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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허실 Feb 13. 2021

좋은 교사의 자질 10가지

학생들에게는 착한 교사가 아닌 좋은 교사가 필요합니다.

좋은 교사는 어떤 교사인가요?


대안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날 때 제 머릿 속에는 항상 위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어떤 교사가 좋은 교사인지는 아마도 선생님들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겠지만 아마도 공통된 것은 이것 하나일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할 것"


굉장히 쉬운 말이지만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 교사도 사실은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말을 방패 삼아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아이들의 뒤로 숨는 경우도 많습니다. 교사와 학생이라는 관계를 이용해서 아이들 위에 군림하는 것을 즐기는 교사도 있습니다. 애초에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교사도 존재합니다. 


2019년 학기말 발표를 앞둔 학생들과 함께


아이들은 멀리서 보면 예뻐도 가까이에서 보면 굉장히 불안정한 존재입니다. 성장 과정에서 매번 새롭게 느끼는 감정들을 낯설어하고 매일매일 새롭게 배워야 할 지식들을 접하면서 힘들어합니다. 특히 감성이 폭발하면서 새로운 자아가 형성되는 청소년 시기는 이런 불안정함이 극대화되는 시기입니다.


이런 시기에 교사와 부모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매우 큰 역할을 합니다. 어른들의 말 하나, 행동 하나는 각인 효과가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가치관에 큰 잔상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는 좋은 교사가 되어야 하고 부모는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좋은 교사의 자질 10가지


좋은 교사의 자질에 대해서는 인터넷에 검색하면 정말 다양한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모두 자기 경험을 기반으로 좋은 교사의 기준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참고로 좋은 부모에 대한 내용도 매우 많이 있습니다. 저도 제 경험을 돌아보고 관련 자료를 보면서 좋은 교사의 자질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좋은 교사의 자질은이미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기준은 저만의 기준일 뿐 누군가를 평가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혹시라도 선생님들 중 이 글을 읽으시고 오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을 잘 보살핍니다.

자기는 교육을 하러 왔지 보육을 하러 온 게 아니라는 푸념을 늘어놓은 교사도 있고 교육은 하지 않고 보육에만 전념하는 교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교사는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잘 보육하면서 냉철한 이성으로 아이들을 잘 교육하는 사람입니다.


수업 준비에 최선을 다합니다.

수업 하나 기획하고 몇 년을 같은 내용과 같은 방식으로 반복해서 가르치는 교사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달라지고 시대가 변하면 수업 내용과 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좋은 수업은 좋은 교육의 필수 조건입니다. 교사가 수업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가르치는 내용을 진심으로 좋아합니다.

아이들은 교사의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지식을 대하는 태도를 배웁니다. 자신이 가르치는 내용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교사는 수업 준비도 열심히 하고 수업을 할 때 표정에는 생기가 넘칩니다. 평소에 관심이 없던 분야라도 교사의 이런 모습을 보면 아이들은 호기심이 생기게 되고 자연스럽게 공부로 이어집니다.


대화를 잘합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교사에게 아주아주아주 중요한 자질입니다. 성격이 내성적이든 외향적이든, 대화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타인과 대화를 통해 소통하고 교류하는 능력은 교사가 좋은 교육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부모와 학생들과 좋은 대화를 나누려면 대화의 맥락을 잘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맥락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결국 한가지만 잘하면 됩니다. 바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 즉 경청입니다.


새로운 변화를 적극 수용합니다.

최근에 꼰대에 대한 글이 인터넷에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보면 결국 꼰대는 '우물 안 개구리'를 뜻합니다. 자기가 알고 있는 세계와 지식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새로운 변화를 온 몸으로 거부하는 존재입니다.

교사에게 주어진 환경은 '꼰대'가 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언제나 배우는 입장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자기의 알량한 지식으로 계속 아는 체 할 수 있습니다. 교권이 사라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교사라는 지위는 존재 자체로 사람들에게 좋은 대접을 받습니다.

스스로 '꼰대' 교사가 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유일한 방법은 우물 밖으로 나가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만 세상으로 나가라고 하지 말고 교사도 세상으로 나가야 좋은 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좋은 품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품성은 정의 내리기 애매한 개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좋은 품성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본능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 옆에 있는 나도 모르게 좋은 영향을 받습니다.

교사는 자기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교실 안에서 존재 자체가 배움이 되는 존재입니다. 다양한 기질과 성격을 가진 아이들과 만나기 위해서 교사의 품은 넓고 따뜻할 수록 좋습니다.


삶에 대한 실천적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기가 아는 몇 가지 지식으로 소위 말하는 '이빨만 까는' 교사는 아이들의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없습니다. 말은 잘하지만 실천적 경험이 부족한 교사는 결국 속 빈 강정처럼 아이들에게 금방 들통이 납니다.

교사는 다양한 지식과 함께 삶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를 전달하는 사람입니다. 자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실천적 경험이 풍부한 교사는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존중을 받습니다.


품격과 파격을 넘나듭니다.

교사는 매년 매 순간 다양한 성격과 기질의 아이들을 만납니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과의 관계맺기는 언제나 예측 불허입니다. 

다양한 아이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 교사로서의 기본적인 품격을 지키면서도 가끔은 아이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배움은 안정된 공간이 아닌 모험이 가득한 공간에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사회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이해합니다.

