데, 매슬로는 이를 피라미드 형태로 그려냈다. 나는 매슬로의 이 창조적인 발견이, 프로이트가 발견한 삼원구조이론(인간의 마음구조가 무의식, 전의식, 의식 3가지로 구성되어 있다는 이론)만큼이나 탁월하다고 믿는다.

  우리는,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방향으로 여러 강도의 욕구(각 단계의 욕구)를 느끼게끔 설계되었다. 아니, 정확히는 '진화해왔다'. 이러한 각 단계의 욕구들은 결핍이 심해질수록 우리에게 고통을 선사한다. 이건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애당초 그리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겪게 되는 고통이다. 

  이러한 고통들은 누구나 보편적으로 프로그래밍된 코딩(혹은 설계)에 따라 느끼는 고통이기 때문에, 보편적이다. 우리는 이러한 보편적인 욕구체계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보편적인 존재로서의 자기자신에 대해 이해해야만,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고유한 존재로서의 진정한 나자신까지도 알아갈 수 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나의 모습조차 알지 못하는데,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나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앎을 발판 삼아, 우리는 결국 우리를 지배하는 고통과 번뇌들을 통제해나가기 시작할 것이다. 힘을 길러야 한다. 우리는 그리 해나갈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매슬로의 5단계 욕구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오늘은 이걸로 끝.

  

  

  보편적 인간으로서의 나 자신. 

  우리가 진정으로 우리를 아는 일은 더없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우리는 온갖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해서 자유롭게 삶을 향유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고유한 존재로서의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전에, 보편적인 인간으로서의 우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게 피라미드의 하위단계 욕구니까. 즉, 이게 더 시급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