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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장장이 휴 May 18. 2022

[강연리뷰]조승연 작가가 제시하는 '쓰기의 기술'

글쓰기에 관한 조승연 작가의 노하우와 경험담

  조승연 작가님의 '쓰기의 기술'이라는 강연을 들었다. 난생 처음 듣게 된 글쓰기 강연이었는데, 좋았다. 들인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간략히 정리한다.


  19세기 낭만주의가 우리에게 심어준 고정관념 


  첫째, 글은 앞에서 뒤로 쓰는 것이다. 마치 영감을 뙇 하고 받은 천재작가가 팍 하고 글을 촤라락 써내려가는 게 진정한 작가인 것처럼 묘사하곤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런 작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해다. 


  둘째, 글을 쓰려면 영감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 이것도 오해다.


  그렇다면, 글쓰기의 실상은 어떠한가.


  첫째, 글은 엉성하게 쓰고 살을 붙이는 것이다. 일단 떠오르는 글감과 메모들을 산재하도록 던져놓은 후 찬찬히 레고를 쌓아가듯 맞춰나가는 것이다. 나중에 레고 조각 사이사이를 매끄럽게 사포질하는 건 필수.


  둘째, 글은 영감이 아니라 리액션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아니라, 어떤 의견이나 주장, 상황, 사회문화 등에 리액션하면서 글쓸거리를 찾는다. 


  리액션의 3가지 종류


  리액션은 크게 3가지다. 1. 모방. 카피체인지를 말한다. 거장들의 양식, 즉 템플릿을 빌려다 쓰는 것. 이건 표절이 아니다. 헐리우드 영화는 거의 다 똑같은 서사구조를 쓰지만, 그들이 모두 서로를 표절하는 건 아니다. 2. 반항. 기존에 있던 것에 대해 반기를 들고 감정을 토로하는 글들은 강력하다. 3. 재해석. 제3자나 다른 시간적 관점에서 무언가를 새롭게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논리를 전개하는 방법


  5단 에세이 템플릿을 기본구조로 삼아보자. 여기서 5단 구조란, 『도입부 - 증명부(3단) - 결론부』를 의미한다. 


  도입부에서는 사람들의 주의를 이끌만한 이야기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백그라운드를 간략히 설명해준다. 말콤 글래드웰은 도입부에서 독자가 풀어볼 수 있도록 퍼즐을 만들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한다. 독자가 능동적으로 개입할 여지를 주는 것도 좋다는 의미인 듯하다. 핵심은 내가 느끼는 궁금증을 독자도 똑같이 공감하며 느낄 수 있게끔 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에 내 주장을 제시한다. 


  증명부에서는 주장에 대한 논거를 제시하면 된다. 기억에 남는 내용은, 우리가 가진 모든 컨텐츠를 어떻게든 다 선보이려고, 다 소진해버리려고 발버둥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다 써버리면 점점 소재가 고갈된다. 그리 아둥바둥 다 선보이려고 애쓰지는 말자. 


  결론부에서는 앞에서의 주장을 다시 한 번 제시하며 그러한 주장을 바탕으로 하는 제언을 덧붙이면 된다.


  글이 나온 후에.


  1. 내가 쓴 글 주제와 관련한 찬반 주장을 숙지하라. 대중들이 누구나 알만한 찬반주장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야 한다. 찬반 주장은 1) 전문가들의 찬반의견, 2) 일반 대중들의 의견 을 위주로 찾아보면 좋다. 1)과 2)는 적절히 증명부에 가미하여 활용하면 더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2. 팩트체크를 하라. 내가 기사나 인터넷 등을 통해 어떤 자료를 인용한다면, 반드시 팩트체크를 해야 한다. 구글 스카라에서 해당 연구의 존재나 결론방향, 연구지원재단 등을 확인하자. 


  퇴고하라. 


  퇴고의 핵심은 한숨 자고 나서 다시 읽으며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에서 빠져나온 후에 읽어봐야 글이 개판인 걸 느낄 수 있다. 퇴고의 포인트가 있다.


  1) 글은 최대한 말에 가까울수록 좋다. 소리내서 읽고, 읽었을 때도 자연스럽다면 퇴고는 그만해도 좋다.("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나?"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2) 논리적 전개에 불필요한 이야기는 다 뺀다.(할말만 하고 펜 내려놓아라. 자꾸 할말 다 했는데 뒤로 더더더 써나가지 마라.)

  3) 독자는 내가 누군지 관심없다. 내 자잘한 이야기들을 하지 마라.

  4) 과장하지 마라.(형용사는 가급적 쓰지 말고, 꼭 써야한다면 하나만 써라. 비유법도 특징이 2개 이상 일치할 때만 쓰는 게 좋다.)

  5) 너무 깊이 설명하지 마라.(말하려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만 딱 말하라.)


  그 외 꿀팁


  글을 세상에 내놓는 타이밍은 매우 중요하다. 시의성이 있어야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다. 


  내 원래 생각은 이러하였으나, 저러저러한 방향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이런 느낌의 변심을 고백하는 글이 생각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인간적인 모습이 드러나서 그런건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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