인간은 사회 구성원이 되는 순간부터 정치적인 존재가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사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한다는 말에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제 막 정치적 존재가 되려는 아이들에게 사회를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만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다앙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균형감 있게 들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좋은 기획자입니다. 실무 능력이 좋습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그리고 교사는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상상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기획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현실화의 과정은 때로는 쓴소리를 해야 하고 가끔은 잔소리를 해야 하며 정말 잘했을 때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면서 아이의 옆에서 동료가 되어주어야 좋은 결과로 이어집니다. 무조건적인 칭찬과 목적이 불분명한 격려는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때가 많습니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날 때 
기억해야 할 10가지


아래 글은 2013년도 교사회 워크숍에서 교사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공유한 내용입니다. 그 당시 4년차 교사로서 아직 경험이 미천한 상태였지만 나름 열심히 작성했습니다. 여전히 부끄러운 내용이지만 저는 이렇게 과거의 글을 보면서 지금의 제 모습을 비교해봅니다.   


절대 아이들 탓을 하지 않는다

사실 제일 어려운 일인데- 학년 운영을 하다보면 잘되는 경우보다 안되는 경우가 더 많다. 사람은 일이 잘 안되면 뭔가 원인을 찾기 시작한다. 교사도 학급 운영이 꼬이면 원인을 찾기 시작한다.

이럴 때 아이들 탓을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 하지만 이것은 교사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 순간에는 다소 마음이 편할 수 있지만 그것은 이미 악순환의 늪에 빠진 것이다. 이 때부터 무엇을 해도 운영은 꼬여가기만 한다. 왜냐하면 교사가 어떤 노력을 해도 아이들은 못할 테니까.


수업은 교사의 원동력! 수업 준비는 철저하게 한다.

수업을 열심히 준비해서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수업을 듣게 한 교사는 안다. 왜 수업이 교사의 원동력인지. 그리고 아이들은 수업 속에서 교사의 능력을 보는데 여기서 능력이란 앎의 능력이 아니라 노력의 능력이다. 이런 부분이 수업 안에서 서로 소통이 되면 학년 운영을 할 때, 개별 면담을 할 때 이미 튼튼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일도 잘 된다.


면담은 꼭 한 시간 이상 한다.

난 하다보면 2~3시간도 하는데 그 중 정말 꼭 해야할 이야기는 30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외에는 시시껄렁한 농담, 썰렁한 개그, 사는 이야기, 나의 괴상한 경험담, 뒷담화 등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워밍업(?)을 하고 나면 그제야 조금씩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사실- 이런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오히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학생이 가지고 있는 일상적인 생각, 인식 수준, 좋아하는 음식, 취미, 관계 등등- 서로의 대화의 주파수를 맞추기 위해서는 아무튼 조금 긴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물론 아이들에 따라서는 긴 면담을 싫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는 짧게 끝내는 것이 좋다.


학년 문화가 살아야 공부가 잘된다.

대안학교는 작은 학교다. 어렸을 때 반이 5년 간다. 그래서 학년 문화가 특히 중요하다. 학년 내 관계가 틀어지면 학업 의욕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오로지 관계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에너지도 이상한 데로 쏠림 현상이 일어난다.

그래서 난 학년 내 단합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우선 좋은 문화를 한 번 만들어 놓고 나면 그 좋은 에너지가 학년을 넘어서 학교에까지 영향을 준다. 그리고 당연히 개인의 학업 능력도 높아진다. 


약속은 꼭 지킨다.

학생들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데 가장 필수 요소다. 학생들과의 약속이라고 대충 생각하고 지키지 않으면 아이들은 상처를 받고 다음부터는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과의 약속은 약속의 내용보다 약속의 실천 과정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한 번 학생과 정한 약속은 무조건 지키고 지키지 못할 것 같으면 미리 학생에게 양해를 구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잘못하면 사과한다.

교사는 신이 아니다. 그래서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이 때는 바로 즉시 그리고 진심으로 사과를 하자. 아이들은 똑똑해서 진심으로 하는 사과와 대충하는 사과는 순식간에 구분해 낸다. 가끔은 교사 스스로 뭘 이 정도로 사과까지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거나 이게 사과할 일일까 의아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가 바로 사과해야 할 순간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매체에 관심을 가진다.

싸이월드는 SNS의 원조로서 한창 잘 나갈 때 미국에 진출했다가 엄청 깨진 적이 있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라도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사업이 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이 경우는 아이들과도 비슷하다.

내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으면 아이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고 그 문화의 이해하기 위한 첫 걸음이 바로 매체다. 매체라고 하면 ‘대중매체’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매체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그것을 알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교사에게 필요하다. 그런 매체를 통해 충분히 라뽀(rapport)가 쌓이고 나면 교사의 말이 아이들의 귀에 조금씩 들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매력적인 도구들과 꼭 필요한 도구들을 섭렵한다.

내 책상에 있는 자질구레한 도구들은 모두 그런 용도라고 보면 된다. 대표적인 것이 손톱깎기 세트인데 이런 사소한 것을 빌려주는 과정에서 묘한 신뢰관계가 생긴다. 대화 한 마디 더할 수도 있고. 이런 도구들은 정말 많다. 스마트폰이 대세인 요즘엔 충전 잭, 아이폰 거치대, 연필 깎기, 벽에 붙여 놓은 아이들 그림들, 연필, 샤워도구, 수건, 핸드로션, 여분의 USB, XP 프로그램, 기타 피크 등등등.


아이들을 만나려면 천의 얼굴이 필요하다.

56명의 친구를 만나려면 56개의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한 방법으로 성공했다고 해서 똑같은 방법으로 다른 아이들을 만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면담을 길게 하는 이유도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믿는다.

사실 이거 하나면 된다. 그리고 진심을 다하면 통하기 때문에 아이들도 내가 진심을 다해서 자신을 대하고 있다면 그것을 몸으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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