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교실 이상한 선생님 이상한 수업
작년 2월 11년간 일했던 직장인 대안학교에서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학교가 처음 만들어지는 과정에 들어가서 일을 하다 보니 학교 설립 이외에 모든 일을 다 겪어본 것 같습니다. 학교를 운영하고 마을 교육을 진행하고 지역축제를 기획하면서 아이들을 돌보고 수업을 진행하고 학교 자치 활동을 하는 등 거의 모든 일을 했습니다. 역할로 보더라도 공동체 이사, 학교 운영위원장, 센터장, 교사대표, 학년멘토, 청소년진로교사 등 몇 가지 역할을 빼고는 거의 모든 보직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일을 하면서도 가장 즐거운 순간을 떠올려 보라고 하면 저는 수업이 잘 될 때라고 말합니다. 정성껏 준비한 수업 내용이 아이들에게 잘 전달될 때 교사는 가장 즐겁습니다. 물론 그런 순간은 잘 찾아오지 않습니다. 수업 준비를 많이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말발이 좋아서 되는 것도 아닙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교사의 진심이 학생들에게 전달이 될 때 수업이 가장 잘 진행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신기하게도 학생들은 교사가 준비한 내용보다 준비한 내용을 교사가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는지에 대해 크게 반응을 보입니다. 교사가 본인이 가르치는 내용을 진심으로 좋아하면 학생들은 호기심을 보이며 교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
초창기의 대안학교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미지의 우주를 탐험하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교사를 포함하여 대안학교를 만든 어느 누구도 대안교육, 열린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기에 조직 체계부터 수업 구성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제가 준비한 수업들도 처음에는 기존의 공교육 수업 모델과 외국의 사례들을 참고하기는 했지만 꾸준히 업그레이드를 해서 저만의 수업 콘텐츠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매년 또는 격년으로 새로운 수업을 개설했기 때문에 제 수업의 카테고리도 점점 늘어났습니다. 수업 이외에도 축제, 이벤트, 여행 등의 행사 기획서도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학교를 그만두고 보니 이렇게 쌓인 자료를 제 기록으로만 가지고 있기에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보는 공유하는 것 자체로 큰 힘을 가질 수 있기에 대단한 자료는 아니지만 브런치에 매거진을 만들어서 제 수업 자료를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했던 수업들을 나열하면 소논문, 생활기술, 디자인, 연극, 말과글, 디지털, 지구환경, PBL 학습, 인턴십, 청소년노동교육, NGO, 사진, 창업 등이 있습니다.
어떤 분야든 새로운 것을 개척해간다는 것은 몇백 년간 사람의 발길이 없는 숲속에 첫발을 내딛는 것과 비슷합니다. 막연하고 두렵고 무섭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만들어 온 길이 보입니다. 이런 말들은 정말 뻔한 말들이지만 실천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좋은 교육을 하고 싶다면 이런 뻔한 말들을 현실에서 실천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아이들도 교사의 그런 모습을 보고 가장 크게 배웁니다. 수업은 액션입니다.
모든 자료는 무료이지만 가져가실 때는 공감과 댓글 하나만 부탁드립니다. 제 부족한 자료가 새로운 교육을 꿈꾸는 어느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