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교사가 아닙니다. 2년 전 11년간 몸을 담았던 대안학교에서 퇴사를 하고 지금은 마케터 및 기획자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년들과 연극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지만 온몸으로 아이들과 만나던 이전의 삶과 비교하면 지금은 교육을 하는 사람이 아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가끔씩 아이들과 하루 종일 수업하고 대화하던 때가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대안학교의 특성상 월급도 많지 않고 매일매일 과도한 업무에 피곤하기는 했지만 아이들의 작지만 단단한 성장을 보는 것은 그것 자체로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반면 교육 현장과 멀어지면서 좋은 점은 하나 있습니다. 그동안의 나의 삶을 돌아보며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사는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좋은 교사란 어떤 사람인가'라는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며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처음 만나면 서로의 주파수가 맞지 않아 티격태격하는 시기를 보냅니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서로 살아온 환경과 경험의 폭이 다르기 때문에 첫 만남은 언제나 어색하고 불분명합니다. 하지만 대화의 시간이 길어지고 나와 다른 삶을 살았던 상대방의 생각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티격태격'은 '티키타카'로 변하게 됩니다.
주파수를 맞추던 과정에서 생기던 잡음이 사라지면 아이들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리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는 뭘 해도 즐겁습니다. 난관에 부딪혀도 서로를 의지하며 극복해낼 수 있고 그 경험을 계기로 서로의 관계는 더욱 깊어집니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믿고 의지하며 존중하는 경험을 해보는 것은 교사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굉장히 행복한 일입니다. 어쩌면 교육은 이게 전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교사의 바쁜 업무 속에서 모든 아이들을 세세하게 케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입니다. 게다가 모든 아이들과 주파수가 잘 맞는 것도 아닙니다. 교사도 사람이기에 자기도 모르게 관심을 더 가지게 되는 아이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때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교사가 절대 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가 절대 하지 않는 한 가지
바로 '차별'입니다. '차별'이라는 단어만 놓고 보면 교육 현장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그리고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교실'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는 교사의 차별은 눈에 띄지 않는 다양한 형태로 일어납니다. 교사 스스로도 본인의 행동이 차별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차별을 하는 교사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행동을 하는 교사들의 공통된 특징은 있습니다. 소유욕이 강하고 자존감이 낮습니다.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흔들려 감정의 기복이 심하며 본인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생기면 아이들을 통해 해소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차별을 하는 교사일수록 소수의 몇몇 아이들에게 강하게 집착하며 그런 행동이 자연스럽게 차별로 이어집니다.
저는 차별만 하지 않아도 좋은 교사라고 생각합니다.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하기 쉬워도 이것을 교육 현장에서 실천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지선다형처럼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 차별인지 아닌지 구분이 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는 언제나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점검하고 의심해봐야 합니다.
아이들은 감정에 솔직하고 자기표현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가끔은 아이들의 거침없는 말들이 칼이 되어 교사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사도 사람이기에 이런 아이들과 만나면 미운 감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교사의 역할은 냉철한 이성의 눈으로 아이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 하며 뜨거운 감성의 마음으로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아이들의 작은 상처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살고 있지만 제가 아이들과 지내면서 얻은 소중한 보물을 간직하고 있는 한 언젠가는 아이들과 만나는 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때가 되면 이 글이 어떻게 보일까요? 적어도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이 부끄럽지 않도록 조금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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