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허실 Jul 28. 2020

아는 것은 힘이 아니다

더 좋은 삶을 위한 교육이란

어렸을 때 '아는 것은 힘이다'라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명언을 좋아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의 사업 실패 때문이 아닌가 싶다. 돈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제 시기에 가질 수 있는 것은 지식밖에 없었다. 주머니에 돈이 없어도 도서관에 가면 무료로 널린 게 지식이니 매일매일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릿속 어딘가에 정보가 쌓이는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군대에 가서도 자유 시간에 정말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을 정도의 계급이 되었을 때 제일 먼저 한 것은 책 읽기였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소대 청소나 이런저런 일들을 마무리해놓고 취침시간 전까지 매일 책을 읽었다. 어쩌면 책 자체가 좋았다기보다는 책을 읽는 것이 돈을 쓰지 않고 무엇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책의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책에서 얻은 다양한 정보들과 논리들은 내가 삶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나를 향한 시선이 사회로 확대가 되는 시점부터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에 물음표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는 것이 많아 사회 고위층이 된 사람들, 또는 고위층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주변의 공부를 좀 했다 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행동을 보면 아는 것은 힘이 아니라 어쩌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벼는 익으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의 각종 이슈를 돌아보면 사람은 알면 알수록 겸손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다. 사람이 사람에게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가 있을까 싶은 현상들을 돌아보면 대부분 '아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다. "아는 것은 힘이 아니다"


아는 것은 힘이 아니다.


사실 앞의 내 말은 조금 틀린 부분이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아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겸손하다. 그리고 아는 것을 힘으로 전환하지 않으며 자기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앎은 도구가 아닌 목적 그 자체이기에 도구로 쓰는 순간 오용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아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쓰는 공통적인 말이 있다. "나는 모른다."



`

2년 전 방학 기간을 이용해 학생들과 장기간 학습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고 그것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프로젝트 여행이었는데 몇몇 친구가 이제는 영어를 제대로 공부해야 할 때라며 영어 공부하기를 목표로 적어냈다. 학교 다니는 내내 '영어가 싫어'를 외치던 녀석들이 이제는 영어를 공부해야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조언이랍시고 나의 철없던 시절에 믿고 의지하던 '아는 것은 힘이다'라는 명언을 들려주었다.




'앎'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고 있을까. 그것만 확실해도 나의 인식의 영역은 크게 확장이 될 것 같은데 중요한 것은 그것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어쩔 때는 아는 것이 힘이라고 이야기하고 어느 순간에는 아는 것인 힘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모순된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정말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진정한 앎의 과정은 즐겁다. 

매거진의 이전글 안돼라고 말하지 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