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3 퇴사 Signal_가족기업(협회) 입사 후기

“내가 이걸 위해 달려왔나?”라는 현타가 왔을 때, 그건 퇴사신호

by Gabi깨비

졸업 후, 취업하면서 느낀 인생의 흑역사

대학교 졸업식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취업 시장에 막 뛰어들었을 때. 인생에 그때만큼 갑갑했던 적이 있나 싶다. 그 막막함은 지금 생각해도 숨이 턱 막힌다. 선망하는 대기업과 공기업은 시험을 쳐서 들어가야 하지. 또 필요한 스펙은 한둘이 아니고 거기에 컴퓨터활용능력에 토익, 스피킹까지 쳐야 하지. 당시에 미리 준비해 둘걸 후회를 많이 했다. 코트라 인턴이 끝나고 나서 공기업에 대한 뽕은 차올랐는데, 다시 시험을 준비하려니 갑자기 현실이 너무 버겁게 느껴졌다.

출처 : 픽사베이

"아.. 진작 상경계열 복수 전공할걸..."

그때 문득 후회도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공계 복수전공을 했던 나에게는 처음부터 다시 기초부터 쌓아야 하는 시험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이공계 복수 전공하지 말고 상경계열 복수 전공할걸 후회도 했지만 이미 시간이 지나가 버린걸 어찌하랴.


"이게 뭐야? 또 시험을 쳐야 해? 평생 공부만 하다 끝나는 거야?"

후회는 늦었고 그냥 일단 시작을 했다. 코트라 금융논술 강의도 신청하고~ 토익시험도 신청하고~ 오픽 시험도 신청하고~ 대학교 끝나고 또다시 수험생활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기분이 더러웠다. 아니!! 내가!!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쭈욱~! 이 취업하나를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또 시험을 쳐야 해? 이 거지 같은 세상

출처 : 픽사베이


취업 수험생활 vs 경력 쌓기

맞닥뜨린 현실은 녹록지 않았고, 그 현실을 너무 늦게 알아차린 것 같아서 인생에 회의감이 있었을 때쯤. 나를 좋게 봐주셨던 직장상사의 소개로 협회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렇게 수험생 모드로 돌아가서 시험준비를 할 바에 그냥 경력부터 쌓고, 돈도 벌고, 일 하면서 입사시험공부를 하겠다는 게 나의 플랜이었다.


화학을 전공했던 나는 사실 가장 가고 싶었던 업계는 '화장품'쪽이었다. 마케팅 말고 콜마 같은 화장품 제조기업말이다. 내가 그 협회를 가겠다고 생각한 건 '미용'관련이었고, 또한 전 직장과의 '업무 연계'도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이공계를 살리는 쪽은 아니었지만 그대로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생각했다.


출처 : 픽사베

퇴사 시그널

1. 가족회사

들어가서 일을 하다 보니 현타 오는 게 많았다. 일단 거기는 가족회사였다. 이사장은 아버지, 국장은 형수님, 차장이 아들이었다. 나머지분들은 그냥 일반직원이었다. 모든 가족회사가 안 좋은 건 아닌데, 내가 경험한 가족기업은 안 좋았다. 나이도 어린 아들은 그냥 아들인 이유만으로 차장을 달고 있는 것부터 납득 불가였다.


2. 사회 초년생의 인생 첫 연봉협상

2020년도 나에게 오퍼 했던 연봉은 3000만 원이었다. 나는 소심하게 초봉을 3500만 원을 이야기를 했는데, 돌아온 대답은 '1년 다니면 퇴직금 포함해서 3300만 원 되는 거예요~"였다. 이건 사회초년생이었으니까 그런 어이없는 조건을 받아들였던 것 같다. 지금 그렇게 말하면 어림도 없지. 기가 막히지. 내 권리 야무지게 찾아 한다. 어쨌든 경력이라고 해봤자 5개월 인턴이 전부였다. 아무 힘없는 사회초년생은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3. 꼰대 문화

이사장은 인턴직원에게 커피 심부름은 기본이고, 자기 물도 직접 안 떠 마셨다. 인턴에게 본인 사무실 청소 및 음료 대접을 시켰다. 그래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쳐. 손님이 오거나 이럴 땐 떠드릴 수 있지. 그런데 허구한 날 물을 떠달라고 하던데, 으음.. 왜지? 그 좁은 사무실에서 정수기까지 가는 게 귀찮은 건가? 공공기관에서 그런 행동 엄청 조심스럽게 시키던데, 거기선 당연스럽게 여기는 80년대에 멈춰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아니, 진심으로 물도 본인이 못 떠먹는다고?


4. 어설픈 복지

'직원 복지로 영화티켓 드려요~ 그런데 영수증이랑 독후감 써오세요'라고 하면 이게 복지인가 과제인가 헷갈린다. 예? ㅋㅋㅋ아니 복지라고 했으면 cgv 빨간 티켓 들어있는 거 쿨하게 직원들에게 주면 되지. 뭘 거기서 내가 또 영화 본 거 영수증처리나 하고 있냐고요. 작은 소기업인 거, 일처리 방식으로 이렇게 티낼필요는 없잖아.


5. 길어지는 회의시간

회의는 대부분 1시간 이상. 회의를 1시간이나 할 필요가 없는데.. 또 그중에 절반은 이사장 본인의 잘난 이야기였다.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보니 회의시간이 너무 쓸모없게 느껴졌다. 해야 할 일만 쏙쏙 효율적으로 전달해도 회의에 집중하지 못할 판에 본인 라떼썰을 푸는 게 너무 싫었다.


출처 : 픽사베이

퇴사할 결심

한 달도 안돼서 바로 퇴사를 결심했다. 취업난 등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 봐도, 이 회사는 아니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해서 성취를 얻어내고 싶은데, 그게 불가능해 보였다. 왜냐하면 말도 안 되는 회사분위기 때문에. 이래서 가족회사는 안 된다고 하나보다.


그래서 내가 퇴사하기 전에 그 이사장에게 고쳐야 할 점 들어주면 퇴사를 안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첫째, 본인 물은 본인이 직접 떠서 드시면 좋겠습니다.

둘째, 회의시간에 본인 말을 너무 많이 하지 말 고 요점위주로만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셋째, 복지 줄 거면 확실하게 깔끔하게 주세요. 조건 붙이면 혜택 아니고 의무입니다.


하지만 나의 퇴사를 말리는 시간 자체로 1시간 30분이 넘어갔기 때문에 답이 없다 생각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퇴사를 했다. 내가 20분 정도 하면 그 이사장은 1시간을 넘게 이야기했다. 말 많은 직장상사 왜 이렇게 힘든지.


한 달 정도 다닌 것 같은데 노동계약서도 안 썼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는 소규모 기업이었던 것 같다. 당장 자취방을 구할 수는 없어서 경기도에 있는 이모댁에서 디지털단지까지 왕복으로 출퇴근을 했다. 출퇴근 시간 긴 것도 그 회사를 퇴사하는데 한몫한 것 같다.


빠른 퇴사를 결심한 회사는 모두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면 이미 그건 돌이킬 수 없는 기차를 탄 것과 마찬가지다. 버티려고도 해 보았고 참아보려고도 했으나, 내가 이걸 위해 이렇게 공부를 했고 치열하게 살았나?라는 현타가 왔다. 그 현타가 오는 순간은 더 이상 그 회사에 남을 이유가 생기지 않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미련버리고 나가야 한다.


출처 : 픽사베이


keyword
이전 05화공기업/공공기관 어느 회사가 나에게 더 잘 맞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