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혼자서 보낸다는 것은...

by Hugo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5년을 맞이하면서 했던 인사를 한번 더 하는 우리들, 그러니까 설을 맞이 한 것이다. 구정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설이다. 어쩌다 27일이 임시공휴일이 되면서 연휴는 대폭 늘어났다.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는 올해 어떤 목표와 어떤 다짐을 가지고 있는가?


내게 있어서 2025년의 설은 별반 다르지 않다. 작년 이후로 돌아가신 할머니와 연이어 돌아가신 아버지로 인해서 가족은 이제 해체 되었기 때문이다. 목표는 있지만 어쩌다 퇴사하기에 이르다 보니까 시급한 것은 일자리를 갖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까 현재 내게는 심적인 여유가 그리 없다고 보는게 적절하지 싶다.


늘 그랬었다. 가족이 화목한 사람들, 그들이 난 부러웠다. 그렇다. 내 가족은 화목하지 않았고 자신의 목소리가 매우 강한 그러한 개인들의 집합이었다. 떠나신 할머니 아버지가 그랬다. 하지만 당신들의 가슴 속에는 자식새끼에 대한 애정은 남아 계셨으리라.


아무튼, 자아가 워낙 강한 가족이다 보니 우리는 늘 목소리를 높여 다투기에 바빴다. 세상 일은 대부분 '옳고 그르냐?'의 문제로 귀결 된다. 그러니까 내 생각으로 봤을 때 맞으면 맞는 것이고 아니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주관의 동물이지 객관의 동물이 아니다.


정치만 보아도 이해가 쉽다. 아주 어린 꼬마들이 자라면서 서로 다른 관점을 갖고 결국 대립되는 정치관을 갖는 것을 보면 너무 신기하면서도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것이다. 돌아가신 두 분 모두 내겐 너무도 정 반대 타입의 어른들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허무하게 끝을 맺는다. 사람은 죽으면 다 끝인 것이다. 아무리 화려한 이력을 가졌다 해도 세상을 뜨는 순간 모든 것은 허공으로 사라진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는 하지만 소수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내 아버지는 꽤 명망이 높은 모 대학 교수님이었고 시인이기도 했다. 당신께서는 명예라는 명예는 다 가지고 있었으니까 사는 내내 자신감은 차고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식도암에 걸려 세상을 뜨셨다.



아무튼 욕심이 넘치는 두 동생은 이미 내 가족이 아닌지라 차치하고서라도 내게 가족이라는 개념은 어쩌면 '상실'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사람이 상실을 겪게 되면 정서적으로 힘들어지고 망가지기도 한다. 나는 최근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이겨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족이 있는 친구나 지인들은 이런 나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다. "왜 슬퍼하냐?"고 하는데 내가 예상하기로 그들의 가족이 세상을 뜨는 순간 분명히 나와 같은 정서적 상실감에 빠져 슬퍼 할 것임을 나는 잘 안다.


내게 있어 명절은 슬프다기 보다 '힘이 안 나는'기간이라고 보는게 맞지 싶다. 그래도 상실감을 어느 정도 이겨내서 그런지 몰라도 슬프다는 생각은 좀 덜 들기 때문이다.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상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강해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강함인지 인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가족이 있다는 것은 가족의 상실을 겪으면서 그 중요함과 따듯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내가 만약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서 가족을 이루게 된다면 나는 더 없이 소중하게 생각하고 가족을 지키려고 온 힘을 쏟을 것이다. 잃어 버리면 알게 되는 부재, 사람은 이렇게 성장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할 때가 많다.



어쨌거나 명절이다. 혼자 집에서 시간을 이리 저리 보내면서 떡국이라도 해 먹으려고 준비는 해 놓았다. 그런데 국간장이 없더라. 마트에 가서 사오면 되는데 소금으로 간하면 된다는 생각에 발길을 멈추게 된다. 세븐일레븐의 저속노화 도시락을 주문 예약을 넣었다. 혼자 사는 사람은 잘 챙겨 먹어야 한다. 가족이 있어서 혼자 사는 사람과 가족이 없는 상태에서 혼자 사는 사람의 정신적 안정감의 밀도는 매우 크다. 이것은 내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이후에 겪는 것이라 어느 정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명절에 인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이어진다. "가족과 행복한 시간 되세요!" 그렇다. 혼자 사는 이들에게 나는 어떤 따숩은 명절 인삿말을 하고 싶어진 것이다. 평소에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것과 명절에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없음의 부재를 느끼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은 너무도 다르다는 사실을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도 새해의 인사가 되겠지만, 어쩔 수 없이 혼자가 되어 다소 외롭고 씁쓸한, 쓸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혼자인 분들에게 새해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동안의 당신의 시간은 때로는 처절하기도 했지만 새해에는 보다 따사로운 기운이 당신의 곁에 깃들 것입니다. 그러니까 조금 더 힘을 내시옵고 건강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2025년, 새해의 수 많은 복들이 당신 곁에 깃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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