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공부를 할수록 더 불안할까
작년 초까지 몸담고 있던 대안학교에서 2018년도에 '불안과 교육'이란 주제로 발제했던 내용을 공유합니다. 3년 전 글이지만 지금 우리 사회를 돌아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입니다. 여전히 우리는 과거에 비해 더 많이 공부하고 있고 그만큼 불안함은 더 커진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발제문 전문은 아래 첨부한 PDF 파일을 다운로드하거나 티스토리 블로그 링크로 들어가면 볼 수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선생님 또는 교육 관계자 분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퇴사를 하고 소속이 사라진 상태가 되어보니 이 불안함의 실체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상이 등을 돌려도 내 편 하나만 있으면 어떤 어려운 일도 버틸 수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나 혼자 덩그러니 있는 것 같은 외로움 속에서도 내 손 하나 잡아주는 존재가 있다면 세상은 제법 살만한다는 것을 몸소 느끼는 중입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가족에게 집중하게 되고 좀 더 가까운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의 불안함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증폭되는 이유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온기를 점점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초연결의 사회에 살고 있지만 정작 온기를 연결해주는 통로는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내면의 가치관이 자리잡기 시작하는 청소년 시기에 이런 정서적 교육이 가장 필요하지만 안타깝게도 입시와 경쟁이라는 명분 아래 소멸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중략)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진로는 단기간에, 속성으로, 기술적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을요. 그런데 왜 우리는 학교 교육에서 학생 개인의 진로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 일정 부분 확정하고 졸업할 때쯤 완성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을까요? 성찰의 언어로서 ‘흔들리면서 피는 꽃’이라는 도종환 시인의 시에 깊은 감명을 받으면서도 우리는 왜 흔들려야 할 시기에 흔들리는 학생들의 모습에 불안해하고 더 이상 흔들리지 못하게 하고 싶은 욕구로 나 자신이 흔들리고 있을까요.
불안은 교육 현장 안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주제입니다. 공교육이든 대안교육이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으로 현재의 상황을 어렵게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부모들은 그런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자녀들의 개인 시간을 대부분 더 많은 학습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그 결과로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사교육 의존도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습니다. 2016년도 기준 사교육 지출비는 18조로 공교육 예산의 3분의 1 정도가 됩니다. 이렇게 사교육을 통해서 얻고 싶은 결과는 단 한 가지입니다. 바로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입니다.
시대가 변했다고 온갖 사회 지표가 이야기해 주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서 대학의 위상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사회에서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해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오로지 대학을 잘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 현장에서 진로 교육의 핵심은 모두 대학 입시에 맞춰져 있습니다. 학생이 하고 싶은 일이 생겨도 대학 진학과 관계가 없으면 쓸모없는 꿈이 되어 버립니다.
대안교육은 입시에서 자유로운 교육을 표방하지만 오히려 이 지점 때문에 부모들은 더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삶을 위한 교육'이라는 대안교육의 본연의 가치를 인정하더라도 대학이 전부인 세상에서 대학 진학을 위한 교육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큰 불안을 느낍니다. 그래서 대안교육 현장 안에는 대학 입시와 관련된 또 다른 불안과 고민이 계속 논의가 됩니다.
사실 진로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이미 수많은 학술적 자료가 나와 있고 온라인에서도 관련 자료를 쉽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 대상의 진로 교육이 잘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학문적 연구가 아니라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진로 교육의 핵심 목표를 용기를 내어 현장에서 직접 실천하는 것입니다.
세상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교육 분야에서 아이들의 자유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고 스스로 무언가를 거침없이 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사라지고 있습니다. 정말 좋은 진로 교육은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자기 목표를 가지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 경험을 반복해서 해보는 것입니다.
어른들은 그 과정에서 간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힘들고 지치고 외로워할 때 따뜻한 응원과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