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게임 기반의 기술가정 수업 레시피 수업 마무리 <끝판왕>
마을의 왕
삶은기술 마지막 수업 레시피입니다. 맨 아래에 수업 전 과정의 교안과 활동지 링크가 있으니 수업의 흐름을 보고 싶으면 순서대로 보면 됩니다. 누군가가 제 부족한 교안을 참고해 더욱 업그레이드해서 아이들과 공유해주신다면 무한 영광일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공공기관 교육 훈련용으로 한 기업과 협업해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게임 전문가도 아닌데 우연히 저에게 기회가 와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기존 게임을 참고한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게임을 만드는 것은 정말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하지도 않습니다. 아주 가끔 포켓몬고나 홈스케이프를 하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게임의 핵심 요소들에 대해 공부할수록 '재미X몰입=성장'이라는 방성식을 가지고 있는 게임은 교육의 미래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교육현장과 게임현장의 즐거운 콜라보가 생기길 바랍니다.
끝판왕은 지금까지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해서 미션을 수행하는 수업입니다. 처음에 생각했던 기획은 기존에 수업에서 배웠던 크고 작은 배움들을 활용해 퀘스트를 수행하고 마지막 목적지인 끝판왕에 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어진 힌트를 통해 정해진 장소에 가서 지도 검색, SNS 인증, QR코드 퀴즈 등의 미션을 수행하면 끝판왕이 있는 곳의 단서를 얻을 수 있고 이것을 통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교안은 조금 허술하게 기획이 되었습니다. 학기말 다양한 일들에 쫓기다 보니 퀘스트를 준비하는데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처음에는 튜토리얼을 나눠주고 끝판왕을 찾아서 퀘스트를 수행하려고 했으나 NPC 역할을 부탁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튜토리얼 내용을 PPT와 영상편집 툴을 활용해 짧은 영상으로 만들고 제가 퀘스트 장소에 숨어 있는 상태에서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개인 톡으로 미션을 전송했습니다.
하지만 우려했던 것과 다르게 교사가 교실에 들어오지 않고 톡으로 전달되는 퀘스트를 재미있게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힌트를 바탕으로 아이들은 제가 숨어 있는 장소를 찾아냈고 퀘스트를 수행하고 수업을 잘 마무리했습니다.
허술하게 준비했다고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영상으로 퀘스트가 제공이 되고 진행 교사가 끝판왕이라는 사실을 재미있게 받아들였습니다.
교실에 들어와서 한 학기 동안 진행했던 내용을 돌아봤습니다. 게임 형태로 진행을 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공부'했다는 느낌을 별로 받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뭘 배웠는지도 잘 모르는 학생도 있습니다. 하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다양한 퀘스트를 수행하며 크고 작은 일머리들이 생긴 것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배움의 과정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배웠다고 느끼는 정도와 교사가 수업이 잘 진행되었다고 느끼는 정도는 매우 다릅니다. 체험식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주입식 교육이 공부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체험형 프로젝트 수업은 아이들이 '공부'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업이 끝나고 나면 바둑 시합이 끝나고 복기하듯이 수업 전체를 아이들과 돌아보며 수업 시간에 어떤 목표를 가지고 수업을 진행했는지 설명해주고 학생들의 행동에 대한 피드백을 해줍니다. 복기는 때에 따라서는 괴롭고 지루한 과정이기도 하지만 진짜 학습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수업을 마무리하며 좋은 수업이란, 좋은 교육이란 무엇일까 항상 고민하게 됩니다. 이렇게 열심히 수업을 기획하고 진행해도 아이들은 '문제풀이' 형식의 공부를 하지 않으면 공부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문제풀이식 공부를 제안하면 극도로 거부를 합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공부의 형태를 하나의 모습으로만 각인시켰기 때문입니다. 공부의 아이러니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음식을 똑같이 조리해서 먹는 것이 아닌 것처럼 공부도 똑같습니다. 언젠가 우리 사회가 공부를 바라보는데 좀 더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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