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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장장이 휴 May 21. 2022

당신이 할 수 있는 그 하찮은 한가지를, 지금, 여기서

이젠 도저히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당신에게

너무 힘들고 도저히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이제는 절대로 회복되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을 때, 우리는 한걸음을 앞으로 딛어야 한다.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마음 속으로 발을 한걸음 앞으로 내딛는 상상이라도 해야 한다. 일단, 그걸로 시작하는거다.


이젠 더이상 희망이 없다, 절대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이렇게 확신할 수도 있다. 이제 더는 짜낼 눈물도, 힘도, 핏방울도 없고 난 이젠 더는 못하겠다고 하루에도 수백번을 되뇌일 수도 있다.


그래도 눈물을 머금고, 크게 한숨을 내뱉고, 그리고 지금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것, 아주 미미한 것 한 가지를 해야 한다. 지금. 여기에서.


아마 지독하게 외로울 것이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 지금 나의 상황은 곁에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래서, 외롭다. 고독하다. 그 누구도 날 이해할 수 없다. 누구라도 내 상황, 내 처지가 되어본다면 절대 쉽게 위로나 조언 따위 하지 못할 것이다. 꼼짝달싹 할 수 없는 나의 이 고독을 누가 알까.


그럼에도 그 고독과 슬픔을 깊은 한숨에 뱉어버리고, 아니 뱉어지지 않는다면 가슴 한가운데 머금은 채로, 지금 할 수 있는 그 작디 작은 한가지를 반드시 지금 여기에서 해야 한다.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아주 작고 사소해서 이따위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비웃을 수도 있을만한 그 미미한 것을 지금 내가 할 수 있다는 것. 그걸 기억해야 한다. 그걸 부인해선 안 된다.


우리가 달리기를 하고 사다리를 타고 물구나무를 서고 농구공을 던져 골대에 넣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던가. 그 시작이 얼마나 한심하고 미미했던가. 우리가 고개도 가누지 못하고 배를 땅에 대고 배밀이를 하는 것에서 벗어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던가. 엎드려 기어다니는 걸 거쳐 마침내 걸음마를 떼기까지 얼마나 숱하게 넘어졌던가.


자전거를 능수능란하게 타기까지 얼마나 많이 넘어지고 무릎이 까졌던가. 운전대를 잡고 능숙하게 운전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가슴 졸였던가. 그 오랜 시간 수다를 떠는 당신이 처음 옹알이를 하고 입을 떼기까지 얼마나 오랜시간을 눈만 껌뻑거리며 엄마 아빠 입만 쳐다보고 있었던가.


처마 끝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나뭇잎 하나에도 바스러지지만, 그 빗방울은 어느새 바위에 깊은 구멍을 뚫어놓는다. 도무지 이 빗방울 하나로 저 단단한 바위를 어떻게 뚫을지 한숨과 절망이 온 몸을 휘감겠지만. 그래도 바위 위에 이 작고 보잘 것 없어보이는 빗방울 하나를 떨어뜨려라. 지금. 여기에서.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소용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고이 접어두자. 그건 신만이 아는 일이다. 아니, 신도 모를 일이다. 그건 그 누구도 모른다. 절대 바위에 구멍이 날 리 없을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 수 있다.


그냥, 아무 생각 말고, 아무 생각이 없을 수 없거들랑 가슴에 슬픔과 눈물을 가득 머금고서라도.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그 한가지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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